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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쩌다 발견한 하루(어하루)'를 보낼 자신이 없다

CULTUR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2.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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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가 끝이 났다. 어하루가 없는 수요일이라니,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근래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였는데 말이다. 어하루가 방영하는 내내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엔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귀가하기에 바빴다. 저녁 9시에 어하루 본방사수를 해야했으므로.

 

 

▲포스터(사진= 공식 홈페이지)

 

 

어하루는 내겐 꽤나 재밌는 드라마였지만. 시청률 3.6%라는 내 생각보다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아마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하이틴 드라마라는 점과 ‘만화 속 세상’이라는 다소 난해한 컨셉이 주 원인일터. 어하루의 독특한 세계관,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들은 첫화부터 제대로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때문에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다거나 첫화에 세계관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옆동네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수작이 라이벌이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진표를 탓하고 싶다.)

 

 

▲(사진= 공식 홈페이지)

 

어찌됐든 어하루는 끝이 났고, 더이상 동백꽃필무렵과 방송시간이 겹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도 얼마전부터 ‘웨이브’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첫화부터 몰입해서 볼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딱 어하루를 정주행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고로 ‘어하루’의 매력 포인트 3가지를 소개한다. (라고 야심차게 말했지만 실상은 뒤늦은 '어하루' 영업글이다.)

 

 

▲(사진= 공식 홈페이지)

 

#자꾸 응원하게 돼

 

 

앞에서 언급했듯 ‘만화 속 세상’이 이 드라마의 세계관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의 모든 등장인물은 ‘비밀’이라는 만화 속 캐릭터라는 설정이다. 모두 ‘작가’라는 존재에 의해 창조 됐으며, 일반적으로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사고나 판단, 기억을 할 수 없다. 그저 작가가 정해놓은 스토리나 캐릭터 설정대로 생각하고, 기억하고, 행동할 뿐이다.

 

 

이 드라마의 전개는 ‘비밀’이라는 만화 속 캐릭터 중 하나인 ‘은단오(김혜윤)’에게 자아가 생기면서 시작된다. 단오는 자신이 이 만화 속 단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모든 말과 행동이 주인공들을 위한 것임을 알게된다. 게다가 심장병이라는 작가의 설정으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이 드라마의 핵심 이야기는 단오가 작가의 설정대로가 아닌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설정을 바꿔 나가는 고군분투 격돌기다.

 

 

▲(사진= 공식 홈페이지)
▲(사진= 공식 홈페이지)

 

 

단오는 자아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자아가 생긴다. 본인이 원하는대로 말과 행동을 해도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원치 않는 행동과 말인데도 작가의 설정대로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 자신의 미래가, 자신의 인생임에도 작가의 의지대로 흘러간다. 이 모습은 처음엔 우스꽝스럽다가도 시간이 지날 수록 안쓰럽다. 자유의지가 있는 단오도, 자아가 없는 다른 캐릭터도 전부 말이다.

 


때문에 어하루에서는 작가가 모든 갈등의 근원지이자, 약역을 도맡는다. 등장인물들의 자유의지를 막는 작가라는 존재. 얼굴 한번도, 목소리조차도 등장하지 않지만 가장 원망스럽다. 작가가 모르는 이면에서는 힘들어하는 모든 캐릭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래서 응원하게 된다. 단오도 하루도,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 모두가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기를 말이다.

 


특별히 나쁜 역할 없이 모두 안쓰러운 존재라는 점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 아닐까. 저마다 캐릭터가 가진 사연이 안타까워서 어느 하나 편들 수가 없다. 하나같이 다 사랑스러운 존재다.

 

 

▲쓰리고 3인방(사진= 방송화면 캡처)

 

 

# 잘 생긴 애 옆에 잘 생긴 애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어하루에는 잘생긴 애들이 떼거지로 나온다. 이토록 잘 생긴 애들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가 얼마만이더라. 잘 생긴 애 옆에 잘 생긴 애, 그 옆에는 또 다른 잘생긴 애가 있다. 덕분에 눈 호강 하나는 제대로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친구들이 하나같이 성격도 다 제각각이다. 마치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라는 느낌이랄까?

 

 

▲오남주(사진= 공식 홈페이지)
▲백경(사진= 공식 홈페이지)

 

 

백경, 남주, 도화로 구성된 쓰리고 3인방과 멍뭉미 하루, 능글능글한 매력의 진미채 요정, 3초 박보검으로 알려진 백경동생 배현성까지. 주연, 조연할 것 없이 죄다 훈훈하다. 특히 백경과 하루,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과 서브남주는 아주 기가 막힌다.

 

▲최애 하루(사진= 공식 홈페이지)
▲도하(사진= 공식 홈페이지)
▲진미채 요정(사진= 공식 홈페이지)

 

 

심지어는 ‘백경파’와 ‘하루파’로 나눌 정도다. 지난번 포스팅 '김로운 예찬론'에서 말했듯 나 역시 고민 끝에 하루파로 결정했다.

 


자부한다. 이들 중 적어도 한명은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것이다.

 

 

# 묘하게 끌린다, ‘병맛코드’

 

 

어하루를 계속해서 보게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병맛’요소 때문이다. ‘비밀' 속 여주인공인 여주다에게만 조명이 따라 붙는다거나, 꽃 장식이 달리는 등 정말 만화에서나 볼법한 표현이 나온다. “지금부터 내 여자다”와 같은 시대 착오적이고, 심각하게 오글거리는 대사도 괘념치 않고 내뱉는다.

 

 


극중 그들은 진지하지만, 정작 3자의 관점 혹은 자아를 가진 단오의 관점에서는 그저 웃기고 오글거릴 뿐이다. 이 드라마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순정만화 속 세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사나 상황을 웃음코드로 활용한다 점이다.

 

 

▲여주다 만화 효과(사진= 방송화면 캡처)

 

 

이게 참 ‘윽'이라며, 신음을 내 뱉어도 계속해서 보게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심지어는 이번에는 또 어떤 병맛코드를 보여줄까 기대가 되기까지 하니까. 아마 어하루를 보는 당신도 처음엔 “왜이래?”라며 병맛코드를 거부할테지만, 곧이어 “왜 요즘엔 병맛코드가 별로 없지?”라며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이제 '어하루'도 끝났으니,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할지. 참 막막하다. 그래서 일부로 마지막 4편은 보지 않고 남겨뒀다. 뭔가 내 마음의 속도보다 더 빨리 드라마가 끝나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그저 아쉬움만 가득할 뿐. 아끼고 아끼면서 결말을 봐야지.

 


그러니 부디 어하루 말고 추천 드라마 있으면 공유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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