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게 물건을 살 때, 생각부터 하라고 가르쳤다. 3일동안 고민하고, 필요한 이유가 3개 이상 떠오르면 돈을 쓰라고. 오늘도 엄마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또 카드를 긁었다. 이번엔 진짜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었다. 바로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이다.
몇번이고 생각을 해봤지만,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구매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3일 이상 생각을 해봐도 여전히, 분명히 가지고 싶었다. 또 이미 이 책을 사야하는 이유는 3가지를 넘어선지 오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갖가지 이유들이 더 생겨났다. 따라서 이번 소비 역시 아주 타당했다 자부한다.
성서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
해리포터는 ‘조앤 K.롤링’이 쓴 판타지 소설이다. 지난 1997년 첫 출간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는 소설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시리즈’로 공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때문에 우스갯 소리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성서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국내에는 지난 1999년 문학수첩에서 정식 라이센스판으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출간하면서 해리포터 열풍이 시작됐다.
장난 아니고, 그 시절 해리포터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책도 책이지만 영화가 제작되면서 제대로 전성기를 누렸다. 아마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해리포터 시리즈를 책이건 영화건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지금의 '겨울왕국' 엘사는 저리가라 할 만큼 대단했으니까. 암 그렇고 말고. 요즘에는 '렛잇고'가 있다면, 그 시절엔 '입 닥쳐, 말포이'가 있었다.
내 학창시절을 해리포터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리즈가 완결 나고, 곧이어 영화까지 모두 끝이 났을 때, 알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다. 마치 내가 호그와트를 졸업한 것 마냥.
이렇듯 나는 해리포터 진성팬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게 없다.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내게는 없단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되지 않는 상황이다. 마치 사람들 앞에 나서 자신의 진실된 신앙을 전도하는 교인이 정작 성경 한권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랄까. 모순이다. 그러니 나는 반드시 실물을 사야만 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을 사야하는 첫번째 이유다.
다시 만난 해리포터
2019년은 해리포터 시리즈가 국내 출간한지 20주년이 된 해다. 내가 처음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을 당시만 하더라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꼬꼬마였는데, 어느새 훌쩍 자라 결혼까지 했다. 이런 내게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은 일종의 기념적인 선물과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일러스트 에디션이 이번에 새로 나온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존재는 하고 있었다. 다만, 내용이 영어 원문일뿐. 고맙게도 이번에 문학수첩이 해리포터 국내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한글 번역판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을 선보인 것.
현재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까지 총 3개의 시리즈만 나왔다.(다음 시리즈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내년에 출시되며, 현재 예약판매를 진행중이다.) 무려 새 번역이 적용된 개정판 내용을 담았다.
새 번역이라니. 해리포터 팬들이라면 ‘새 번역’ 소식이 얼마나 뜻깊은 이슈인지 알터. 기존 소설 시리즈는 수 많은 오역이 난무하기로 유명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헤르미온느'가 있다. 본래는 '허마이니'가 제대로 된 발음인데, 한글 번역시 오역으로 인해 '헤르미온느'로 표시되면서 주요 캐릭터 이름이 달라지기까지 했다. 잘못된 번역이 싫어 영어 원서를 붙들고 고생한 팬들도 꽤나 많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개정판 번역은 자신을 해리포터 덕후라고 밝힌 강동혁 번역가가 맡았다는 것. 그는 중학생 때부터 해리 포터를 읽고 성장했으며, 해리포터 팬 들에게는 꽤나 유명했던 ‘호그와트 마법학교’라는 팬 카페를 운영 하기도 했다. 즉, 진짜 해리포터 덕후다. 덕후가 번역한 해리포터라니, 상상만 해도 기가 막히지.
물론, 새 번역본 역시 매끄럽지 않다는 평이 많다. 그 중에서도 시리즈의 맨 첫 도입부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첫 시작이 논란이다. 어색하다 못해 파파고를 돌렸나 싶었을 정도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다른 어색한 부분은 참아줄만 하다. 이전에 비하면 캐릭터마다 개성도 잘 살리려고 노력했고, 해리포터 세계관을 최대한 풍부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티가 난다. 이러니 안갖고싶다면 이상한거지. 이게 바로 두번째 이유다.
퀄리티 오브 퀄리티
마지막 이유는 퀄리티.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은 외관만 봐도 상당히 잘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겉 표지부터 일러스트가 심상치 않다. 각 시리즈에서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장면을 표지 일러스트로 삼았다.
지금까지 나온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은 각 시리즈마다 1권씩 총 3권이다. 기존에 분권화돼 있던 것을 한권으로 합쳤다. 때문에 책 크기는 훨씬 커지고, 두께도 두껍다. 게다가 딱딱한 하드커버를 사용해 상당히 고급진 디자인을 선택한 대신 무진장 무거운 편. 확실히 에디션답게 읽는 용도보다는 소장본에 알맞다.
일러스트는 '짐 케이'라는 사람이 맡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라는데, 사실 나는 잘 모른다. 찾아보니 짐 케이는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 수상자란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의 일러스트를 찬찬히 살펴보면 상당한 디테일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영화보다 더 자세히, 오히려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한 부분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일러스트북이라고 하면, 기존 책에 표지 좀 바꾸고, 일스터스 몇장 첨부한 수준을 생각할 수 있는데.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은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러스트로 가득하고, 책 표지 등 곳곳에 세밀한 묘사들이 있어 보는 맛이 제대로다.
실제로 문학수첩에 따르면 짐 케이는 영화와 상관없이 먼저 자신이 해리포터의 세 주인공을 상상해 떠올린 다음. 그에 가장 부합하는 실제 모델을 찾아보기도 했다. 또, 짐케이는 호그와트를 그릴 때는 조앤 K. 롤링이 책속에서 호그와트를 묘사한 부분들을 꼼꼼하게 메모하고, 종이와 점토를 이용해 모형까지 직접 만들었다. 역시 디테일이 살기 위해서는 이면에 상당한 노력이 숨어있다.
책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3권 세트로 85500원에 구매했다. 권당 23000원 꼴. 기존에 분권화 됐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비싼편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이다.
해리포터 일러스트 에디션과 함께 개정판 반양장 세트박스도 나왔는데. 그것도 구매하고 싶지만, 먼저 일러스트 에디션부터 다 손에 넣어야겠다. (저도 재정적적 상황이란 게 있으니까요.) 반양장 세트도 구매하는대로 빠른 리뷰를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언제인지 장담은 못하지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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