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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가볼까요(부제: 제주도 여행)

TRAVEL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2. 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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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어느 날 좋은 가을날이었다. 한라산 어때?라는 어쩌면 툭 던진 말을 덥석 물어준 친구 덕분에 나름의 위시 리트 중 하나를 이루었다.

 


바로 한. 라. 산. 등. 반.

 

 

 


평소 산을 즐기지 않으면서 괜히 한라산은 랜드마크성이 있어서 그런가 언제 한번 꼭 가보고 싶었다. 

 

 

소망이 이루어졌던 한 해라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올해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값진 경험이었다.

 


너무너무 힘들어서 얻은 경험이기에 다시는 올라가지 않겠어라고 다짐하기도 했지만. 어찌 됐건 다녀온 지금은 날 좋은 때 다녀오길 너무 잘했어라고 친구와 나는 말했다.


우리가 택한 날은 단풍 가득한 가을 한라산이었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 좋은날 골라가기로. 친구의 경우는 금요일 휴가를 내고 갔지만, 나는 퇴근 후 제주로 날랐고 먼저 간 친구가 마중을 나와줬다. 이미 충분히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연착된 비행기로 인해 하염없이 기다린 나의 한라산 메이트 수잔에게 이 글을 빌려 감사를 표현해본다.

 


첫날이라 해봤자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다음날 해가 뜨기도 전에 입산을 해야 했기에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대망의 한라산 등반의 날. 그간 인터넷에 모아온 정보들과 이미 다녀온 지인들의 경험담을 모아 모아 한껏 챙겨온 등산 장비를 무장하고 완등을 목표로 비장하게 입산을 시작했다.

 


가볍게 돌길로 시작했던 이때는 이대로만 가면 뭐 문제없겠어... 하고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큰 오산임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우칠 수 있었다.

 

 

 

등산에 미숙한 나와 친구는 지체될 것을 염두에 두고 조금 이른 등반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프로 등산러(사실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보임)분들께서 우리를 지나쳐갔지만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 했다.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관음사 코스로 올라서 성판악 코스로 하산하는 일정이었다.

 

 

 


중간중간 해발을 나타내는 돌도 찍었다. 참고로 한라산의 해발고도는 1,947m이다.

 

 

 

 

날씨는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그에 비해 내가 너무 많은 옷을 가져가 가방에 넣어 짐이 됐지만 말이다. 

 


등산하며 찍은 영상 중 그녀가 한말이 녹음된 게 있는데, 힘든 와중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는지 "날씨는 짜증날 정도로 끝내주네"라고 녹음되어 있는데, 그 말이 딱이었다.

 

 

 

 

올라가는 데만 6시간 넘게 소요되었기에 여러 가지 요깃거리를 가져갔다. 그중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간 과일이 너무 큰 힘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청포도!! 함께한 친구는 과일과 에너지바? 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힘이 들어서였는지 등산하는 동안은 잘 안 먹지 않았다. 거의 중턱?쯤 올라갔을 때 먹은 삶은 계란이 거의 생명수급이었다. 

 


저 개미등에 왔을 때쯤인가 조금씩 해탈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함께 오른 친구와도 아주 잠시 개별 산행을 했던.

 

 

 

 

그럼에도 중간중간 예쁜 풍경을 찍는 순간은 놓치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우여곡절 끝에 30년 인생 살면서 체력적인 면에서는 이보다 더한 힘듦은 없을 거라고 친구와 앞다투어 말했던 그날의 기억. 정상에 다 와가서는 정신력으로 올랐었던 기억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련하다. 동시에 당분간은 산은 안 가고 싶을 것 같다. 근데 또 설경은 보고 싶기도 하고 아이러니다.

 


이날의 날씨는 좋았지만 백록담은 너무 메말라 물의 흔적? 정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참으로 많았다. 우리처럼 도장 깨기식으로 등반한 사람들도 있었고, 회사에서 단체로 오거나 등등 다들 각기 다른 목표와 이유를 가지고 올라 정상에서 모두가 모였던 날.

 


정말 정말 힘들었는데, 정말 정말 뿌듯했다. 정상석과 찍고 오면 정상 인증서도 준다. 우리는 이 인증서가 이력서란에 지구력으로 인정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얘기해보았다. 왜냐하면 정말 내려오는 그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친구와 나는 이 산을 오를 정도면 못할 일이 없겠다고 초보 등산러인 우리는 조금 오버스럽게 앞으로의 삶을 다짐했던 거 같다.

 

 

 


함께여서 오를 수 있었던 한. 라. 산.

 

 

오르는 것만큼 내려오는 것도 힘들었다.

 


언젠가 TV에서 인생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둘 중 어느 것이 힘드냐고 했을 때 모두가 당연히 오르막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내리막길이 힘들다고 답을 해서 나름의 관념을 깨주었던 프로가 있었다. 하루 동안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나도 나의 인생을잘 꾸려나가 멋있게 내려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작 좀 높은 산 올라갔다 왔으면서 유난스럽게 인생을 논해보는 척 해 보았다. 

 


함께해준 그녀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이제 이런 툭 던지는 말은 하지 않아야겠다. 그치만 한번쯤 가보겠다 하시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대신 엄청난 각오는 하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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