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완등을 위한 등산 준비물(부제: 등산 준비)

 

 

몇 주 전, 등산에 대해 1도 모르던 ‘내’가 한라산 완등에 성공했다. 이건 정말 기적이다. 아침 6시 15분에 시작했던 산행은 밤 6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살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고생이었다. 12시간을 등산하다니…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늘은 한라산 완등을 위한 준비물들을 써보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서 멋지게 한라산 완등을 하길 바란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는 평소에 등산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산이라면 청계산이나 관악산정도 가본 것이 다였다. 청계산이나 관악산엔 그냥 트레킹화를 신고 가볍게 등산했었다. 하지만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에, 잔뜩 쫄아서 유난을 엄청나게 떨며 준비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유난 떨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등산 초보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 백록담에서 한 컷 (사진 = 슈니)

 

 

#복장

 

 

11월 초의 제주도는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였다. 얇은 옷을 껴입고 가라는 얘기가 많아서 위에는 운동복 반팔 위에 등산복 상의를 입고, 등산 자켓을 입었다. 하의는 기모레깅스에 반바지. 이른 아침에는 조금 춥게 느껴지긴 했지만, 등산을 하다 보면 땀이 많이 나므로 굳이 엄청나게 껴입을 필욘 없는듯 하다. 땀 흡수해주는 티셔츠는 꼭 입는 것을 추천한다. 같이 간 친구는 상의에만 두꺼운 옷 3겹을 껴입고 갔는데, 모두 짐이 되었다. 

 

 

▲ 바닥에 주저 앉았다 (사진 = 슈니)

 

 

#준비물

 

한라산은 만만한 산이 아니기 때문에 꼭 단단히 준비하고 가야 한다.

 

1. 등산화

 

"그냥 트레킹화 가벼운 거 신고가면 되지 않아?" 했다가 엄마한테 맞았다. 트레킹화 신고가면 큰일 나요. 꼭 등산화를 신고 등산 양말도 신어야 한다. 한라산은 돌이 믾아서 그냥 일반 운동화를 신고 갔다간 발에 무리가 많이 갈 수 있다. 튼튼한 등산화를 신자.

 

 

2.  등산스틱

 

스틱이 없었다면 난 등반도, 하산도 하지 못했다. 등산스틱은 처음 사용해봤는데, 힘이 분산되어서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한결 편했다. 그리고 돌이 많기 때문에 스틱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간다면 없을 때보단 훨씬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다. 스틱이 없었다면 못 올라갔다. (이건 진심이다)  

 

 

3. 물

 

같이 간 친구와 나는 평소에 물을 자주 마시는 편이다. (화장실도 자주 가는 것이 문제)  한라산에는 대피소에만 화장실이 있다고 해서 최대한 물 마시는 것을 자제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500mL 짜리 생수 네 병을 챙겨갔다. 결론적으로 다 마시긴 했다. 화장실 걱정이 없다면, 물을 조금 더 챙기길 바란다.

 

 

▲ 동문시장에서 산 전복김밥 (사진 = 슈니)

 

 

4. 간단한 식사

 

기본으로 10시간 정도 등산을 하니…너무 힘들고 배고프다. 김밥, 샌드위치 등의 식사를 싸가야 한다. 나는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겠어!" 하는 일념으로 김밥과 컵라면, 보온병에 뜨거운 물까지 넣어서 준비해갔다. 하지만 막상 정상에 도착했을 땐 너무 힘들어서 입맛이 없었다. 입맛이 없고 힘도 없어서 라면은 먹지 못했다. 하지만 살려고 먹었다 김밥. 밥 안 먹으면 하산을 못 하니..꼭 챙기자.

▲ 꿀맛 계란 (사진 = 슈니)

 

 

5. 간식

 

위에서 언급한 컵라면과 김밥을 챙겨가긴 했지만, 너~무 힘드니까 탄수화물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힘들어 죽겠을 때 즈음, 과일이 대박이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과일 세트를 챙겨가는 걸 추천. 과일이나 계란 에너지 바는 꼭 챙겨가자. 산행을 하다 보면 핑 돌 때가 있는데, 꼭 그때 에너지를 충천해야 한다. 
 

 

 

6. (겨울 등반이라면) 아이젠, 랜턴

 

초보자들은 겨울에 등산을 하지 않겠지만,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므로 랜턴이 꼭 필요하다. (저녁 6시가 다가오니 점점 어둑어둑해지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 너무 어두워서 무서웠다) 겨울에는 아이젠 없으면 절대 못 올라간다. 위에 말했듯이 한라산은 정말 힘든 산이다. 

 

 

▲ 그래도 풍경은 아름다워요... (사진 = 슈니)

 

 

그 외에 엉덩이 깔개, 장갑 등이 있어도 무방하지만 사실 난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엉덩이 깔개를 꺼내서 앉을 힘도, 시간도 없어서 그냥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쉬기 바빴다. 

 

위에 언급한 준비물들만 잘 챙긴다면 한라산 정복은 문제없다. 하지만 위에도 말했듯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풍경은 아름답지만... 중간에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모쪼록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