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태연의 불티 앨범이 발매됐다. 나는 항상 태연의 솔로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인데 그 기다림은 S.M. THE BALLAD 앨범에서 Set Me Free를 들었던 때부터였다. 그 전부터 태연은 드라마 ost와 피쳐링 등으로 솔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내 취향엔 맞지 않았다. 내 솔직한 감상으론 너무 밋밋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듣지 않았다.
그런데 S.M. THE BALLAD 앨범을 들어보다가 종현이 추천했었던 태연과 너무 잘 어울리고 그 자체라던 Set Me Free라는 곡에 멈춰 섰다. 나와같은 마음으로 노래 부른다는 감정을 처음 느꼈다. 듣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내겐 마음을 놓고 나를 이완시키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최고의 곡이었다. 이 곡은 내가 혼코노를 가면 꼭 한번은 부르는 곡이 되었고 마음이 심란하면 꼭 틀어놓고 눈을 감고 잠시 시간을 가진다.
그 뒤로 태연의 솔로 앨범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앨범 전곡을 항상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놓고 들었다. 그래서 태연의 드라마 OST가 아닌 정식 솔로 음원들도 이미 유명하지만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몇 곡을 추천한다.
#1 <11:11>
정말 정말 유명한 곡임을 알지만 한 번 더 들어보세요. 내가 이 곡에 꽂힌 건 다름 아닌 가사 때문이었다. 첫 가사 "오늘이 한 칸이 채 안 남은 그런 시간". 제목과 그 표현이 미쳤단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숨이 턱 막혔다. 누가 11시 11분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작사가 김이나는 사랑입니다(나중에 작사가 스페셜도 한번 해야겠다.)
가을이 오면 젤 먼저 이 곡이 생각난다. 앨범커버도 그런 느낌이 있고 밤이면 차분하게 눌러주는 목소리에 안정된다.
#2 < 스트레스(Stress) >
이 앨범은 태연 첫 솔로 앨범에 있는 곡이다. 앞서 소개해준 11:11이나 I 등의 유명한 타이틀곡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로 통통 튀는 분위기에 태연의 한 글자 한 글자 씹어 부르는 듯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태연의 발라드나 잔잔한 분위기의 곡만 알았다면 꼭 들어볼 것. 너를 못 벗어나서 스트레스라는 귀여운 가사에 가벼운 내적 흥을 일으키는 곡이라 길을 걸을 때면 갑자기 발랄하게 걷게 된다.
#3 < Curtain Call >
곡의 제목처럼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곡. 기승전결이 느껴지고 이별 장면이 그려짐에 곡을 듣고 있으면 무언가 이야기가 내 눈앞에 있는 것 같다.
멋진 대사 같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넌 뒤를 돌아서)
이미 비어버린 무대 위엔 나 홀로 뻔한 비극 끝이 났지 허무하게도 (정말 허무하게도)
안타까운 순간순간 (전부) 돌아보게 돼 또
특히 가사가 이별의 장면을 희곡의 독백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가사에 과몰입한다면 지금 당장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가상의 애인이라도 떠나는 장면을 플레이 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웅장하고 기승전결 있는 곡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앨범에서 Curtain Call이 젤 그런 곡이라 애정한다.
#4 < Time Lapse >
넬의 보컬 김종완이 준 곡으로 이미 유명한 곡. 태연이 기억을 걷는 시간을 부른 걸 봤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다. 넬의 노래가 다른 보컬이 부르기 힘들기도 하지만 어울리기가 정말정말 힘든데 자기의 느낌을 낸다는 것 자체만으로 놀라웠다.
그리고 김종완은 남에게 곡을 잘 안 주기도 해서 유명한데 이 노래를 듣자마자 넬 노래를 자주 들었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익숙한 사운드와 가사 첫 줄 "여전히 그대로죠 생일은 몇 번씩이나 지났고" 에 곡 정보를 보지 않고도 넬이 줬다는 곡이 이거구나 하고 알아서 넬의 곡들을 한번 들어보고 이 노래를 다시 들어보는 것도 좋은 포인트일 것 같다.
#5 < I Blame On You >
처음 봤을 때부터 제목이 맘에 들어서 제일 먼저 들었던 곡이다. 그리고 요즘 제일 많이 듣는 곡이기도 하다. 심지어 내 카톡 프로필 음악도 이 음악. 차분하게 감정을 정리하는 듯 부르는 도입에서부터 천천히 끌어올려 지는 감정. 결국 후렴구에선 절규하고 소리치는 듯한 보컬에 폭발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전체적인 감정선이 좋았다. 울고 싶을 때 혹은 너무 열 받으면서 허무한데 누가 대신 내 감정을 토해 내주면 좋겠다 싶을 때 들으면 좋은 곡인 것 같다.
거의 첫 솔로 정규 앨범이었던 My Voice의 곡들을 많이 추천했는데 괜찮다면 이 앨범 전곡을 듣길 바란다. 몇 개 추려서 추천했지만 전 곡이 좋아서 하마터면 그냥 앨범 리스트 그대로 추천곡 리스트를 쓸뻔했다.
추천곡들을 보니까 내가 태연의 곡들은 나 대신 감정을 토해 내주는 게 좋아서 많이 듣는구나를 좀 느꼈다. 잔잔한 목소리에 미동 없는 호수인 줄 알았는데 태연의 노래를 많이 듣고 보면 굴곡 치는 파도, 혹은 태풍의 눈 속에서 태풍을 바라보는 감정이 느껴진다. 요번 앨범 제목 불티와 태연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도 이거다. 새 앨범도 너무너무 좋으니까 들어보고 좋으면 이 추천곡들도 한번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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