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 기아팬 슈니다. 12년 동안 야구를 봤지만 기아 경기만 봤기 때문에 롯데의 경기를 제대로 보러 간 적이 없었다. 사직 야구장도 항상 가보고 싶었는데 가보지 못했고, 그렇게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2022년 시즌 초, 내가 야구를 처음 보기 시작할 때부터 쭉- 최고의 타자였던 이대호 선수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시즌 중반 이후, 각 구단 별로 돌아가며 은퇴 투어를 하고 있다. 9월 23일, 이대호 선수의 공식적인 잠실 야구장 마지막 원정 경기. 야구팬으로서 한국 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조선의 4번 타자’, 그의 마지막 잠실 원정길을 함께했다.
평일 경기는 6시 30분에 시작하지만 우리 회사의 퇴근시간은 6시여서 항상 퇴근 후에 야구장에 가면 거의 7시 30분 가까이 되는 시간에 도착한다. 이번 경기만큼은 늦고 싶지 않아서 반차를 쓰고 야구장에 향했다. 야구장 필수 준비물인 닭강정도 미리 준비했다. 물론 맥주도 함께.
해가 지는 잠실야구장. 날씨도 선선하고 야구 보기 딱! 좋은 날씨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엘지 팬들로 야구장은 가득 찼다. 롯데와 엘지 팬들도 많았지만, 중간중간 다른 구단의 팬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도 나처럼 이대호의 마지막 잠실 경기를 직관하러 온 듯했다.
이날 내가 선택한 자리는 3루 네이비 325구역 6열 67, 68번. 3루 네이비 자리는 내가 가장 많이 가는 자리다. (슈니의 잠실야구장 자리 추천 글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역시나 경기가 매우 잘 보였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는 물론 부산 사직야구장에도 팬들이 많이 찾지만, 수도권 경기에도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부산 사직 야구장은 ‘사직 노래방’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팬들이 열정적인 걸로 유명한데, 잠실야구장에서의 롯데팬들 또한 너무나도 열정적이었다.
이날 경기는 선발투수 롯데 스트레일리와 엘지 이민호의 엄청난 투수전이었다. 이 말인즉슨, 타선의 활약이 미비했다는 것. 이대호 선수는 이날 네 번 타석에 섰지만, 한 개의 안타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느낀 롯데 팬들은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롯데 팬들은 1회부터 9회까지 쭉 일어나서 응원을 하며 이대호의 이름을 외쳤다. 살면서 처음으로 외쳐본 대~호 응원은 뭉클함이 느껴졌다. 롯데 팬들의 메아리는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롯데는 다른 구단들과 비교해 보면 구단 응원곡이 정말 많았다. 매 회마다 부르는 곡이 달랐다. 이렇게 응원곡 많은 구단은 처음 봤다. 이 많은 응원곡을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일어나서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며 뭐랄까…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팀 선수였던 안치홍의 타석 때, 그의 응원가를 부르며 롯데의 안치홍을 외치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ㅠㅠ 내가 왜 여기서 롯데의 안치홍을 외치고 있냐고..ㅠㅠ
경기는 1 대 0으로 엘지의 승리로 끝났다. 기아 팬의 입장에선 엘지가 이기는 것이 유리한 경기였지만, (롯데가 기아를 3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 응원석에 앉아있으니 롯데 팬에 빙의하게 되었는지 열심히 롯데를 응원하고 왔다.
매번 TV로만 들었던 ‘안타 쌔리는’ 전준우 선수의 응원가, 듣기만 해도 신나는 한동희 선수의 응원가. 많은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의 경기에 직관 가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조선의 4번 타자의 경기를 직관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앞으로 또 이런 선수가 언제쯤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한국 프로야구에 남긴 엄청난 업적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지나가던 기아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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