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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라, 독대 콘텐츠로 : 유튜브 1대1 대면 콘텐츠 리뷰

CULTUR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1. 9. 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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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시대. 유튜브 시청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흰지다. 오늘도 퇴근 후 벌러덩 누운 나의 불쌍한 육신. 오갈 데 없는 나의 두 눈 또한 항상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갈구한다. 근데 요즘, 유독 많이 보이는 유튜브 썸네일 유형이 있다. 바로 단 둘이서 대면하고 있는 모양의 투샷이다.


유튜브 시대의 모토는 나의 유행이 너의 유행은 아니다 아니던가. 내가 구독하는 채널에 따라 따라가는 팔로잉 수에 따라 내가 느끼는 유행은 곧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유행이 아닐진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사적인 대화를 주제로, 클로즈업 촬영한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일까. 자기가 딛고 선 세상보다 더 넓고 많은 견문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인터넷이며, 랜선이며, SNS이고 유튜브일진데. 왜 사람들은 다시 11 커뮤니케이션으로 회귀하려는 것일까. 그 대화를 포착하는 유튜브 채널들은 과연 어떤 것을 담고자 그 많은 영상들을 찍었을까. 최근 흰지가 구독하기 시작한 채널들을 살펴보자.

아이와 어른의 독대. “채널 ODG”

그 유행의 선두주자로 나는 (글을 쓰고 있는 2021 9 13일을 기준으로) 구독자 수 276만명, 동영상 115개로 인기를 끌고 있는 ODG 채널이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지를 어린 아이가 말했을 때 발음할 오디지로 이름을 삼은 범상치 않은 채널. 채널은 가수와 아이, 아이와 아이 등 여러 유형의 대화 영상이 존재하지만 나의 이목을 끈 것은 직업을 가진 어른들과 아이들의 대화였다. 그 직업들은 보통 남에게 보여지는 가수, 배우 등으로 어른들은 자기가 맡은 배역을 충실히 연기하기도, 혹은 자신의 직업적 특성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나, 자신의 업을 설명해주는 아이돌. 혹은 자기가 가진 커리어와 실력으로 아이들의 언어를 가사나 작곡 등으로 다듬어주는 과정까지. 오디지의 컨텐츠는 아이의 시선으로 본 어른의 세상일 뿐만 아니라 어른의 세계와 충돌하는 아이들의 내면 그 자체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소품이 거의 없는 빈 화면 속에 던져져서, 어른들의 세계를 보고 익히며 혼란스러워 하기도 혹은 재밌어 하기도 한다. 그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세계를 대하든지 간에, 아직 성장 중이며 머리가 닫히지 않는 아이들은 본인들의 방식으로 어른들의 언어를 익혀본다. 그리고 본인들만의 방법으로 소화해낸다.


세븐틴에게 사인하는 법을 배운 아이가 적은 저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ps는 어딘가 귀엽고 뭉클하며, 자기가 맡은 배역을 연기하다가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쏟는 배우 전도연과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은 어딘가 그립고 따뜻하다. 오디지의 콘텐츠.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우리는 11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켜본다. 바로 옆에서 대화를 엿듣는 이 기분. 채널 ODG의 콘텐츠들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소통하며 결과물 또는 과정 그 자체를 나누는 방식 그 자체이다. 평소 우리들은 우리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어떻게 살아왔는가, 에 대한 일상이자 일생을 되묻는 일이기도 하다. 

내 자녀의 최애와의 독대, “안녕 자네"

안녕 자네는 채널 헤이뉴스에서 2021 7월부터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안녕, 자네가 OOO인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돌 덕질을 하는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의 최애와 독대한다는 흥미로운 포맷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 자녀의 덕질에 대해 타박과 핀잔만 주었지, 정말 내 앞에 선 연예인을 두고 부모들은 어색함에 동공지진 한다.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모르는 건 팬의 부모님 앞에선 연예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말 상견례를 방불케하는 이 흥미로운 화면 안에 끼어든 건, 아이돌에 대한 주접으로 가득 찬 자녀의 편지를 부모가 아티스트에게 읽어주는 일이다.


자녀가 가수를 좋아하는 행위 자체를 바라보는 일과, 자녀가 직접 써내려간 팬레터를 소리내어 읽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귀여움을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사랑스럽고 귀여운까지 써있는 문장을 읽고 어후 진짜’… 한숨을 쉬기도 하고 잘 몰랐던 덕질용어가 나올 때 되묻기도 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평소 미디어에 잘 비춰주지 않았던 그 세대의 또 다른 신선한 모습이다.

그걸 독대하며 직접 듣는 아티스트의 반응 또한 흥미롭다. 남들에게 마음껏 자신을 보여주는 업을 가진 이들인지라 팬의 부모님 앞에서도 노래며 춤을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읽어내려간 편지가 깊어질수록 부모님들이 아이돌을 보는 시선은 점차 달라지기 시작한다.


편지에 이입한 것을까. 아니면 직접 독대한 가수가 마음에 든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재생목록 안녕 자네를 죽 훑으니 공통적으로 나오는 반응이 있더라. 팬의 문장에 응답해서 자신의 데뷔초 일화를, 혹은 자신의 인생관, 경험담 등을 풀어내는 아티스트를 보며 이래서 좋아했구나 팬의 감정에 이입하고 이해하게 되는 부모님 세대의 표정이며 태도들이다.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부터 편지 속에 담긴 문장들은 더 이상 주접이 아니며 누군가를 좋아하는 행위도 더 이상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게 된다. 안녕자네의 독대는 평소 핀잔만 주기 바빴던 내 자녀의 최애를 마주하는 일이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이란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임을 상기시켜준다. 

눈 마주침이 어색하다면 텍스트는 어때? "톡이나 할까"

다 같은 의사소통이라지만 전화가 문자보다 어색한 이들이 있다고 한다. 텍스트로 정제된 언어를 주고 받는 편이 마음이 더 놓인다든가. 말로는 못 다 전할 진심을 글로나마 적어보내는 예능.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MC 김이나를 주축으로 카톡을 주고 받는 11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다.

카톡 메시지부터 조회하면 사라지는 1 표시, 이모티콘이면 이모티콘, 사진이면 사진. 보내고 받는 이들의 메신저 UI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카톡 예능은 화면비율까지도 핸드폰에 최적화된 세로다. 배경과 피사체를 한 눈에 담는 가로형 화면과는 달리, 오로지 폰을 든 인물만을 조명한 세로화면 비율은 카톡을 주고 받는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하기에 더욱 용이하게 만든다.

톡이라는 매체를 통해 MC 김이나는 배구선수 김희진부터, 만화가 주호민, 배우 박은빈 등 여러 인사들과 소통한다. 메신저란, 어쩌면 말로 주고 받는 오프라인 대화보다도 더 본인의 평소 말투가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기의 분야에서 이미 출중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그 유명한 인사들이 짧게 혹은 긴 문장으로, 각기의 습관이 담긴 이모티콘 혹은 줄임말을 써가며 본인의 취향과 스타일을 여실히 드러낸다.

김이나는 작사가 답게 상대방들의 대화주제나 이야기를 탁월하게 이끌어가는데, ‘톡이나 할까의 세로화면은 클로즈업 된 표정이나 의자 등받이에 기대거나 뗀 등으로 시청자들을 이끈다. 이쯤 글을 읽었다면, '톡이나 할까'의 커뮤니케이션 안엔 비단 텍스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것이다. 톡을 나누는 섬세한 신체 커뮤니케이션이 있고, 정말 미묘한 차이의 웃음 혹은 울음 안에 우리는 종종 타인과 카톡을 나누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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