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게 주말농장을 가꾸고, 집에서 식물 돌보기를 즐기는 나 슝슝은 자칭 타칭 초보 농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나에게 딱 어울린다며 <정원 만들기>라는 전시를 추천해 줬다. 찾아보니 마음에 쏙 들어 바로 예매하고 회현역 피크닉으로 향했다.
회현역 3번 출구로 나와 오래된 골목에서 찾은 피크닉의 후문. 건물 사이 좁은 골목길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법하다. 후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를 반겨줬다. 지하 피크닉 숍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다.
<정원 만들기>는 100% 예약제이기 때문에 꼭 미리 예약한 뒤 방문해야 한다. 주말은 최소 2주 전에는 예약해야 원하는 시간대에 방문할 수 있다. 티켓과 팸플릿을 받고 전시장 입구로 갔다. 입구에서 QR 체크인과 체온을 잰 후 입장할 수 있었다. 2층과 3층은 사진촬영 금지이고, 1층과 4층은 무음으로만 촬영이 가능하다.
입장해서 제일 처음 만난 작품은 거대한 채소들이었다. 당근, 배추, 양파, 파프리카, 비트 등 각종 채소들이 아주 큰 크기로 나를 반겼다.
이 생명체들은 춤추는 듯 살랑살랑 움직인다. 조명이 꺼지고 바람이 빠지면 추욱 쳐졌다가 금세 활력을 되찾는다. 죽는듯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전시를 보고 밖으로 나오면 아주 큰 무가 반겨준다. <정원 만들기>라는 전시에 맞게 피크닉 곳곳에서 식물을 볼 수 있다. 1층과 4층엔 도심 속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1층의 <어반 포레스트 가든>은 도심 속 원시림 정원이다. 도심에선 보기 어려운 식물들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 요새 고사리에 관심이 많은데 고사리가 눈에 계속 보여 반가웠다.
2층과 3층은 정원가와 정원과 관련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제일 흥미로웠던 건 정영선 조경가의 작업물과 그녀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였다. 정영선 조경가는 사람들이 자연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고 하셨다. 정영선 조경가의 자연, 조경에 대한 태도에 많은 공감을 했다.
전시 막바지에 다다르니 나만의 정원을 가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마침 바닥에 체크리스트가 나타난다. 대답을 따라가다 보면 나와 어울리는 <나의 한평 정원>이 나타난다. 나의 정원을 가꾸게 된다면 어떤 방식이 어울릴지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이번 전시의 가장 마지막은 정영선 조경가가 꾸민 옥상 정원이다. 도심 속 옥상 정원에 여러 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조경가의 눈길과 손길이 닿아있다는 걸 알고 나니 쉽사리 지나칠 수 없었다. 한참을 옥상 정원에서 머물렀다.
전시가 끝나고 지하 1층 숍 피크닉으로 내려가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숍 피크닉은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전시장에서 봤던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달력이 눈길을 끌었다. 공간 자체가 예뻐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시장 창밖으로 봤던 풍경을 다시 보고 싶어서 1층으로 올라왔다. 언덕과 그 옆에 있는 유리온실, 피크닉 곳곳이 예뻐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다고 하는데 다음번엔 피크닉에서 식사를 해보고 싶다.
나는 주말농장을 하면서 자연이 주는 기쁨과 슬픔을 느껴봤다. 자연을 통해 느낀 기쁨, 슬픔, 위로가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식물을 키우고 있고, 주변에 식물 키우기를 권유하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이번 전시가 참 와닿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흥미로운 전시와 아름다운 공간 덕분에 피크닉에 머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가드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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