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드디어 오늘이 내 로망이었던 '경주에서 자전거 타기'가 실현되는 날이기도 하다. 날씨가 더워도 괜찮으니 비만 안 오길 바랐으나 애석하게도 아침부터 비 예보가 있었다. 다행히도 비가 아직 쏟아지지 않아 체크아웃하고 황리단길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전에 황리단길에서 아침 겸 점식 식사를 해결했다. 자전거를 빌리러 가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는 수없이 근처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제발 비가 그치길 바라면서 커피를 마셨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미리 알아봐둔 황리단길 자전거 대여점으로 갔다. 황리단길에서 시작해 첨성대가 있는 역사유적지구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경주 곳곳에 전동 삼륜차가 많이 보여 타고 싶었지만 내 로망을 위해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자전거는 2시간에 5,000원으로 빌릴 수 있었다.
처음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서면서 놀란건 골목마다 차가 꽤 많이 다닌다는 거였다. 특히 황리단길과 그 근처 골목은 차가 끊임없이 다녀서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타기 어려웠다. 조심히 자전거를 타며 대릉원 뒷골목을 따라 정문 쪽으로 향했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경주역사유적지구에 온 이유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릉원은 자전거 출입 금지다.) 그리고 자전거 타기 좋아 보여서다. 전날 밤 첨성대를 보기 위해 왔을 때 우연히 비단벌레 전기 자동차를 봤다. 이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자전거 타기 좋아 보이고, 코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비단벌레차 코스를 따라가기로 했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길은 내가 갔던 자전거 코스를 표시한 지도다. 왼쪽 상단 하트 부분이 자전거를 빌린 곳이고 중간쯤 하트 부분이 비단벌레차 매표소다. 난 매표소부터 비단벌레차 코스와 비슷하게 움직였다. 만약 시간 여유가 더 있었다면 동궁과 월지나 국립경주박물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될 것 같다.
잠시 첨성대 앞에 멈췄다. 어젯밤엔 형형색색 빛 때문에 내가 아는 첨성대의 느낌이 잘 안 났는데 이제야 첨성대를 보는 느낌이다. 왠지 모르게 십몇 년 전 수학여행이 떠오른다. 처음 첨성대를 봤던 그날도 날이 흐렸던 것 같은데... 날이 흐려 아쉽지만 낮에 보니 더 반가웠던 첨성대였다.
본격적으로 유적지구 한 바퀴 돌기를 시작했다. 첨성대를 지나 고분군에 왔다. 내가 바라던 바로 그 풍경인데 날이 너무 아쉽다.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바로 경주계림이다. 바람을 맞으며 달리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계림 옆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계림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고민하다가 왼쪽 길로 들어서니 월정교가 나타났다. 도착하니 마침 비구름이 걷혀서 밝고 시원하게 월정교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고요하게 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마지막 코스인 교촌 한옥마을에 갔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자전거로 돌아보니 5분 만에 다 볼 수 있었다. 월정교와 교촌 한옥마을은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첨성대 쪽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전에 자전거를 반납하기로 하고 황리단길로 돌아갔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나니 뭘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비는 조금씩 내리고 커피는 먹고 싶지 않고... 그냥 황리단길 구석구석 걸어보기로 하고 발길 가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 온 곳은 유명한 카페가 있는 골목이었다. 역시 카페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예쁜 가게 풍경에 들어갈까 고민했는데 정말 커피를 먹고 싶지 않아서 외관만 둘러봤다. 조금 더 걸으니 다방 콘셉트의 카페도 나왔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감탄이 나왔다.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골목마다 예쁘고 특이한 카페들이 많이 있어서 구경만 하는데 시간이 훌쩍 지났다.
황리단길 메인 골목으로 나오면 식당도 많지만 간단하게 먹을 간식도 많이 팔고 있다. 그중에 눈에 띈 십 원 빵. 10원짜리 모양의 빵인데 오징어 향도 나고 치즈가 들어있어서 출출한 배를 달래기에 딱 좋았다.
황리단길엔 소소한 상점들도 많았다. 셀프 스튜디오도 있고 소품 숍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중 들렀던 기념품 숍은 귀엽고 특색 있는 경주 기념품이 많이 있어서 좋았다. 귀여운 고분 키링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왔는데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이제 경주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빈손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경주의 명물 황남빵을 구매했다. 끼리 크림치즈 맛도 있어서 크림치즈 맛과 오리지널 한 상자씩 구매했다. 우리 집에선 크림치즈 맛이 인기 폭발이었다.
황남빵을 구매하고 간단하게 식사하기 위해 교리 김밥 황리단길점에 갔다. 교리 김밥이 정말 유명할 땐 한참 줄 서서 먹어야 했다고 하던데 바로 포장할 수 있었다. 신경주역에 도착해 바깥에서 김밥을 먹었는데 짭짤하고 고소한 게 라면이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시간이 있으면 매장에서 먹는 걸 추천한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경주 여행이 끝났다. 경주에서 자전거 타기라는 로망을 이루기 위해 들른 경주, 비록 빗속에서 자전거를 타야 했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이맘때의 경주는 온통 초록으로 가득하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도, 그냥 걷기만 해도 행복하다. 내가 느꼈던 경주의 포근함을 부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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