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같은 건 남의 나라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친구들을 모집하고, 카라반을 예약하고 ‘떠난다’라는 생각에 한달 내내 들떠있기만 했던 이내. 내 생각에도 이러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겼지만 오히려 그런 새로움이 들뜬 마음을 지속시켜줬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나는 떠난다.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날씨에 좋은 친구들과 일상을 떠나서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내가 갔던 곳은 이천의 테르메덴이라는 곳이다. 온천도 풀장도 있고 또 카라반 구역도 같이 있는 곳이었다. 수원에서 이동해서 이동시간이 한 시간도 안 걸렸고 주차장도 깔끔했다. (TIP 맨 처음에 나오는 주차장 말고 한 번 더 올라가야 함, 표지판이 조금 헷갈리게 되어 있음) 그리고 사무실이 주차장에서 올라가 안쪽에 있어서 먼저 그곳에 가 체크인하고 앞에 놓여있는 빨간 짐수레? 같은 걸 끌고 와서 짐을 옮겼다. (짐수레가 깨끗하진 않았음, 그래서 애초에 짐을 박스 같은데 싸서 오는 걸 추천)
우리는 카라반만 이용했고 A~F존 중 C존을 이용했다. 주차장과 가깝다는 A,B존은 냄새가 좀 난다는 후기를 봤고 좀 더 걸어서 올라가는 E존이나 D존은 우리 체력상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나마 풍경도 괜찮다는 C존으로 예약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C존에서의 풍경은 풀장만 보이는 획기적인 뷰였다.(실망)
더군다나 C존 안에서 자리를 랜덤으로 배치해주는데 분명 다른 자리들이 비어있는 시점에 우리가 도착했음에도 화장실 바로 뒤에 풀장만 보이는 뷰에 배치되어 혹시 자리를 바꿀 수 없냐고 물어봤는데 안 된다고 칼차단ㅠㅠ. 이런 점을 유의해서 숙소 zone을 정해야 할 듯. 그래도 자리 배치에 비해선 냄새도 안 났고 카라반 안 시설이 깔끔하고 식기들이랑 컵도 많고 은근 자리도 넓어서 정말 잘 놀고 왔다.
홈페이지 안에서, 리뷰 글 안에서만 보던 카라반에 들어가 보니 걱정했던 것 보다 공간이 넓었다. 4명이서 예약했는데 아예 바깥에 천막 같은 게 쳐 있어서 더 편하게 먹으려면 밖에서 먹을 수 있었다. 전기 그릴을 대여 (대여비 만원) 해주고 카라반 안에 주방 시설이 다 있기 때문에 그냥 해서 날라도 된다. 우리는 고기를 구울 생각이어서 대여를 했지만.
그리고 침대 공간이 따로 있고 쇼파로 되어있는 공간을 조절하면 침대 형식이 되기 때문에 4명이서 자기 딱 좋았다. 샤워 시설도 1인 부스처럼 잘 되어있었고 화장실이 생각보다 좁았는데 침대 문을 닫고, 화장실 문으로 바깥통로를 차단한 채 샤워실과 화장실 통로를 연결해서 쓰니까 넓게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냉장고가 컸는데도 우리가 사간 음식들이 많아서 꾸역꾸역 테트리스 해 넣었다.
그렇게 카라반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모기향부터 바깥, 카라반 안, 침대 쪽 이렇게 세 군데에 켜놓고 식기를 닦고 바로 음식을 해먹었다. 그날 하루 종일 우리는 “너무 좋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이 시국에 너무 오랜만에 일상을 벗어난 휴가를 온 게 좋았는데 카라반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고 편한 의자에 앉아서 먹으니까 더 좋았다.
아무래도 호텔이나 숙소를 가는 것보다 직접 요리를 하고, 짐을 옮기고, 자리 정리를 수시로 하며 손이 많이 가는 게 피곤하다는 생각을 예전엔 많이 했다. 더군다나 생각과 다르게 뷰가 이상하다거나 하는 좋지 않은 점들도 생기긴 했었다. 하지만 그걸 다 덮고도 이런 동작이나 움직임들이 있는 게 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혹은 활동적이고 얘기거리가 자동으로 생긴다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다. 수고스러움이 주는 묘한 행복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가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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