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악 평론가는 이 밴드의 앨범을 듣고 “ 평온하고 차분하다가도 곡의 전압을 쭉 끌어올리면서 찌릿하고 강렬한 청취 경험을 던져주는 음악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평론가의 귀를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이 화려한 수식어의 주인공은 유니의 최애 밴드 호피폴라이다.
아이슬란드어로 물웅덩이에 뛰어들다는 뜻을 가진 호피폴라 밴드와의 첫 만남은 JTBC에서 하는 음악 경연 '슈퍼밴드'로부터 시작된다. 무료했던 그날 아침, 나는 우연치 않게 호피폴라의 'Wake Me Up' 무대를 보게 되었다. 천천히 호흡을 맞춰가며 하나의 사운드로 뭉쳐지는 아름다운 합주, 무대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내 밴드를 발견했다는 짜릿함을 느꼈다.
내가 호피폴라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밴드이면서도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드럼과, 베이스가 없다는 사실이다. 슈퍼밴드에 참여자들은 최강의 밴드 결성을 위해 여러 명과 합을 맞춰보아야 했다. 그중 보컬, 피아노의 아일, 보컬과 기타의 하현상 그리고 첼리스트 홍진호와 기타리스트 김영소가 뭉친 밴드가 바로 호피폴라. 그들의 파격적인 시도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고 멤버들의 단단한 결속력은 수많은 덕후를 생성했다. 그 결과 슈퍼밴드 시즌 1의 초대 우승자가 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호피폴라의 밴드 구성에 대해서 프런트맨(밴드의 리더)인 아일은 슈퍼밴드 우승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드럼의 부재 등을 걱정하실 것 같은데 저희가 기본 악기들로만 구성돼 있지만 미디(MIDI) 음악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디지털 소리를 쓰지 않겠다는 밴드는 아니다"라며 "여러 소스를 섞어서 더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도 홍진호의 첼로를 두들기며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거나 김영소의 핑거스타일 주법(기타를 두드리고 현을 튕기며 리듬감 있게 치는 기타 연주법)으로 리듬을 첨가하는 시도를 한 적이 많다. 드럼이 첨가돼야 할 때는 녹음에 객원 멤버를 영입하면서 밴드의 구성에서 꽤나 자유로운 것이 특징.
이런 다양한 시도와 음악에 대한 확고함과 사랑은 많은 호퍼(호피폴라 팬의 명칭)를 모이게 만들었고 그 결과, 2019년에 성공적인 데뷔 후 많은 사랑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는 밴드가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호퍼들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란 호피폴라는 지난 1월 20일 2번째 미니앨범 ‘And Then There Was Us’를 발표했다. 총 8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선율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가진 록발라드 장르의 타이틀 '너의 바다'를 비롯해 첼로 연주가 돋보이는 ‘Where Is’, 쓸쓸한 감성을 자극하는 ‘The Love’,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락 장르의 ‘Unnatural’, 가슴 저미는 발라드 ‘Mom’, 어쿠스틱 기타와 아름다운 첼로 선율이 담긴 연주곡 ‘유랑’, 히든 트랙 ‘And Then There Was Us’, ‘너의 바다(Inst)’가 수록되어 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너의 바다'를 처음 들었던 저녁에 나는 이번 앨범에서 호피폴라가 정말 자신의 색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인터뷰 그리고 무대에서 아일이 얘기해왔던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편안한 사운드로 이뤄졌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아일의 탄탄한 음색과 하현상의 어린 왕자와 같은 유니크한 음색은 단단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처연하게 들린다. 여기에 홍진호의 감미로운 첼로 선율과 리듬과 밴드 색을 첨가하는 김영소의 기타 그리고 유니크함을 전달하는 아일의 피아노까지. 그들의 음악은 내 깊은 마음속 나 자신을 마주 보게 만들고 위로한다.
이런 점이 내가 그리고 많은 호퍼들이 호피폴라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들은 슬픔을 포장하지 않고 기쁨을 증폭하지 않는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한다. 마주 본 내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이해하게 하는 힘, 그게 밴드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녹음하는 현장을 기록한 LOG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소리가 담길지, 더 따뜻한 음색으로 전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의견 나누기가 이뤄지는 점을 보고 더욱 확신이 생겼다. 그들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통해서 감동과 위로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살얼음이 쌩쌩 부는 아직 추운 밤, 호피폴라는 너의 바다에 잠겨 함께 걸어가겠다는 사랑스러운 위로를 건네주었다. 이런 아름다운 마음과 음악은 늘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어준다. 겨울비 내리는 날 부디 자신들을 기억해 달라는 봄을 닮은 4명의 청년들이 언제나 호퍼들 그리고 나의 곁에 오랫동안 있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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