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가 아이돌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건 좋아하는 아이돌이 생기고 나서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몸 담고 있는 곳이 어떤지 알고 싶어 정보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돌의 생리에 대해서 알게 됐고 굉장히 치열한 곳이라는 걸 여러 사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사실 나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직함이 굉장히 불편했다. 내가 그들의 노력을 평가한다는 것이 조금은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요즘 주의 깊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CJ ENM과 빅히트의 합작 법인 빌리프랩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I-LAND'(이하, 아이랜드)이다. 표면상으로는 기존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른지 모른다. 그저 흔한 경쟁 프로그램과 같을 것이다 생각하고 맛보기만 할 심사로 가볍게 1화를 시청했다.
1화를 보고 느꼈던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면 '이거 200억 들였다는 세트 자랑 아닌가', '데뷔할 실력은 아닌 것 같아' 이 두 가지로 함축할 수 있다. 나온 아이돌 지망생들의 실력이 여태 내가 알고 있던 그런 지망생의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러고 나서 너무 황당해 프로그램의 취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납득이 갔다.
아이랜드는 흔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이 아니다. 실력이 출중한 아이돌 지망생들이 데뷔로 가기 위해 치열한 개인 경쟁을 펼치는 것과 달리 아이랜드는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랜드 제작 발표회에서 방시혁 피디는 프로듀싱 방향을 "참가자들이 경쟁에 매몰되고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는 수동적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잡았다.
솔로가 아닌 이상 아이돌은 그룹으로 묶여 활동하게 된다. 개인들의 매력 어필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팀을 위하는가, 그리고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때문에 아이랜드의 과제는 모두 협동심, 믿음이 밑바탕 되어야만 가능한 것들로 구성되었다. 과제의 평가를 개인의 평가 합산으로 총 평균을 내고 그에 따라 데뷔조에서 몇 명을 그라운드(아이랜드 2군, 그라운에 있는 이상 데뷔 기회를 잡을 수 없다.)로 착출시킨다. 그 결정은 모두 아이랜더들이 투표를 통해서 이뤄진다. 각자 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선택의 무게를 견뎌낸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각 개인들의 성격 파악,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풀어가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새로운 느낌의 생존,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닌가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앞으로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런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지금 아이돌의 육성 프로그램들은 각 소속사들마다 최선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춤도 노래도 열심히 프로그램대로 따르면 어느 정도 향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성품, 협동심과 같은 문제는 경험 그리고 이해를 통해서 형성이 된다. 개인이 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팀 전체가 잘 되는 것이 결국에는 개인들의 매력 발산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아이랜더들은 배우고 있는 것이다.
총 23명의 아이랜더들의 평균 나이는 만 17세이다. 미성숙한 나이, 이제 막 고 1이 된 아이들이다.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나이 때문에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깜짝 놀란 선택은 희승이 1차 평가를 마치고 협동심을 알아보는 불타오르네 무대에서 개인적인 평가에 집중해야 된다고 말한 것이었다. 프로듀서에게 한 소리를 듣고 고치긴 했지만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방송을 보던 중간 "그거 아니야!" 하고 외쳐버리게 만든 선택. 이런 점이 아이랜드의 매력이다. 정말로 내가 성장을 지켜보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 한 멤버 한 멤버 어떤 부분에서 욕심을 보이는지 그리고 그것을 잘 해냈을 때의 대견함이 느껴진다. 아이랜드는 그렇게 나를 어미로 만들었다.
23명 모두가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데 그중에서 한 멤버를 굳이 꼽자면 다니엘을 칭찬하고 싶다. 보컬에 대한 욕심, 표정, 무대를 본인이 이끌어 가고 싶어 하는 모습, 열심히 노래를 준비하는 모습, 그라운드에서 자신과 함께 준비한 친구가 올라갈 때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 등 나는 15살의 다니엘에게 치열함과 다정함을 느꼈다. 꿈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져 또 과몰입 하게 만든다.
특히 17일 날 방송된 아이랜더 대 그라운드 무대에서 그라운드에 있던 다니엘은 방탄소년단의 SAVE ME 무대를 꾸몄다. 노래 댄스로 나눠 대표를 선정해 무대를 꾸미는 과제였는데 다니엘은 노래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전 불타오르네 무대를 하고 나서 목 상태가 좋지 않아 자신의 특기인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때문에 노래 대표 자리에 발탁되지 못하고 남 몰래 연습을 해왔다.
이후에 프로듀서가 방문해 다시 한번 재정비를 가질 때 다니엘은 자신이 연습한 실력을 가감 없이 뽐냈다. 그렇게 다니엘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기회를 잡아 대표로 서게 된 것이다.
소소한 감동이 밀려왔다. 처음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던 멤버였는데 어느 순간 눈에 보이게 됐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했고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점에서 크게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한 명 한 명씩 팀에 융화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특기를 가꾸고 자발적인 노력을 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새로운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인 아이랜드가 추구하는 바이다. 계속 보다 보니 멤버들의 케미도 살짝씩 보이는 듯하고 처음보다 늘어나는 실력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이다.
이제 아이랜드는 시즌 1의 최종 글로벌 투표를 앞두고 있다. 만약 아직 아이랜드를 보고 있지 않거나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프로그램의 취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앞으로 남은 무대를 어떻게 마무리 짓는가에 따라서 나의 선택도 달라질 것 같다. 외부 참관인 등 공정한 투표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 하니 자신의 소중한 투표를 한 번 선사하는 것도 좋겠다.
8월달에는 시즌 1에서 선정된 아이랜더들이 다시 한 번 심사를 통해서 최종 데뷔조에 들기 위한 생존게임을 시작한다. 아이랜드가 맘에 들었다면 시즌 2까지도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아이랜더들, 아직 인생은 기니 앞을 향해 전진하길 바라며 남은 무대들을 무사히 잘 해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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