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내는 디즈니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굳이 영화관에서 봐야 해? 가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친구에게 이끌려가서 본 '슈렉'이 깨준 후 나는 디즈니는 물론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영화관을 찾는다. 장마가 오는 듯 꿉꿉한 날씨에 사무실에서 졸지 않기 위해 얼음을 씹다 보니 겨울왕국이 떠올랐다. 엘사, 필요해요.
겨울왕국은 2013년에 디즈니에서 나온 애니메이션이다. 모두가 아는 Let It Go와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을 부르며 자란 아이들이 벌써 최소 8살이 되었다. 초등학교를 입학해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나온 겨울왕국2 모두가 Into the Unknown을 또다시 불렀다. 이제 얼음 여왕이라고 하면 엘사만 떠오르는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친숙하게 듣던 얼음 여왕 이야기가 있다. 어디서 시작했는지 무엇이 처음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여러 갈래 변형된 이야기. 이 이야기의 원형은 한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 동화다.
겨울왕국은 '눈의 여왕'이 모티브가 된 이야기다. 간단하게 눈의 여왕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사이좋게 지내던 소년, 소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모든 게 나쁘게 보이는 얼음조각이 소년의 심장과 눈에 박히고 눈의 여왕이 소년의 가족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소년을 데려간다. 소녀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얼음 궁전을 찾아가고 소년을 구해낸다. 철저히 이 동화에서 눈의 여왕은 악역이다.
물론 눈의 여왕과 흡사한 겨울왕국의 엘사도 처음에는 악역으로 기획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계획이 계속 수정되어 가면서 엘사가 지금의 스토리와 비슷하게 안나에게 구원받는 캐릭터로 변하고 악역인가? 하는 혼돈 속에 있었다. 그 후 Let It Go가 완성되고 이런 곡이 있는 캐릭터가 악역일 수 없다 해서 지금의 선한 엘사가 되었다고 한다. 원래의 이야기대로 악역이 될뻔한 엘사는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겨울왕국의 엘사가 되었다.
엘사가 선한 역이 된 것도 재밌는 지점이지만 엘사는 디즈니 안에서 더 재밌는 점을 보인다. 디즈니에서 잘 볼 수 없는 공주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극에 등장하는 여동생 안나 공주를 보면 비교가 극명하게 된다.
1. 나 화내요.
디즈니 공주들은 언제나 긍정적이었고 발랄했다. 노래하면 새들이 움직이고 신나고 파티를 기대하고 꽃가루가 날렸다. 그러나 엘사는 아니다. 두려워하고 움츠러들고 파티를 기대하지 않는다. 화도 내고 날카로운 눈빛을 보낸다. 다른 사람들과 지내고 새로운 사람에 두근대는 안나와 달리 제 비밀이 들킬까 전전긍긍한다. 결국은 안나조차 거부한다. 안된다, 할 수 없다 강하게 말하고 노래하면 얼음이 얼고 어두운 감정을 드러낸다.
2. 왕자의 도움을 받지 않는 공주
엘사의 곁엔 왕자가 없다. 엘사가 등장 전, 공주들에겐 항상 '왕자님'이 존재했다. 하지만 엘사는 아니다. 그런 역은 안나에게로 돌아갔다. 안나는 사랑을 노래한다. 왕자를 찾고 왕자를 만나 사랑을 맹세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디즈니 공주는 아니다.
하룻밤에 사랑에 빠진 한스왕자의 본모습을 보고 왕자가 아닌 사랑, 크리스토프를 선택한다. 안나가 이런데 엘사는 어떨까? 아예 남자 자체가 없다. 엘사에겐 오직 어린 시절 즐거운 추억이 있는 사랑하는 여동생 안나밖에 없다. 하나 더 붙이자면 안나와 함께 만들었던 눈사람 '올라프'가 있을 뿐.
3. 진정한 사랑, 로맨틱이 다가 아니에요
진정한 사랑을 노래하던 디즈니는 항상 위기 극복이나 저주의 해결법은 왕자의 키스였다. 그러니 진정한 사랑은 곧 로맨틱한 사랑이었다. 인어공주 에리얼이 그랬고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의 벨이 그랬다. 그러나 엘사의 위기 극복법은 다르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쳐 자신을 똑바로 보고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안나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 어떻게 해도 컨트롤되지 않아 저주 같던 마법이 스스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사랑은 자매, 가족 간의 사랑이다.
+ 파란색 좋아요
엘사 이후로 핑크보다 파란, 일명 엘사 색이라고 하는 엘사의 드레스 색을 아이들이 더 많이 고른다고 한다. 파란색이나 하늘색으로 불리기보다 엘사색이라고 지칭되는 게 엘사의 영향력을 가늠하게 한다.
잔뜩 엘사 얘기를 하느라 다른 얘기들도 언급 못 했지만 음악 얘기를 안 하면 뭔가 '겨울왕국 안봤네'란 기분이 들 것 같아서 급하게 음악 얘기를 털어본다. 노래방에 가면 한 번씩 목이 터져라 질러봤을 Let It Go. 얼음을 쌓던 엘사의 손동작을 따라 하고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이라며 문도 아닌 곳을 낰낰 두드리게 만들었던 겨울왕국의 음악들이다. 나는 영화음악 앨범을 다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겨울왕국이 그걸 깨부쉈다. 영화가 없더라도 음악 홀로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많이 들었던 Let It Go의 원본을 무한으로 들으며 겨울왕국의 여운을 느낀다.
더우면 당연히 추웠던 때를 그리워한다. 이럴 거면 차라리 겨울이 나아하고 여름이면 한번 생각해본다. 그 생각을 겨울왕국 하나 켜놓고 이룬다. 여름에 생각지 못한 겨울 나라로 여행 가듯 그렇게 겨울왕국을 한 번 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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