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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거니즘 이야기 (부제 : 채식을 시작하며)

LIF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5. 3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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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어렸을 땐 강아지를 그렇게 좋아했었다. 지나가는 개를 보기만 해도 좋아했다. 물론 강아지도 키웠었다. 애지중지하던 강아지가 죽고 펑펑 울며 묻어줬던 기억도 선명하다. 초등학생 일 때 할머니 집에서 특별한 소고기국을 먹곤 했다. 이상하게 '그 국'이 나올 때면 어른들이 나서서 먹이려고 안달했다. 어느 날 사촌 언니가 그 국은 소고기가 아니고 '개 고기'라며 먹는 걸 거부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던 건 그때였다. ‘나는 엄청나게 개를 사랑하고 아끼는데, 그런 개를 먹는다고?’ 맛있게 먹던 국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난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 가까이 다가가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관찰하던 소 (사진=슝슝)
▲ 우리집 고양이들 (사진=슝슝)

 


난 여전히 개고기를 먹지 않고, 동물들을 좋아한다. 몇 년 전부터 고양이 두 마리와 가족이 되어 함께 지내고 있다. 고양이들과 교감이 깊어질수록 뭔가 이상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동물과 아주 가까이 지내면서도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 어떤 동물도 고통 없이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내가 마시는 우유는, 내가 먹는 계란이며 각종 고기에 어떤 고통과 희생이 담겨있는지도 말이다.

 

 

 

 

▲ 나의 비거니즘 만화 - 보선 (사진=슝슝)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던 때, 보선 작가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라는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책은 귀엽고 부드러운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데, 담긴 내용은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다. 비건의 일상부터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과 동물 착취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환경 보호와 에코 페미니즘까지 다루고 있다. 


제목에 쓰인 비거니즘이란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다. 동물을 착취할 여지가 있는 식품, 제품, 서비스 등을 거부함으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비건이라 한다.
비거니즘은 고기, 생선, 유제품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비거니즘은 삶의 반경을 넓히는 방향성이기에 실천방식은 무척 넓고 다양하며 (육식 줄이기, 분리수거, 기부, 동물 구출 등) 하나하나 모두 가치 있다. 작가는 "불확실한 실천이라도 의미가 있고, 불완전한 비건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한다.

 

 

▲ 나의 비거니즘 만화 - 보선 (사진=슝슝)



내가 책을 읽으면서 충격받았던 것은 우유의 생산 과정과 젖소의 삶이었다. 나는 젖소라는 품종이 따로 있고, 젖소에게 우유는 당연히, 항상 나오는 건 줄 알았다. 소가 임신한 상태여야 우유(젖)가 나온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소가 1살이 되면 인공적으로 임신을 시키고 송아지가 태어날 때까지 계속 우유를 생산한다. 출산 후 1~2개월 뒤 또 임신을 시키고 우유를 짜낸다. 약 3년을 임신 상태로 지내며 우유를 뽑고, 상품성이 떨어지면 도축해 고기로 만든다. 


소나 돼지가 태어나서 도축되기 전까지 좁은 우리에서 지내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피 생산 과정에서 잔혹한 도축 행위가 일어나는 것도 알고 있었다. 편하게 먹는 우유가 이렇게 소를 가혹하게 착취해낸 결과라니...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인간을 위해 고통받다 사라졌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불편해졌다. 

 

 

▲ 나의 비거니즘 만화 중 젖소의 일생 (사진=슝슝)

 


사실 책을 구매한지 꽤 됐지만, 한참을 열지 못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사실을 직면할 용기가 안 났다. 개고기는 안되지만 소고기는 괜찮아. 병아리는 귀엽고 소중하지만 치킨은 맛있어. 길고양이의 고단한 삶에 마음 아파하지만 농장 동물들의 고통에는 무심했던, 나의 모순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싶어졌다.

 

 

▲ 나의 비거니즘 만화 - 보선 (사진=슝슝)

 


나는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읽고 외면하고 있던 것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들과 마주 보니 오히려 더 깊게 생각하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실패가 무서워 채식을 시작하지 못한 나에게 용기가 생겼다. 작가의 말처럼 나와 우리 모두가 삶을 건강하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작지만 지속할 수 있는 '나의 비거니즘'을 시작하기로 했다.

 

 
슝슝의 비거니즘
1. 하루 한 끼 완전 채식
2. 가죽 제품 구매 지양하기
3. 플라스틱 줄이기


나는 위의 세 가지 다짐을 꼭 실천하려고 한다. 동물을 착취해 얻는 모든 것을 줄이기로 했다. 더 나아가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과 일회용 봉투 사용을 줄일 것이다. 특히 육식을 줄임으로 고통받는 동물이 줄어들길 바란다. 다른 존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비거니즘을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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