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알지 못하는, 농사와는 거리가 먼 슝슝이다.
2년 전,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본 이후로 "나만의 텃밭 갖기"란 새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상추 심을 화분 하나 들여놓지 못했다. 언젠가는 기회가 생길 거라 여기고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동네 친구가 주말농장에 관심 없냐며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리고 농알못 두 명의 주말 농사가 시작되었다.
농장 계약까지 마쳤다면, 어떤 농작물을 키우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가급적 초보 농사꾼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는게 좋다. 쌈 채소 종류는 무조건 심어야 한다. 특히 상추는 잘 자라기도 하고 종류가 다양하다. 청상추, 적상추, 먹상추 이 세 가지만 해도 텃밭이 꽉 찬 느낌이 든다. 여기에 치커리, 쑥갓 같은 채소도 추가하면 더 풍성한 쌈 채소 텃밭을 만들 수 있다.
의외로 키우기 쉬운 것이 감자와 고구마다. 감자와 고구마를 좋아한다면 텃밭 한편에 심는 것도 추천한다. 그다음으로 많이 키우는 건 토마토와 고추, 파, 가지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 위주로 선택하자. 그래야 애정이 더욱 생겨날테니.
우리 밭에는 상추, 치커리, 쑥갓, 방울토마토, 아삭이 고추, 가지, 딸기와 명이 나물을 심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가 허브 씨앗을 파종하고 싶어 했다. 씨앗부터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고 농장 사장님이 만류했지만 일단 한번 심어보기로 했다.
농장에서 4평짜리 밭을 배정받았다. 평평한 상태의 밭을 갈아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야 한다.
이랑은 작물을 심는 부분이고 고랑은 이랑과 이랑 사이의 움푹 들어간 부분이다. 작물마다 이랑 만드는 법이 다르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농사꾼은 농장 사장님의 도움을 조금 받았다. 사장님이 정석대로 잘 만든 밭을 참고하여 설명해 주셨다.
1 ) 섹션 나누기
어떤 작물을 심을지에 따라 이랑 만드는 법이 다르다. 감자나 고구마는 왼쪽 밭처럼 좁고 가파르게 흙을 쌓는다. 쌈 채소 등 일반적인 작물은 오른쪽처럼 넓고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감자를 심지 않을 예정이라서 4평짜리 공간을 넓게 세 부분으로 나눴다.
2 ) 고랑과 이랑 만들기
농장에 있는 농기구를 이용해서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준다. 직사각형 모양의 쇠가 붙은 밀개로 고랑 부분의 흙을 파서 이랑에 쌓아 올린다. 그리고 이랑에 마구잡이로 쌓아진 흙들을 고르게 펴는 작업을 해준다. 땅을 골라주고 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장자리를 살짝 높게 쌓았다. 배수가 너무 안돼도 문제라서 물이 빠지도록 한쪽을 터주는 게 좋다. 어느새 고랑과 이랑이 예쁘게 만들어졌다.
첫 번째 밭엔 쌈 채소 종류, 두 번째 밭엔 고추나 방울토마토처럼 지지대가 필요한 종류, 세 번째 밭엔 허브 씨앗을 파종하기로 했다. (씨앗 파종은 다들 말렸지만 이미 산 거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심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모종을 샀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물론 상태 좋은 모종을 살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니었다. 시들시들한 모종이 도착했고 농장 사장님이 이런 건 어디 가야 살 수 있냐며 한소리 하셨다. 그래도 일단 산거 심어보기로 했다. 흙에 심으면 살아날 수도 있으니… 모종은 눈으로 직접 보고 구매할 것! 근처 시장이나 농장에서도 판매하니 미리 알아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4평짜리 밭은 초보에게 적당한 정도의 크기다. 최대한 노는 땅을 만들지 않고 알차게 심기로 했다. 모종을 심을 때 간격은 너무 좁지 않게 해야 한다. 쌈 채소류 간격은 이 정도 가 좋다. 심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아준다. 호미를 이용해서 모종이 들어갈 만큼 땅을 판다. 뿌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고 흙을 덮어준다.
고추는 나중에 지지대를 세워야 해서 一 자로 심어야 한다. 쌈 채소 보다 넓은 간격을 두고 심어야 한다. 방울토마토도 위로 길게 자라나기 때문에 지지대를 둬야 한다. 고추와 비슷한 간격으로 심어준다. 아직 지지대가 필요한 단계는 아니라서 조금 더 자라면 세우기로 했다. 가지도 생각보다 크게 자라기 때문에 간격을 여유 있게 두고 심었다.
작물을 심고 나서 물을 줬다. 오늘 심은 모든 작물들이 물을 잔뜩 먹고 쑥쑥 자라주길 기도했다. 일주일 뒤에나 농장에 올 수 있는데 다음 주엔 어떤 모습을 하고 나를 반겨줄까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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