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 어느 순간부터 초록이들을 하나씩 늘려가는 중인 '화분 확대범' 유니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온 세상이 초록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런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을 하나 소개하려 한다. 바로 우리 집의 베란다의 작은 정원이다.
말로는 거창하지만 사실은 정원이라 해봤자 식물 몇 가지를 아주 정성을 다해 키우고 있을 뿐이다. 작년에 나는 시험에 낙방하고 새로운 것을 준비하던 취준생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무작정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초록색을 방에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내가 반려식물을 하나 들이게 된 계기다.
그 길로 무작정 집 근처의 원예농장을 방문했다. 그저 내 방에 하나 놓고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5월 8일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사면서 나는 한눈에 봐도 크게도 자랄 것 같은 '몬스테라'를 구입했다. 이름은 '몬몬이'로 지었다. 잎이 커다랗게 커질 때까지 키우겠노라 다짐하며 그 아이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들어왔다.
이름을 붙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햇빛도 보여주며 마치 레옹의 작은 화분처럼 애지중지하던 몬몬이었다. 하지만 초보 가드너 똥손인 나는 키우기 쉽다던 몬스테라를 죽이고 말았다. 원인은 과습. 너무 사랑한 나머지 물을 듬뿍 줘버린 것이다. 한 생명을 보내고서야 식물마다 다른 특징 다른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슬픈 이별을 맞이하고 한동안 허한 마음을 채울 수 없었다. 내가 이토록 식물을 보는 것을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강아지랑도 놀아보고 친구들이랑도 놀아보고 했지만 뭔가 내 눈에 초록색이 보여야 될 것 같았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필요했는지 그렇게 두 번째 반려 식물인 '홍콩야자'를 들여왔다. 이번에도 이름을 붙여줬다. '홍콩이'라고.
홍콩야자는 몬스테라와 함께 키우기 쉬운 관엽식물이다. '쉐프렐라'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반음지에서 잘 자라고 토양의 표면이 마르면 물을 흠뻑 주기만 하면 된다. 키우는 법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나 같은 똥손도 키우기가 좋다. 내가 키우고 있는 홍콩야자는 무늬 종이다. 절대로 병든 것이 아니다. 무늬가 있는 것이다.
이후 취업을 하면서 잠시 식물과 멀어졌던 나는 한켠에서 우직하게도 겨울에도 새순을 하나씩 내보내며 자라는 홍콩이를 한 번씩 쳐다보고 아주 가끔 흙 표면을 눌러보았다. 몬몬이랑은 다르게 얌전하게도 자라는 놈이 기특해 보이기도 했다. 무관심으로 한 한 달간 물을 주지 않았어도 잘 자랐다. "저렇게 살아야지" 무관심 속에서도 꾸준하게 자라나는 홍콩이를 보며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을 배웠다.
홍콩이에 대한 데면데면한 사랑이 절정에 달하니 작은 포트에 담겨 있는 홍콩이를 꺼내서 심어줘야 할 것 같았다. 허나 초보 가드너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냥 무작정 검색을 해서 식물뿌리의 숨에 좋다는 토분과 물빠짐을 위한 마사토, 그리고 분갈이용 흙과 삽을 샀다. 이 4가지는 가드너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키트라고 할 수 있다.
과습으로 잘 죽을 수 있는 식물은 배수층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배수층이 없는 화분과 만들어둔 화분은 천지 차이이다. 물빠짐이 어느 정도 적당해야 딱 필요한 만큼의 물만 흙에 남는다. 과습이 생기면 이파리가 떨어지거나 아니면 노랗게 뜨면서 죽어버린다. 온도, 습도, 흙의 상태 모든 것이 완벽해야 새순이 돋아난다. 은근하게 무관심이 필요하면서도 한 번 관리할 때는 빡세게 관리해 줘야 하는 것이 식물이다.
홍콩이를 분갈이해주고 가끔씩 들여다 봐주며 사랑을 쏟고 있으니 이제는 온 가족들이 한 번씩 돌아가며 홍콩이를 바라봤다. 엄마도 식물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은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홍콩이의 상태를 체크하고 빛을 보여주거나 물을 줬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고무나무 두 그루를 덜컥 가지고 돌아왔다. 엄마의 직장동료분께서 승진 선물로 화분을 하나 선물해 주시면서 집에서 키우는 고무나무를 물꽂이 하셔서 주신 것이다.
다행히 고무나무도 홍콩이와 마찬가지로 키우기 쉬운 식물이었다. 반양지를 좋아하고 햇빛을 충분히 볼 수 있는 곳에서 키우면 잘 자라난다고 한다. 고무나무도 물이 말랐을 때 흠뻑 주면 되기 때문에 여름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겨울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기로 물을 주는 것으로 정해두면 좋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니 이것이 엄마의 취미로까지 번지게 됐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엄마도 내가 하나씩 정성을 들여 잎을 닦아내주는 모습을 보고선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엄마랑 동생 나랑 다녀온 식물원이나 식물 카페만 해도 10곳이 넘는다.
원래도 엄마는 산을 좋아했고 꽃을 좋아했다. 엄마에게 내 식물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꽃을 선물하고자 마음먹었다. 날을 잡아 외출한 날 나는 엄마를 이끌고 화예원에 방문했다. 키우기 쉬운 꽃을 추천해달라 했고 생육 온도와 물만 맞으면 계속해서 피고 진다는 '재스민'과 '노블'을 데려왔다.
'브룬펜시아 재스민'은 4월부터 7월까지 계속해서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개화하고 6개월 정도 길게 꽃을 감상할 수 있어 보라색 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하나 들여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 재스민은 필 때는 보라색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질 때는 흰색으로 변하며 다채로운 색감을 뽐내기도 해 보는 재미가 있다. 브룬펜시아 재스민도 겉 흙이 마르면 물을 주면 되기 때문에 흙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많이 주면 과습으로 뿌리가 무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재스민의 가장 큰 장점은 방을 가득 채우는 향기이다. 재스민의 향기는 정신을 맑게 해주면서도 긴장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저 정도 크기의 화분이 온 집안을 다 채우고 있다. 꽤나 넓게 퍼지기 때문에 집에 따로 방향제를 둘 필요도 없다.
이 분홍 꽃은 다육식물인 '칼랑코에 노블'이다. 노블도 브룬펜시아 자스민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이다. 다육이 과인 노블은 물을 자주 주지 않고 한 번 줄 때 듬뿍 주는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 이처럼 식물을 고를 때에는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식물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한꺼번에 물을 주면 되기 때문에 관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초록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꽃들을 추가하니 엄마도 매일 같이 와서 들여다보며 관리하고 있다. 아파트인 우리 집 베란다에서 장갑을 끼고 앉아 흙을 만지고 식물에게 말을 건네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난의 잎을 쓸어주고 닦아내 줬나 보다. 칙칙한 집에 생명이 가득한 아이들이 들어와 집을 가득 채워주니 참 감사한 놈들이다. 인테리어로도 활용도가 만점이니 집안 구석 한켠에 반려 식물을 하나 들여놓는 건 어떨까. 당신과 당신의 집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초록색 자양강장제가 될 테니까 말이다.
글을 읽으신 분들이 고무나무의 이름을 붙여 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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