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등산에 푹 빠진 슝슝이다.
매일 비슷한 곳을 걷는 운동만 하다 보니 걷기 운동이 조금 지겨워졌다. 그러던 차에 친구와 광교산으로 등산을 가기로 했다. 사람이 적은 시간에 가려다 보니 아침 일찍 출발했고 상당히 피곤했다. 광교산에 들어서자 상쾌한 숲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파른 길을 걷다 보니 숨이 차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었다. 엄청 힘들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가 도는 느낌이 좋았다. 한 주의 스트레스가 땀과 같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 듯 개운했다. 그날 이후로 나와 친구는 등산에 푹 빠졌다. 우리의 일요일은 “등산”으로 시작하게 됐다.
수원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가봤을 광교산. 형제봉만 있는 줄 알았지만 광교산의 진짜 정상은 시루봉이다. 형제봉을 가봤다면 당연 시루봉도 가봐야 하는 것. 나는 형제봉을 다녀오고 나서 광교산의 모든 등산 코스를 가보기로 했다. 두 달 정도 주말마다 등산한 결과, 광교산의 웬만한 코스는 다 가봤다. 광교산은 다양한 등산 코스가 있는 만큼 본인의 체력에 맞게 등산 코스를 짤 수 있다.
초보 : 반딧불이 화장실 - 형제봉 - 반딧불이 화장실 (약 2시간)
중수 : 상광교 버스 종점 (다슬기 화장실) - 시루봉 - 상광교 버스 종점 (약 3시간)
고수 : 반딧불이 화장실 - 형제봉 - 종루봉 (비로봉) - 시루봉 - 상광교 버스 종점 (약 4시간)
등산 초보에 체력이 약하다면 초보 코스를 추천한다. 길이 완만한 편이라 부담 없이 쉬엄쉬엄 등산할 수 있다. 이 코스는 어린아이들도 많이 온다.
운동을 더 하고 싶다면 중수 코스를 추천한다. 상광교 버스 종점부터 시루봉까지 여러 길이 있다. 길마다 특징이 조금씩 다른데 원하는 길로 선택해 갈 수 있다. 초보 코스보다 더 가파르고 힘들다.
더 빡세게 오래 등산하고 싶다면 고수 코스를 추천한다. 반딧불이 화장실부터 상광교 버스 종점까지 코스로, 형제봉, 종루봉, 시루봉 모두 갈 수 있다.
나는 중수 코스를 선호한다. 초보 코스보다 사람이 적고 힘들어서 못 참겠을 때 등산이 끝난다. 그리고 종점부터 시루봉까지 세 가지 길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다.
13번, 13-1번을 타고 상광교 종점(다슬기 화장실)에서 내린다. 등산 안내소가 있는 길로 쭉 들어간다. 꽃이 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댐이 나온다. 2주 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반겨준다. 댐 주변에 핀 철쭉과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인 풍경을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광교산 등산 안내도를 지나면 세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절터 약수터, 가운데는 노루목, 오른쪽은 토끼재 올라가는 길이다. 세 길을 다 가봤는데 길이 가지각색이다. 노루목은 제일 무난하다. 토끼재는 계단 지옥. 허벅지를 터트리고 싶다면 토끼재로 올라가면 된다. 그리고 절터 약수터-갈대밭 길은 지옥의 오르막이다. 엄청난 경사의 오르막이 계속된다. 물론 제일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제일 힘들다...^^
이날은 토끼재부터 시작한다. 허벅지를 불태우고 싶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초보 등산러들에게 아주 유용한 안내판이 자주 보인다. 코스별로 어느 정도 지점인지 알려준다. 내 위치를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표지판이다.
라-3
제4코스 토끼재 방향 0.54km 지점.
정상까지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등산은 걷기보다 체력을 많이 쓰다 보니 아침을 꼭 먹는 게 좋다. 김밥이나 초콜릿 같은 간식, 음료를 챙기는 것도 좋다. 아침을 안 먹은 친구가 어지러워서 쓰러질 뻔했다. 챙겨온 계란이랑 간식을 먹으면서 쉬엄쉬엄 올라갔다.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이제 지옥의 계단이 반겨준다. 이 계단을 올라야 토끼재가 나온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나지 않는 계단... 잠시 쉬면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얼마나 올라왔는지,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힘들지만 위쪽만 보고 올라오다 보면 끝이 보인다. 올라오면 토끼재 안내판이 보인다. 목적지를 잘 보고 화살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시루봉에 가야 하기 때문에 왼쪽 방향으로 걸었다.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진 5월의 광교산엔 개철쭉으로 가득하다. 온통 갈색이던 산이 매주 더 짙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계절이 바뀌고 있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매주 변하는 산의 모습에 등산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느껴진다.
힘든 언덕을 오르고 오르다 보면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 보인다. 시루봉 경기대 갈림길이다. 시루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마지막 돌 언덕만 지나면 시루봉이다. 하산할 땐 이 자리에서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노루목으로 내려갈 것이다.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드디어 보이는 정상. 광교산 정상 시루봉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정상엔 꽤 많은 사람이 있다. 일단 쉬지 않고 사진부터 남겼다.
날이 흐려서 풍경이 잘 안 보이는 게 아쉬웠다. 날씨가 따듯해져 정상에서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었다. 참을 수 없어 사 먹었다. 정상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평소보다 더 달았다. 같이 간 강아지도 간식을 먹고 있다. 얼마나 쉬었을까, 다들 배가 고파져서 얼른 하산하기로 했다.
올라온 길로 내려가지 않고 노루목으로 내려갈 것이다. 표지판을 따라 노루목 방향으로 걷는다.
걷다 보면 노루목 대피소가 보인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노루목 대피소에서 쉬며 간식 먹는 게 참 좋다.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하얀 집(?)이 보인다. 이곳이 노루목이다. 더 가지 말고 바로 왼쪽 길로 내려가야 한다. 절터 약수터-갈대밭으로 가고 싶다면 쭉 걸어가면 된다.
날씨가 흐려서 인지 등산객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산 길을 걸으니 잡생각들이 사라진다. 노루목 길엔 나무다리가 몇 개 보인다. 개울이 흐르는 곳도 있어서 다른 길보다 볼거리가 많다.
드디어 도착했다. 등산이 끝났음을 알리는 풍경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힘들었던 등산이 끝나서인가 아침과 같은 풍경인데 더 아름다워 보인다.
종점 코스가 좋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종점 주변에 식당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인근 식당에서 보리밥과 파전을 먹으며 광교산 등산을 마무리했다.
나에게 일요일은 그냥 쉬는 날이었다. 가벼운 산책만 하고 약속도 잘 잡지 않았다. 주말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면서 다음 주를 준비했다. 뭔가를 더 할 생각이 없었다. 주말 아침 등산을 해보니 헤어 나올 수 없게 됐다. 힘들게 움직이고 땀 내는 일이 이렇게나 개운하고 스트레스 풀리는 일인 줄은 몰랐다. 산에서 피곤이 아닌 활력을 얻게 된 나에게 이제 일요일은 등산하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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