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일요일이 가장 좋은 ‘히죽’이다.
주 6일 일을 하는 내게 일요일은 유일한 휴일이다. 일주일 중 하루밖에 쉬지 못하다 보니, 웬만해서는 집밖을 나가지 않는 편이다. 본래 뼛속까지 ‘집순이’기도 하고. 보통 집에 있는 동안은 주로 밀린 드라마나 예능을 시청하기 바쁘다. 게다가 틈틈이 넷플릭스 정주행도 해줘야 한다.
최근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약 한달 반동안 재택근무를 했더니 내 취향이다 싶은 드라마나 영화를 거의 다 봤다는 점이다. 이제 무얼하며 휴일을 보내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최근 넷플릭스 신작들이 연이어 공개됐다. 즉, 또 다시 하루종일 누워서 티비만 볼 수 있다는 말, 이러니 내가 넷플릭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 서론은 이쯤에서 각설하고,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히죽의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을 시작한다. 오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이다.
국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이유만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했던 작품이다. 미리 찜까지 해놓고, 공개 일자를 기다리기만을 수일째. 드디어 지난 4월 29일 인간수업이 공개됐다. 인간수업은 총 10부작으로 구성됐으며, 한 편당 1시간 안팎이다. 10부작 쯤이야 일요일 하루만 투자하면 금새 다 볼 수 있다.
인간수업은 일종의 하이틴 드라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 지수(배우 김동희)의 잔혹한 성장기라고 보면 된다. 더 정확하게는 평범하고 싶은 10대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상 이야기다.
주인공 지수는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도박에 빠져 집을 나간 아버지, 아버지가 싫어 집을 나간 어머니 덕분에 중2때부터 홀로 살아왔다. 부모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없이 살아가기 위해 지수가 선택한 건 '성 매매'다. 지수는 '삼촌'이라는 명칭 아래 남성에게 여성을 알선하고, 이 여성들의 보디가드 역할을 대가로 돈을 받는다. 물론, 직접 활동하지는 않고, 왕철(배우 최민수)과 2인1조로 행동한다. 지수가 브레인을, 왕철이 행동대장을 맡는다. 한마디로 지수는 성매매 포주인 셈이다.
인간수업을 보고 있자면,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꼬여만 가는 지수의 인생이 참 불쌍하다. 범죄자를 옹호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참 여러모로 지수의 삶이 고등학생이 견뎌내기엔 애처로워서 안쓰럽다. 또 동시에 성매매 포주의 모습이 생각나 ‘그럼 그렇지’라며 혀를 차기도 한다.
희안하게 보는 이로 하여금 복잡 미묘한 감정을 끌어내는 드라마다. ‘역시 안될 놈은 끝까지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찝찝하기도 하고.
결론을 말하자면 인간수업은 ‘호’. 그것도 완전히 ‘극호’다. 인간수업이 보여주는 특유의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로 갈 수록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만화스워진다는 점 정도. 극 초반에는 오버스러운 설정에도 ‘어쩌면 저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현실적인 디테일이 중간중간에 녹아 있었다. 하지만 떡밥을 회수해 나가고, 극을 절정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캐릭터, 상황, 대사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과잉이라고 느껴진다. 한마디로 정리해서 ‘오글거린다’는 말이다.
극본도 극본이지만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캐스팅 디렉터가 누군지. 아주 아주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 주인공인 ‘지수’ 역의 김동희는 정말이지 캐릭터랑 찰떡이다. 찌질하지만 치명적이고, 덤벙거리지만 섬세한 반전 매력을 제대로 뿜어낸다.(너, 이 녀석. 스카이캐슬에서 ‘엘사 공주님’ 찾을 때부터 알아봤다.) 김동희의 매력에 대해 극중 표현을 빌려보자면, “늑대새끼같은 매력이 있는데, 지는 강아지새낀줄 안다는 거지.” 이 대사가 딱이다. 정말이지 김동희는 늑대새끼같은 매력이 있다.
김동희 외에 ‘민희’역을 맡은 정다빈도 좋았다. 성매매를 하는 고등학생이 바로 민희다. 정다빈은 ‘이거 진짜 아니야?’라는 생각 들 정도로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아역 짬밥이 어디 안가는구나 싶었다. 특히 민희라는 캐릭터가 다소 설정이 진부한 편이다. 방황하는 여고생의 뻔한 성장기를 정다빈의 디테일이 살렸다고 본다. 2020년의 여고생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연기가 캐릭터를 보다 활력있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썩 와닿지 않은 캐릭터는 박주현이 맡은 ‘규리’다. 박주현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아마 인간수업을 본 사람이라면 박주현을 확실히 인식했을 것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다만, 규리 역시 캐릭터 설정이 아쉽다.
규리는 대놓고 매력적이다. 작가가 온갖 매력 포인트란 포인트는 죄다 규리에게 붙여줬다. 뭐랄까, “무조건 규리는 매력적이야”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든다.(이것도 의도적인건가?) 때문에 이따금씩 규리 캐릭터가 작위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기여코 지수와 함께 성매매 사업을 하려는 모습이나, 부모를 협박하는 모습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게 다 내가 규리의 강박과 스트레스가 와닿지 않아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인 것도 같다.
그리고 최민수. 정보에는 ‘왕철’역이라고 나왔지만. 이름보다는 ‘실장님’으로 기억남았다. 최민수에 대해 길게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인간수업을 보면서 최민수말고 이 역할이 이렇게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진부하고,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지만. 그래도 너무 멋있다. 인간수업에서 주인공 지수 다음으로 애정했던 캐릭터다. 이왕이면 김동희와의 보다 직접적인 케미를 원했는데, 마지막에서나 짤막하게 볼 수 있어 아쉬웠다. 아무튼 멋지다.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인간수업 시즌2는 하루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시즌2를 암시하는 결말 때문에 아주 궁금해 미칠 지경이기 때문. 지수와 규리의 행보도 궁금하고, 민희와 기태도 제대로 러브라인을 이뤘으면 좋겠다. 시즌1에서 강렬하게 남은 나머지 조연들도 궁금하고, 이들을 대체할 또 다른 캐릭터들도 기대된다.
이제 막 공개됐는데. 다음 시즌이 나오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겠지. 하. 현기증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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