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고인물인 이내는 데이식스 노래가 너무 좋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전곡을 듣는 얼마 안 되는 그룹이다. 그런데 몇 달 전에 데이식스 곡 ‘예뻤어’가 역주행하는 일이 있었다. 여전히 의문을 모르는 일이었지만 아이돌 덕질하던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했다. “이 곡이 왜 이제서야?” 말 그대로 아이돌 덕질하는 사람중에 ‘예뻤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드물기 때문이다. 모두가 내 마음이라며 얘기하고 노래가 너무 좋다면서 꾸준히 추천되고 회자되는 곡이었다. 심지어 다른 아이돌도 좋아해서 언급도 커버도 많았다.
데이식스는 JYP에서 내놓은 아이돌 밴드이다. 현재 성진, Jae, Young K, 원필, 도운 5명으로 활동 중이며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활동하고 앨범을 구성한다. 악기는 기타(성진, Jae), 베이스(Young K), 키보드(원필), 드럼(도운)으로 이루어져 있고 도운(그래도 가끔 한 두 소절 부르곤 한다)을 제외한 전 멤버가 보컬을 담당하며 메인보컬은 성진이다.
이런 데이식스가 제일 유명한 건 ‘가사 맛집’이라는 점. 앞서 말했던 ‘예뻤어’ 같은 곡들이 앨범마다 즐비해 있다. 이렇게 사람 가슴을 후벼파도 되나 싶은 곡들은 꼭 슬픔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근데 유독 데이식스 노래들은 ‘덕질’에 최적화되어있는 노래들이 많다.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자기도 모르게 팬들의 마음을 찌릿하게 하고 있다는 점도 설렌다.
덕질을 하게 되는 순간은 예고하지 않고 찾아온다. 무엇을 보았는지 아니면 무슨 얘길 들었는지 혹은 갑작스러운 나의 생각해서도 입덕, 즉 덕질을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어쩜 이렇게 잘 써놨지? 싶은 곡이 두 곡 있다. 마치 이별 후에 온갖 이별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것처럼 입덕 후 나의 행복한 감정을 더 증폭 시켜 누리기 위해서 데이식스의 Sweet Chaos와 좋은걸 뭐 어떡해를 듣고 다녔다.
“내가 살아왔던 세상이 너로 인해 뒤집어져 뒤바뀌어”
“니가 등장하면서부터 내 삶과 꿈 미래 그 모든 게 바뀌어”
(Sweet Chaos – DAY6)
마이데이(데이식스 팬클럽이름)인 친구에게 입덕송이라 할 수 있는 곡을 추천받았을 때 친구는 Sweet Chaos를 입덕송이라기보다 덕통사고송이 아니냐고 했다. ‘입덕’과 ‘덕통사고’는 뭐가 다를까? 팬이라면 금방 “아! 그럼 다르지! ”하고 한방에 이해하지만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입덕이란 단어 안에 덕통사고라는 순간이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 입덕은 앞서 말했듯 어떤 순간일지 어떤 상황에서 무슨 감정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위로일 수도 있고 즐거움일 수도 있고 그냥 해야 한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모든 상황을 통틀어 ‘덕질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입덕을 많이 쓴다.
하지만 덕통사고는 아무리 입덕을 한 팬일지라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불시에 큰 충격을 받은 듯한 감정을 덕통사고라고 한다. 예를 들면 무대를 보다가 너무 잘생겼어! 하고 느끼는 순간일 수도 있고 새 노래가 나왔는데 듣자마자 이건. 내 꺼다. 같은 순간들 말이다. 마치 첫눈에 반한다는 얘기 같다. 아무튼 그런 순간을 너무 잘 표현했던 게 Sweet Chaos였다. 달려가는 bpm만큼이나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게 딱 맞았다.
“좋은 걸 뭐 어떡해 이미 빠진 걸 어쩌냐
날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좋아하는 나도 나다 야”
(좋은걸 뭐 어떡해 – DAY6)
Sweet Chaos와 좋은걸 뭐 어떡해는 조금 다르다. 후자인 좋은걸 뭐 어떡해는 완전히 이거 팬의 얘기야! 라곤 생각할 수 없는 가사이긴 하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하루종일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가사들이 많다. 특히 후렴구. “좋은걸 뭐 어떡해” 그리고 나도 참 답이 없다라던가 나도 나다라고 하는 가사들 보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예를 들어 나는 펜타곤의 키노를 좋아하는데 키노는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보면 이건 읽어봤을까? 재밌었을까? 소설을 좋아할까? 책은 몇 권 읽어봤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그리고 키노는 보라색을 좋아하는데 내 물건들, 옷들에서 보라색이 점차 늘어나는 걸 보게 된다. 그리고 그걸 자각할 때 “나 진짜 답 없다. 나도 나다.” 부류의 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가사를 봤을 때 누가 내 머릿속을 옮겨 놓은 줄 알았다.
팬을 하다 보면 좋은 순간만 있는 건 아니다. 결국엔 내 사랑을 놓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걸 ‘탈덕’이라 부른다. 탈덕은 사람들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 사람이 여러 번의 탈덕을 겪는데도 그때마다 다른 이유와 마음들로 탈덕을 하게 된다. 마치 이별처럼 말이다.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널 만나 다행이라고 하던 날이
벌써 꽤나 오래 전 이야기야”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 DAY6)
‘행복했던 날들이었다’는 돌아봤을 때 행복했었다는 느낌을 풀어주는데 이별이 아니라 탈덕에 대입해보면 아주 깔끔하고 이상적인 탈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때 그랬지, 그냥 술 안주 정도가 되었으면 할 때 부를 수 있는 노래다.
예뻤어 더 바랄게 없는듯한 느낌
오직 너만이 주던 순간들 다 다 지났지만
넌 너무 예뻤어 (예뻤어 – DAY6)
‘예뻤어’도 마찬가지이다. 탈덕하는 상대에게 좋은 감정이 남아있어야만 예뻤다고 말할 수 있다. 아니라면 모두들의 전 남친처럼 개새끼, 소새끼, XXX 되는 게 보통이다. 특히 내가 꼽아놓은 가사에서 ‘오직 너만이 주던 순간들’ 이란 가사를 들을 때 몰입이 심해진다. 다른 가수가 아닌, 나의 단 하나 별이었으니까.
“ 아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꿈만 같았었지)
이제 더는 없겠지만 지난 날로 남겨야지 ”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 DAY6)
해볼 거 다 해보고, 행복했던 날들을 즐기고 이 정도 봤으면 아, 이젠 그만해도 되겠다는 순간이 왔을 때도 탈덕을 할 수 있다. 그런 순간에 맞는 데이식스 곡이 예뻤어와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이다. 더 이상 덕질은 하지 않지만 대상에게 미움이 남기보다 좋아했던 순간들이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탈덕 중에도 ‘완덕’이라 불리는 모습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데이식스의 노래를 좋아해서 한번 추천곡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곡을 추려보다가 이건 도저히 한번으론 안 되겠다 싶어서 두 번으로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글 아이템을 두고 계획이 계속 조금씩 뒤로 밀렸었는데 오히려 데이식스 컴백, 5월 11일과 시기가 얼추 겹쳐서 신기했다. 물론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어서 새 앨범의 곡을 추천할 수 없지만 엄청 기대 중이다. 요번에도 덕후의 심장을 관통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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