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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의 세상에서 ‘즉석카메라’(부제: ‘인스탁스 SQ6’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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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4.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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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히죽이다.


개인적으로 영상보다 사진을 더 좋아한다. 사진을 찍을 때면, 순간을 박제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디지털 사진보다는 필름 쪽이 내게 더 와닿는다. 아날로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나 동경이 있는 건 아니고, 단지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을 뿐이다.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사진보다는 직접 만지고,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화한 사진에 더 의미를 두는 편이다. 쉽게 지울 수 있는 디지털 사진은 일종의 소모품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쉽고 편리한 만큼 오래도록 남는 경험이나 추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기도 했다.

 

▲인스탁스 스퀘어 SQ6(사진=히죽)

 

 


한 장밖에 없어서 좋다
쉽게 구겨지지 않아 좋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좋다
늘 약간 흐릿해서 좋다

영화 '접속' 中




그래서 즉석카메라를 구매했다. 누군가는 즉석카메라를 시대에 역행하는 ‘골동품’ 쯤으로 여기기도 하던데.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내게,  만질 수 있는 실체는 유난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영화 ‘접속’에 나오는 대사처럼 즉석 사진은 한 장밖에 없다는 것도 좋고.


▲인스탁스 스퀘어 SQ6(사진=히죽)

 


내 즉석카메라는 ‘후지 인스탁스 스퀘어 SQ6 펄 화이트’다. 구매한지는 6개월이 좀 넘었다. 게으름과 더불어 사회적 요인으로 그동안 계속해서 리뷰를 미뤄왔다. 더이상 늦으면 영영 리뷰를 남기지 못할 것 같아 이번에 쓰기로 마음 먹었다.


#폴라로이드가 아니에요



‘인스탁스’는 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브랜드다. 사실 ‘즉석카메라=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일밴드’나 ‘포스트잇’이 그러하듯 폴라로이드 역시 즉석카메라를 만드는 업체명이다. 해당 브랜드의 제품이 너무 유명해서 고유명사로 여겨지는 사례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폴라로이드는 사라졌다. 폴라로이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지난 2001년 파산하고 말았다. 이후 ‘폴라로이드 오리지널스’가 다시 나왔지만, 옛 명성만 못하다. 대신 그 자리를 인스탁스가 차지했다.


폴라로이드가 하향세에 접어들 무렵, 반대로 인스탁스는 제법 제 길을 잘 찾아 갔다. 매번 새로운 디자인과 콜라보, 다양한 규격의 필름을 선보이며 입지를 굳혔다. 현재 ‘로모’ ‘폴라로이드 오리지널’ ‘라이카’ 등이 즉석카메라를 선보이고 있으나, 사실상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를 꼽자면 인스탁스가 독보적이다.


▲인스탁스 스퀘어 SQ6(사진=히죽)

 

 

 #인스탁스 스퀘어 SQ6



‘인스탁스 스퀘어 SQ6’는 지난 2018년 6월에 출시됐다. 정사각형 모양에 커다란 렌즈, 마치 인스타그램 로고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어딘가 투박한 것 같지만 귀엽고, 세련된 것 같지만 이상하게 옛 감성을 자극한다. 이런 게 요즘 말하는 ‘레트로’인건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다.


▲인스탁스 스퀘어 SQ6(사진=히죽)
▲인스탁스 스퀘어 SQ6 필름(사진=히죽)

 


인스탁스 즉석카메라는 필름 종류에 따라 크게 미니, 와이드, 스퀘어 총 3가지로 나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스탁스 스퀘어 SQ6’ 스퀘어 라인으로, 1:1 정방형인 스퀘어 필름을 사용한다. 트렌드를 반영한 사진 비율때문인지 결과물이 다른 라인에 비해 더 멋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인스탁스 스퀘어 SQ6(사진=히죽)



명암모드, 자동노출모드, 셀피모드 등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 사실 셀피모드 이용시 타이머 외에는 제대로 사용해본 적 없다. 주로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뽑을 뿐이다. 자고로 즉석카메라는 ‘똑딱’ 버튼 하나만 누르면 사진이 나오는 간단한 사용감이 특징이다. 카메라 기능을 고심하는 건 즉석카메라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기능을 잘 사용하지도 않고.


▲인스탁스 스퀘어 필름(사진=히죽)

 


가격은 정가 168,000원. 제품이 출시한지 한참이 지난 후 구매한 덕분에 14만원대에 구매했다. 전자기기 치고는 다소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본래 즉석카메라라는 것이 기기보다 필름이 더 부담스러운 법이다. 필름값은 1팩(10장)이 네이버 최저가 기준, 9250원이다. 장당 계산해보면 거의 1000원에 달하는 셈이다. 사진 한장에 1000원이라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즉석카메라 필름 값은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달 30장씩 필름을 사고 있다.


▲CR2 건전지(사진=히죽)

 


구동은 배터리 충전방식이 아닌, 건전지를 사용한다. CR2 건전지 2개를 넣으면 된다.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는다는 점도 뭔가 낭만적이다. 이밖에 삼각대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 카메라 스트랩이 제공되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또, 셔터 버튼이 전면에 위치해서 누르기 편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쉬운 점이 크게 없지만 굳이 꼽자면 정사각형 모양 때문에 그립감이 떨어지는 탓인지, 사진이 잘 흔들린다는 점이다. 흔들린 사진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만, 장당 1,000원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때가 더 많다.


▲인스탁스 스퀘어 SQ6(사진=히죽)
▲인스탁스 스퀘어 SQ6(사진=히죽)

 

#즉석카메라의 의미



지인 중에는 내 즉석카메라에 대해 “이런 건 도대체 왜 사는거야?”라며, 쓸모없는 사치품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낭만, 감성과 같은 추상적인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나 뭐라나. 구태여 비싼 필름값을 내가며 즉석카메라를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말도 들었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다. 참 번거롭고, 비싸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낭만, 감성 그런 추상적인 것들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쓴다. 음악을 듣는 것, 영화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성비, 효율성만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니까. 즉, 내게 즉석카메라는 가성비나 효율성을 떠나,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물건 중 하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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