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무선이어폰은 필요 없다"라고 호언장담했다. 3만 원짜리 유선 이어폰만으로도 나의 음악 감상에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어폰에 선이 있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어폰은 존재했고, 나고 자라면서 사용했던 모든 이어폰에는 선이 존재했으니까.
무엇보다도 무선 이어폰은 비쌌다. 핸드폰을 사면 함께 주는 이어폰도 있는데, 굳이 몇 십만 원씩 주고 이어폰을 산다는 건 내겐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왜냐고? 나는 돈이 없으니까.
나와는 달리 사람들의 귀에서는 점차 ‘선’이 사라졌다. 어느새 콩나물 대가리처럼 생긴 ‘에어팟’은 마치 유행하는 액세서리 마냥 도처에 널려있다. 요새는 오히려 줄 달린 이어폰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결코 무선이어폰은 필요 없다며, 큰소리쳤던 나 역시 지금은 매일매일 선 없는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무선이어폰을 사용한 지 벌써 6개월에 접어들었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삼성 ‘갤럭시 버즈’다. 갤럭시 버즈를 구매한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바꾸니 사은품으로 갤럭시 버즈가 딸려왔을 뿐이다. 공짜가 아니었다면 쓰지도 않았을 텐데. 우습게도 현재는 이 공짜 갤럭시 버즈를 ‘지난 2019년 구매하길 가장 잘한 물건’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
갤럭시 버즈를 사용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자유’다. 선이 사라진 대신 두 손에 자유가 주어졌다. 물론 일정한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지만, 적어도 블루투스 기술이 허용하는 선에서 더 이상 핸드폰을 지참할 필요가 없다. 핸드폰 없이도 음악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고, 통화도 할 수 있다. 문자가 오면 알려주고, 각종 알림도 전달한다. 개인적으로는 웬만한 스마트 워치 보다 무선 이어폰 쪽이 가격이나 기능면을 고려했을 때, 더 실용적이었다.
무선 이어폰은 선이 없으니 어딘가에 걸릴 일도 없다. 유선 이어폰을 사용할 때, 특히 사람 가득 찬 지하철에서 옆 사람 가방 혹은 소지품에 이어폰이 걸리는 일이 빈번했다. 덕분에 갑자기 핸드폰을 떨어뜨리거나, 갑자기 이어폰이 빠지는 낭패를 수차례 겪었다.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실제로 아이폰X를 이런 식으로 떨어뜨려 화면이 제대로 나갔다. 결국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로 핸드폰을 바꿔야만 했다.
갤럭시 버즈는 음질 부분에서도 생각보다 좋았다. 사용성을 제외하고, 유선에 비해 무선 이어폰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도 다 옛말인 것 같다. 블루투스가 제대로 연결이 돼있다는 전제하에 나쁘지 않은 음질과 노이즈캔슬링을 들려준다. 물론, 음질에 예민한 사람의 경우 탐탁치 않을 테지만. 3만원 짜리 유선 이어폰으로도 음악감상에 문제가 없는 평범한 유저라면 만족하고도 남을만 하다.
지금까지의 설명들이 굉장히 작은 편리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겪으면 결코 사소하지 않다. 본래 미묘한 차이가 주는 생활 속 윤택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법이다. 내 경우에는 선의 굴레를 벗어났더니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단점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무선 이어폰의 단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하나는 '충전'이다. 갤럭시 버즈에 한해서 말하자면 연속 재생 시에는 최대 6시간, 대기 시에는 최대 20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매번 배터리가 떨어지면 충전을 해야 한다.
이게 참 번거롭다.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매번 이어폰 충전을 잊어버린다. 어느 날 갑자기 배터리가 없는 이어폰을 마주할 때면 "아, 또…"라며 한숨을 내쉴 뿐이다.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분실 위험'이다. 이어폰을 케이스에 잘 넣어두면 상관없는 문제지만, 어째서인지 귀에서 뺀 이어폰을 이곳저곳에 내버려 둔다. 이후에 꼭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려서 매번 이어폰을 찾아다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 진짜 이어폰을 잃어버린 적은 없다는 것. 실제로 한쪽을 잃어버려서 새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의 모습이 내 미래가 되지 않도록 늘 주의하고 있다.
이 밖에 다른 단점도 있다. 갤럭시 버즈에 한해서 말하자면, 블루투스 연결이 불안정한 상황이 잦은 편이다. 틈만 나면 소리 끊김이 발생한다. 특히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처럼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유독 심하다.
또, 통화 시 문제도 있다. 나는 잘 들리는데 상대방은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하는 상황이 꽤 자주 발생한다. 주변 소음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도 하고, 실제로 내 목소리를 잘 잡지 못하는 것도 같다. 개인차는 있을 테지만 아마 갤럭시 버즈 유저라면 다들 겪어봤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무선 이어폰 필요한 건 아니다. 모든 물건이 그러하듯 무선 이어폰 역시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용성이 확 달라진다. 내게는 신세계를 보여줬어도, 또 다른 이에게는 없는 것만 못한 물건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는 것.
곧 갤럭시 버즈 2세대가 출시될 예정이라는데. 이번에도 역시 구매할 생각은 없다. 내게는 이미 갤럭시 버즈 1세대가 있으니. 다만 직접 경험한 후, 생각이 달라졌다. 더 이상 무선 이어폰은 필요 없는 물건이 아니다. 분명 편리하고, 유선 이어폰과는 전혀 다른 사용성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점차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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