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잡지 읽는 여자’, 오즈앤엔즈의 히죽이다.
음… 오즈앤엔즈에서 나 자신을 소개하는 건 처음인데. 멘트가 좀 올드하고, 오글거리는 것 같다. 별로라도 조금만 이해해주길. 오늘 주제가 바로 ‘잡지’인데, 마땅한 첫 문장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내 어릴 적 꿈은 ‘잡지사 에디터’였다. 중학교 2학년, 친구(오즈앤엔즈 필진 '슝슝'이다)와 함께 학교 앞 서점에서 본 ‘하퍼스 바자’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달 직접 고른 잡지들을 읽고 있다.
잡지의 무엇이 그리 좋냐고 물어본다면, 시덥지 않은 대답이지만 그냥 다 좋다. 잡지는 내게 일종의 ‘작은 세계’같은 것이다. 잡지를 읽고 있으면 실제로 본적도 만진적도 없는 물건이 내 것 같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친구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하면 너무 과장이라고 하려나?) 때론 위로를 얻기도 하고,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영감을 받기도 한다. 세상에 잡지가 있어서 다행이다.
언젠가는 나의 잡지 사랑을 널리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얼마나 잡지를 사랑하는지. 또, 잡지가 얼마나 재밌는지 말이다. 아무래도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인가보다. 여러분에게도 잡지의 매력을 꼭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 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잡지들에 대해서 말이다. 오늘은 가볍게 내 최애 잡지 3가지를 소개한다.
컨셉진(conceptzine)
27세, 뒤늦은 오춘기. 나의 방황을 함께 보낸 잡지다. 취업과 인간관계에 지친 나를 위로해준 것이 다름아닌 컨셉진이었다. 컨셉진을 소개해준 친구에게 장난스레 '은인'이라고 부를 만큼 컨셉진 내겐 소중한 존재가 됐다.
컨셉진은 라이프 스타일 잡지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 어느 잡지에서도 본적 없는 사이즈다. 덕분에 가방에 넣어 다니며 출퇴근길에 짬짬이 읽는다. 무겁지도 않고, 어디서든 읽기 편하다. (글씨 크기가 작은 건 조금 불편하지만)
컨셉진은 매달 각기 다른 주제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주제는 매우 다양한데, 컨셉진의 모토인 '당신의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듭니다'에 걸맞게 일상에 밀접한 소재들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좋았던 주제는 73호 '회복'이다. 근래 우연히 눈에 띄어서 다시 73호를 읽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활동이 멈춘 탓일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더 우울해지는 요즘, 꽤 잘 어울리더라.
어찌됐든 결론. 아마 웬만한 에세이, 자기계발서보다 컨셉진이 더 재밌을걸?
매거진B(Magazine B)
매거진B를 처음 봤을 때,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왜냐고? 눈에 띄게 엄청 세련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잡지인줄도 모르고, 잘 만든 브랜드 관련 서적이거나 디자인 관련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잡지라는 이미지와 완전하게 다른 모습이다.
나중에 매거진B가 잡지라는 사실을 알고 한번 더 감탄했다. 어쩜 이렇게 갖고싶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매거진B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잡지다. 매월 특정 브랜드를 하나 선정해 해당 브랜드로만 한권의 잡지를 만든다. 단순히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의 시각을 모두 담는다. 그래서인지 매거진B를 읽고 있으면, 전혀 모르는 브랜드였어도 어느새 좋아하게 된다. 참 신기하다.
또 한 가지, 매거진B의 신기한 점은 무려 지난 호가 갖고싶다는 것. 보통 잡지라면 지난호가 구매욕이나 소장욕을 불러일으킬리 만무하다. 오히려 버려지지만 않는다면 다행이지. 하지만 매거진B는 전 호를 모두 갖고싶게 만든다. 나도 현재 1호부터 차근차근 모으는 중인데, 몇몇호는 이미 품절이라 구할 수가 없다. 그때마다 안타까워 죽겠다. 아마 매거진B 팬이라면 충분히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거다.
브랜드를 소개하는 매거진B 외에도 직업을 다루는 '잡스(Jobs)'와 음식에 대한 '매거진F(Magazin F)도 있다. (요새는 매거진F에도 푹 빠져 있다.)
아무튼, 매거진B는 한번쯤 꼭 읽어보길 바란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테니까.
창작과 비평
일명 '창비'는 무려 50년이나 된 잡지다. 동명의 출판사에서 제작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컨셉진과 매거진B가 월간지라면, 창비는 계간지다. 계간지는 계절에 따라 한 해에 네 번씩 발행하는 잡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창비는 봄, 여름, 가을, 겨울호로 1년 동안 총 4번 발행한다. 사계절이라니, 이것조차 낭만적이다.
계간지인 덕분에 창비는 꽤나 두껍다. 웬만한 장편소설 1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안에는 시, 소설, 산문, 논평 등 다양한 구성이다. 고작 잡지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 슬기롭게 문학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워낙 내용이 많고 두꺼워서인지 창비의 경우 끝까지 장독하는 경우가 적나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취지에서인지 최근에 창비에서 '클럽 창작과비평'이라는 온라인 모임원을 모집했다. '함께 문학지를 읽어봐요'를 목표로 하는 모임이다. 원래부터 창비를 좋아했던 나는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덕분에 매주 주어지는 미션을 달성 하면서 창비를 읽고 있다.
행복하다. 정말.
창비 덕분에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이번에 언급한 잡지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잡지가 너무 많다. 정말 재밌는 잡지가 많은데, 아무리 말을 해도 "도대체 누가 요새 잡지를 읽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런데 신기하게 잡지는 '없어질 거'라는 비관적 목소리에도 여전히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다양한 디자인과 주제, 좀 더 세분화된 독자층을 노린 여러 잡지들이 새롭게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렇듯 잡지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계속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재밌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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