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이 어디야?
한국에서는 “꽃보다 청춘”으로 널리 알려진 나라 라오스. 그 프로그램 덕분에 인기를 끌게 된 방비엥도 궁금했지만, 내가 제일 기대한 곳은 루앙프라방이었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방비엥보다 찾는 한국인은 적지만 아름답고 여유가 넘쳐흐르는 따스한 도시. 내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엔 이곳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는 없다. 그 때문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을 경유하거나 베트남의 하노이를 거쳐 루앙프라방으로 가야 한다. 나는 하노이에서 며칠 시간을 보내고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 내 이동 버스에 모든 승객을 태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그런데 내가 겁먹은 게 무색할 정도로 비행은 아주 안정적이었다. 1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루앙프라방의 날씨는 아주 맑고 따듯했다.
#할 게 없는 루앙프라방?
푸시산의 일몰
숙소에서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배가 너무 고프기도 했고, 푸시산에 올라가 일몰을 보고 싶었다. 자꾸 한식이 당겨서 찾아간 한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커피도 한잔하니 4시 30분. 루앙프라방의 일몰 시각은 5시 30분이고 이젠 슬슬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야시장이 열리는 sisavangvong road 쪽에서 푸시산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 올라가니 5시가 되었다. 일몰 시각을 30분 정도 남겨놨는데 일몰 보기에 좋은 장소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일단 정상 한 바퀴를 돌면서 루앙프라방의 시내를 내려다봤다.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도시가 정말 아름다웠다.
사람들 틈에 서서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자리가 영 좋지 않아 일몰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루앙프라방에 있는 동안 한 번 더 다녀왔다. 명당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싶다면 일몰 시각 1시간 전에는 올라가길 바란다.
루앙프라방 야시장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니 한적했던 도로는 천막으로 가득 찼다. 방콕의 짜뚜짝 시장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도시에 비해 규모가 컸다. 수공예품부터 의류, 액세서리 등등 각종 물건이 자리하고 있다. 골목길 사이사이에 뷔페나 바비큐, 과일을 파는 노점도 많이 있다. 주린 배를 채우고 다시 구경하다 보면 야시장의 끝이 보인다.
이곳엔 과일주스를 파는 노점이 있다. 시원한 주스 한잔하며 땀을 식히고 앉아있으니 그제야 야시장의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적당히 붐비는 야시장과 선선한 날씨 덕분에 사람들의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퍼져나간다. 은은한 보랏빛으로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새벽 탁발과 아침 시장
새벽 5시 30분에 숙소에서 나와 부지런히 탁발하는 곳으로 걸어왔다. 야시장이 열렸던 큰 도로 한편에는 작은 플라스틱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이른 시간이지만 탁발을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상인들은 공양할 찰밥을 팔고 탁발에 참여하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5시 50분쯤 줄도 제대로 못 서는 어린 동자승부터 지긋한 노승까지 여러 무리의 스님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줄지어 앉은 사람들은 차례대로 준비한 공양물을 바친다. 스님들은 공양받은 음식의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눈다. 마음을 나누는 그 모습에 경건함 마저 느껴진다.
탁발 후 바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인근 시장으로 이동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장은 활기찼다. 관광객 위주의 야시장과는 다르게 현지인들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팔고 있다. 시장을 둘러보다가 현지인들이 여럿 앉아있는 가게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따끈한 까오삐약까오 한 그릇 먹으니 피로가 풀린다.
꽝시 폭포
루앙프라방에 왔다면 꼭 가야 하는 꽝시 폭포. 꽝시 폭포는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
폭포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와 보면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이 있다. 위기에 놓인 곰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키가 큰 나무들이 즐비한 숲속을 걷다 보면 에메랄드빛 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 보이는 물이 여기에 멈추라고 유혹하지만 참고 계속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더 예쁜 장소가 나타난다. 햇빛이 들어오는 곳의 물은 더 파랗고 반짝인다. 석회질이 만들어낸 옥빛 폭포는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드디어 나타난 꽝시 폭포. 꽝시 폭포의 뜻은 사슴 폭포로, 사슴이 들이받아 폭포가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영험한 사슴이 만들어내서일까 참 신비롭고 아름다운 폭포의 모습에 흠뻑 빠졌다.
꽝시 폭포의 상류는 수영 금지 구역이고 중하류 부분은 수영이 가능하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물과 한 몸이 되고 싶지만, 12월의 꽝시 폭포는 해가 잘 들지 않아 물이 굉장히 차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온몸으로 꽝시 폭포를 느끼고 있다. 수영할 예정이라면 갈아입을 옷과 수건은 꼭 챙겨가야 한다. 나는 추워서 수영을 하지 않았다. 조금 아쉬웠지만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꽝시 폭포다.
유토피아에서 하루를
루앙프라방 하면 유토피아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얼마나 좋길래?’ 하고 갔다가 푹 빠져서 매일 방문했다. 주문도 계산도 한참 걸리지만 열 낼 필요 없다. 여긴 라오스니까 ^^
유토피아에서는 아침 7시 30분에 요가 수업이 시작된다. 따로 예약이 필요하지 않고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7시 15분쯤 유토피아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뻥 뚫린 야외에서 요가 수업을 듣는 건 처음인데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시간에 여기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쾌한 마음이 든다. 땀 흘리고 매트에 누워 물 흐르는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심신이 평온해진다.
점심의 유토피아는 그야말로 유토피아다. 여기에서 할 일은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늘어지게 누워있기. 책을 읽어도 좋고 수다를 떠는 것도 좋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낮잠 한숨 자도 좋다.
저녁의 유토피아는 낮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밝지 않아 안락한 분위에 가볍게 맥주 한잔하기에 참 좋다. 눕다시피 앉을 수 있는 쿠션에 기대어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자전거로 한 바퀴
걸어서도 충분히 루앙프라방 시내의 주요 관광지를 다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루앙프라방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어서 자전거를 빌렸다. 내가 가본 동남아 여행지 중에 자전거 상태가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길도 편하고 주차를 하기에도 편하다.
낮도 좋지만, 저녁에 강변 따라 달리는 걸 강력히 추천한다. 강변을 따라 자리한 식당들이 내뿜는 빛이 아주 예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달리니 자유로워진 느낌이 한껏 든다. 강변의 차도는 일방통행이니 주의할 것.
#매력적인 도시,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은 할 게 없는 심심한 도시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할 게 없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일매일 할 일들이 생겼다. 심지어 나는 원래의 일정도 변경하고 루앙프라방에서 더 머물렀다. 뭔가 대단히 흥미롭고 거창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강변을 거닐고, 카페에서 쉬어가고, 때로는 사람들과 만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도시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은 내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주었다. 나는 그런 이 도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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