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6시간
드디어 이번 라오스 여행의 마지막이다. 원래의 계획은 태국의 우돈타니에서 이틀 정도 머무르다가 비엔티안에 가는 것인데, 루앙프라방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과감히 일정을 변경했다. 방비엥에서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간 나는 조금이라도 더 머물기 위해 비엔티안까지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덕분에 루앙프라방의 마지막 아침은 아주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하노이에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비엔티안으로 가는 비행기는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한 번 타봤지만, 여전히 작은 비행기를 타는 건 조금 겁이 났다. 이번엔 비행기가 많이 덜덜거려서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불안했지만 안전하게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나는 오늘 자정 한국으로 간다. 비엔티안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였다.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비엔티안을 구경하고 싶었다. 그래서 딱 두 군데만 가기로 정해두고 길을 나섰다.
#랜드마크 빠뚜싸이[Patuxai]
일단 비엔티안의 랜드마크인 빠뚜싸이에 가기로 했다. 빠뚜싸이 가는 길에 있는 남푸 분수에 들렀다. 남푸 분수는 아직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분수대 주변으로는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는데 저녁에 와서 맥주 한잔하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탓담으로 향했다. 검은 탑이라는 뜻의 탓담에는 머리가 일곱개가 달린 용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관리가 시급해 보였다. 벽돌도 군데군데 변해있고 탑 사이엔 풀이 자라고 있었다. 유적지인데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건가 싶었다.
탓탐 구경을 마치고 널찍한 도로를 따라 빠뚜싸이로 향했다. 비엔티안은 라오스의 수도답게 들렀던 다른 도시에 비해 현대식 건물이 많이 보였고 거리도 매우 깨끗했다. 날씨는 더웠지만, 하늘이 워낙 예뻐서 기분 좋게 걸었다. 걷다 보니 저 멀리서 빠뚜싸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빠뚜싸이는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고, 희생된 넋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프랑스 개선문을 모티브로 삼은 만큼 널찍한 거리나 건축물의 생김새가 비슷해 보인다. 늦게 도착해서 4시까지 운영하는 전망대는 올라가지 못했다. 대신 아이스크림 하나 사들고 빠뚜싸이가 잘 보이는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저녁
빠뚜싸이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새파랗던 하늘색이 변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메콩강에 도착해야 해서 부랴부랴 차오 아누봉 공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공원에 도착했다. 서둘러 공원을 가로질러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탁 트인 메콩강에서 보는 노을은 더 짙고 강렬했다.
▲ 저 멀리 메콩강 너머로 지고 있는 해 (사진 = 슝슝)
봐둔 가게에서 식사하고 아쉬워서 스무디를 먹으러 갔다. 진열된 과일을 가져다가 바로 만들어준다. 과일 상태가 신선해 보인다. 나는 망고, 패션후르츠, 파인애플 세 가지 맛이 섞인 스무디를 먹었다. 설탕 시럽의 단맛이 아닌 잘 익은 과일의 맛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땀 흘리며 걸어 다닌 피로가 싹 풀리는 맛이다. 이렇게 여행의 마지막 저녁을 즐겼다.
# 마지막이라고 항상 아쉬운 건 아니다
비엔티안에서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나니 이상하게도 하지 못한 것들만 떠올라 아쉬움이 밀려왔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여행 첫날부터의 사진을 보며 이번 여행을 돌아봤다. 라오스의 아름다운 풍경들, 여행하며 만난 좋은 사람들, 재밌었던 순간들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사진 속 행복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어느새 아쉬움은 저 너머로 사라지고 행복함이 가득 밀려왔다. 한국에 돌아가면 하루하루가 여행처럼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에서의 행복했던 기억들은 거지 같은 현실을 이겨낼 힘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의 아쉬움은 내려두고 행복함만 가득 안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정말 행복했던 라오스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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