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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새해 맞이하기(루앙프라방의 크리스마스와 새해)

TRAVEL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3.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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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또 떠난 이유

 

 

3주간의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 오지 않을 것 같던 12월이 다가왔다. 12월을 앞두고 내 마음은 번잡스럽기 그지없었다. 근 4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 지 4개월 차,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일수록 내 마음의 여유도 바닥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29살 백수인 채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사실은 묘하게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언니라면 라오스도 좋아하실 거예요” 이 말이 문득 떠올랐고, 나는 충동적으로 라오스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 하노이를 거쳐 루앙프라방으로 간다 (사진 = 슝슝)

 

#여행자의 크리스마스

 

 

▲ 루앙프라방의 크리스마스 (사진 = 슝슝)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나는 항상 한국에서 추운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았었다. 루앙프라방엔 익숙한 연말 느낌이 가득하지만 더워서일까? 좀처럼 연말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게다가 나에게 크리스마스란 그저 쉬는 날, 방에만 박혀있는 날이 아닌가. 가뜩이나 매일이 쉬는 날 같은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별 감흥이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여행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크리스마스를 담뿍 느끼기로 했다.


#유토피아? 유토피아!

 

 

▲ 유토피아에서 준비해준 예약석 (사진 = 슝슝)

 

 

루앙프라방에서 제일 유명한 카페 유토피아에 예약했다. 예약 시간에 맞춰 들어가니, 꽤 넓은 가게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예약된 게 맞나 싶었는데, 명당 구역 한쪽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게 얼마 만인지. 다 루앙프라방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었다.

 

 

▲ 어두워서 맛없게 찍혔지만 맛있었던 음식 (사진 = 슝슝)

 

 

배부르게 먹고, 칵테일도 마시고, 밤하늘에 뜬 별을 보고 있자니 이곳이 진정 유토피아가 아닌가. 멍하니 밤하늘을 보고 있는데 번쩍하더니 별똥별이 지나갔다. 왠지 느낌이 좋다. 2020년 나에게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 산타 모자와 빨간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직원들 (사진 = 슝슝)

 

#GOOD BYE 2019, HELLO 2020

 

 

2020년을 누구보다 잘 맞이하고 싶어서였을까? 내가 이번 여행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두 번째는 새해 일출 보기.

 

 

▲ 비어 라오 박스로 만든 2020 (사진 = 슝슝)

 

 

여행에서 만난 영혼의 단짝과, 요가 보이, 그리고 나까지 셋이 함께 이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메콩강변 가게에서 맥주도 한잔했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하게 유토피아로 향했다.

 

 

▲ 메콩강변에서 맥주 한잔 (사진 = 슝슝)

 

 

유토피아는 크리스마스와는 다르게 시끌벅적한 클럽으로 변해있었다. 콘셉트에 맞춰 갖가지 소품으로 꾸며져 있었다. 루앙프라방에 온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는 건 처음이었다. 술 사는데도 한참, 화장실 가는데도 한참. 그냥 근처 펍에 갈 걸 살짝 후회했다.

 

 

▲ 유토피아의 새해 파티 콘셉트 (사진 = 슝슝)
▲ 유토피아의 새해 파티 콘셉트 (사진 = 슝슝)

 

 

얼마나 있었을까, 드디어 2020년이 되기 60초 전. 속으로는 별생각이 다 들었다. ‘이렇게 2019년이 끝이라고? 내가 여기에서 새해를 맞는다고? 이제 몇 살이지? 말도 안 돼!!!’ 얼마 남지 않은 2019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숫자가 줄어들수록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2020년이다. 어쨌든 잘 지내보자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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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뉴이어!



 

 

#2020년의 해야 안녕?

 

 

카운트다운 덕분에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꼭 새해 일출을 봐야 한다. 구글에서 찾아본 루앙프라방 일출 시각은 6시 30분 정도였다. 일몰 명소로 알려진 곳인데 일출도 잘 보일까, 기대 반 걱정 반 푸시산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길이 아주 어두워서 휴대폰 플래시에 의존해 계단을 올라갔다. 혼자 왔으면 조금 많이 무서울 뻔했다. 먼저 올라가 있던 친구가 아주 좋은 자리를 맡아뒀다. 그곳에 앉아 오들오들 떨면서 일출을 기다렸다.

 

 

▲ 5시 50분, 푸시산 정상에서 일출 기다리는 중 (사진 = 슝슝)

 

 

6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다. 6시 30분에 해가 올라올 줄 알았는데 전혀! 해 뜨는 방향에 큰 산이 있어서 해가 쉽게 보이지 않았다. 7시가 되니 마을 전체가 환해졌고, 7시 10분이 넘어서야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 6시 30분, 아직 보이지 않는 해 (사진 = 슝슝)
▲ 7시 15분,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해 (사진 = 슝슝)

 

 

내 인생 처음으로 본 새해의 태양.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올해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뭔지 모를 용기가 솟아오른다. 자신감이 마구마구 차오른다. 사람들이 왜 새해 해돋이를 보는지 십분 해가 되었다.

 


2020년엔 왠지 모든 것이 잘 풀릴 것만 같다.

 

 

▲ 무교지만 오늘만큼은 부처님께 바칠 꽃을 준비했다 (사진 = 슝슝)

 

#낯선 곳에서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매년 12월이 되면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누군가는 다이어리를 살 것이고, 누군가는 목욕탕에 가서 묵은 때를 벗길 테고, 또 누군가는 훌쩍 떠날 것이다.

 


나는 새해를 맞이하러 낯선 나라 라오스에 왔다. 이 낯선 나라에서 나는 평소 나를 옥죄는 것들을 떨쳐내고 자유로워졌다. 내 마음대로 곳곳을 누비면서 행복했고, 평소엔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내면서 더 큰 용기가 생겼다.

 

 

 


별똥별의 기운일까? 신년 해돋이 덕분일까?
그냥 내가 너무 좋고, 어떤 일을 시작하더라도 잘 해낼 것만 같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면 돌아오는 12월, 새해는 낯선 곳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 1월 1일의 다짐 (사진 = 슝슝의 비공개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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