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마라탕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필자인 히죽이 얼마나 마라탕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마라탕 찬가'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마라탕을 처음 먹은 건 3~4년 전쯤이다. 당시에는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매일 양질의 밥을 주는 회사였지만, 이상하게도 주2-3회는 외식을 했다. 특히 매운 음식을 주로 먹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매운 음식을 찾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을 정도였다. 우리의 맛집은 참 많았다. 볶음밥이 일품이었던 '오징어 볶음', 해장용으로 제격이었던 '매운 쌀국수', 접견실에서 배달을 시켜 먹었던 '엽떡' 등등. 혀가 아릴 만큼 매워 물을 연거푸 마시면서도, 그 시절엔 매운 음식과 수다로 업무 스트레스를 풀었다.
마라탕 역시 자주 먹었던 매운 음식 중 하나였다. 당시에는 마라탕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다. 당연히 마라탕이라는 음식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내게 "선배! 엄청 맛있는 식당을 발견했어요"라며, 알려준 이가 바로 오즈앤엔즈의 필진 중 한 명인 '그리다아이'다.
광화문 오피시아 건물 지하에 있는 탕화쿵푸가 나의 첫 마라탕이었다. 이때 까지만 하더라도 마라탕에 빠져 주2-3회는 꼬박 마라탕을 먹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점심시간인 12시가 되기도 전에 서둘렀음에도 대기 줄을 서야 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 대략 15분 정도를 밖에서 줄을 섰던 것 같다. 차례를 기다리는 내내 그리다아이와 친구는 마라탕이 어떤 맛인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열렬한 토론을 펼쳤다. 주 요점은 결국 '정말 맛있다'랄까?
첫 마라탕은 모든 게 다 충격이었다. 원하는 음식을 종류별로 원하는 만큼 골라 담는 것부터 맵기를 단계별로 고를 수 있다는 점, 무게를 측정해 가격을 매기는 것까지 하나같이 신기한 것투성이다. 그중 제일은 기관지 전체로 강렬하게 뻗어가는 마라 향이었다.
첫 마라탕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사실 처음부터 마라탕이 맛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청양고추 매운맛에 익숙한 혓바닥에 '라'한 매운맛은 생소할 따름. 이게 뭐가 그리 맛있냐며 의아해하는 내게, 그리다아이는 "오늘 먹었으면 내일부터 생각날 거에요, 선배"라며 확신했다.(그녀는 나와 마라탕을 가장 많이 먹어본 마라탕 메이트다. 퇴사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리다아이의 예상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다음날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슬슬 출출해지기 시작하는 오후 4시부터 마라탕이 생각났다. 퇴근하자마자 다시 오피시아 지하, 탕화쿵푸에 갔다. 1일 2 마라탕을 거뜬하게 해내고 나서야 그리다아이와 직장동료의 마라탕 예찬을 공감하게 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 2~3회 마라탕을 섭취함으로써 '적정 혈중 마라 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마라탕은 중국의 '샤브샤브'이자 사천의 지역 음식 '훠궈'의 전신으로 알려졌다. 마라탕과 훠궈는 들어가는 국물과 향신료 베이스가 유사하다. 하지만 두 음식의 차이점은 확실하다. 훠궈는 신선한 재료를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담궈 먹는 방식이다. 반면, 마라탕은 야채, 고기, 향신료 등 각종 재료를 넣고 한 번에 끓여 먹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마라탕이 훠궈보다 간편한 음식인 셈이다.
마라탕은 장강 인접 지역 사공들 사이에서 요리법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사공들은 배를 젓다가 힘이 들면 강변에 배를 대고, 갖은 야채와 고추, 향료를 넣어 끓여 먹었다. 당시 상인들은 사공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간편한 데다가 맛도 좋아 강변에 자리를 잡고, 야채와 음식을 늘어놓으며 노점 장사를 시작했다. 이 요리법이 바로 마라탕이다. 마라탕은 점차 내륙으로 점차 퍼져나갔고, 총칭성을 시작으로 중국 내 마라탕을 정식 메뉴로 파는 식당들이 늘어났다.
마라탕의 '마'는 '맵다'는 뜻하며, '라'는 '얼얼한 매운맛'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매운맛이 혀끝부터 타는듯한 느낌이라면, 마라의 매운맛은 코끝이 찡할 만큼 기관지로 퍼지는 독특한 매운맛을 낸다. 마라는 맵기고 산초, 사천 고추, 태국 고추, 랜턴 고추 등을 한데 넣어 끓인다. 이 덕분에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운맛을 느낄 수 있다.
마라탕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대강 끓이는 방식이다. 따라서 재료보다도 중요한 게 바로 육수와 마라장이다. 마라탕 육수는 돼지, 소, 닭, 팔각, 산초, 후추, 황기 등에 마라장을 넣고 끓인다. 마라탕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는 마라탕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고수나 마라처럼 향이 강한 향신료를 먹지 못한다거나, 육수에 땅콩이 들어가기 때문에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마라탕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 마라탕과 중국 마라탕의 차이점은?
한국 마라탕보다 중국 마라탕이 더 맵다
마라탕 가게에 가면 일반적으로 맵기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마라탕 프렌차이즈 업체를 살펴보면 탕화쿵푸, 라화쿵부, 신룽푸마라탕 등 대부분이 4단계로 구성이 돼 있다. 내 경우에는 보통 1단계나 2단계를 선택하는 편이다. 2단계만 먹더라도 10번 중에 한 번은 반드시 기침할 정도로 내게는 매운 편이다.
한국 마라탕도 상당히 맵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중국 마라탕은 한국보다 더 맵다고 한다. 중국 마라탕에는 마라와 마라유가 한국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데다가, 한국에서는 고기를 넣어 매운맛을 상쇄시키는 반면, 중국에서는 주로 야채나 두부 위주로 먹기 때문이라고.
중국에서는 마라탕 국물을 먹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훠궈 국물과 마라탕 국물을 먹지 않는다. 보통 위생상의 문제를 이유로 마라탕과 훠궈 국물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 마라탕의 경우, 같은 국물에 종일 혹은 며칠씩 각종 재료를 넣고 끓이고를 반복한다. 따라서 중국 사람들은 마라탕 국물을 일종의 기름탕 쯤으로 여긴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름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재사용해 튀기는 치킨과 같은 이치인가?) 속설에는 미쳐 다 담지 못한 재료들이 국물에 쌓여 썩고 있다고도 하고, 훠궈 국물을 걸러 마라탕 국물로 사용한다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중국 어느 가난한 여자는 매일 같이 마라탕을 먹었고, 그때마다 국물까지 싹 비웠다고 한다. 이후 건강악화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또한, 하루 한끼 이상 마라탕을 먹은 소녀의 건강검진 결과가 뉴스에 보도되면서 마라탕 위생상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고 전해진다.
재밌는 건 이 때문에 중국 최신 욕 중에는 '마라탕 국물까지 다 마실 놈'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마라탕 국물을 먹는 것은 몸에 좋지 않은 행동으로, 마라탕 국물을 다 먹는 것은 그만큼 매우 가난한 것을 의미한다고. 이 때문에 중국에서 '마라탕 국물까지 다 마실 놈'은 상대의 가난을 비꼬는 욕으로 사용된다.
1. 마라탕 입문: 탕화쿵푸
마라탕이라고는 일절 알지 못했던 나를 사로잡았던 마라탕 가게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원하는 양만큼 집어 담을 수 있다. 대체로 마라탕 파는 곳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분위기다. 마라향이 강하지 않은 편이고, 고수나 양고기도 취향에 따라 넣거나, 뺄 수 있다. 따라서 향신료가 거북한 마라탕 입문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92 광화문 오피시아 빌딩 지하
전화번호: 02-720-6638
2. 마라탕 초보: 포담
샤오롱바오를 먹으러 갔다가 반해버린 마라탕 식당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마라탕 식당들은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골라 넣는 방식이지만, 포담은 선택 없이 한 그릇이 나온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촌 맛집 정도였는데, 수요미식회에 출연한 후로는 사람이 몰려 먹기가 힘들어졌다. 포담은 마라탕을 몇 번 먹어본 초보자에게 적당하다. 알맞은 한국 패치로, 과하지 않다는 것이 포담 마라탕의 특징.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1
운영시간: 평일 11:30~21:00 / 브레이크 타임 14:30~17:30 / 첫째 주 월요일 휴무 / 토요일 11:30 – 21:00 / 브레이크 타임 16:00~17:00 / 일요일 휴무
3. 마라탕 중수: 홍마방
최근에 발견한 히죽의 인생 마라탕 가게. 마라탕뿐만 아니라 우육면, 탄탄면 등 다양한 대만·중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글에 삽입된 사진 역시 홍마방 마라탕이다. 이곳 역시 포담과 마찬가지로 재료를 골라 담는 것이 아닌 한 그릇 완전체로 나온다. 다만, 면과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주로 옥수수 면에 소고기와 큐브 어묵을 선택한다. 홍마방 마라탕은 깊은 약재 향을 느낄 수 있는데, 향이 자극적이기보다 부드러운 편이다. 자극적인 마라 향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정통 마라 향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주소: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북로14길 1
운영시간: 매일 11:30 – 22:00 /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전화번호: 02-2646-9316
4. 마라탕 고수: 봉선마라탕
제대로 된 마라탕이 먹고 싶다면 대림동을 빼놓을 수 없다. 대림동 수많은 마라탕 가게 중에서도 봉선마라탕은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버들이 이곳 마라탕을 먹고 인증을 남기기도 했으니까. 이곳은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골라 담아도 되고, 포담이나 홍마방처럼 한그릇 통째로 주문해도 된다. 봉선마라탕은 그간 마라탕을 꽤 먹었다고 자부한 나도 첫 한입에 ‘어?’하고 놀랄만큼 다름을 느꼈다. 내게는 살짝 국물이 짰지만, 진한 산초 향과 부드러운 고기국물이 묘하게 어울린다. 엄청나게 매울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다르게 적당한 맵기가 반전이다. 분명한 건 마라 향이 확실히 강하다는 점. 마라탕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38길 11
전화번호: 02-2637-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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