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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로 말할 것 같으면 (부제: 전통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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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1. 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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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술을 뺄 수 있을까, 아마 절대 불가능한 일이겠지.

 

 

나는 애주가다. 단순히 마시는 것을 넘어서 술을 정말로 좋아한다. 특정한 주종이나 브랜드가 좋은 게 아니라, 술이라면 그냥 다 좋다. 맥주, 소주랄 것 없이 전부. 호기심에 부어라 마셔라 했던 폭음시기를 제하면, 제대로 술을 알게 된 지는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동안 공부를 핑계 삼아, 취재를 핑계 삼아 이것저것 참 많이 마시기도 했다.

 

 

 

 

술이라면 주종을 가리지 않고 고루고루 사랑하는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애착이 가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전통주'가 그러하고, 그중에서도 '약주'에 유독 마음이 쓰인다. 아마도 약주가 가지는 포지션 때문인 것 같다. 마치 듬직한 형과 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받는 막내 사이에 낀 둘째 같은 느낌. 내가 약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뭔가 어중간하고, 애매한 위치말이다. (세상 모든 둘째가 애매하다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전통주를 좋아한다고 하면 보통 ", 막걸리 좋아하시는구나"라고 답한다. 조금 더 나아가 안동소주 같은 증류식 소주를 언급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아쉽게도 지금껏 단 한 번도 약주를 먼저 떠올린 사람은 없었다.(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단순히 신경이 쓰여서 약주를 소개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당신의 음주생활이 지금보다 더 풍성해지길 바랄뿐.

 

 

▲ 여과해서 약주 만드는 중  ( 사진 =  히죽 )

 

 

주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약주는 술밑을 여과해 만든 맑은 술을 말한다. 밥과 물, 누룩을 넣어 발효시키면 알코올 도수 15도 전후의 술 원액이 만들어진다. 이때 맑은 부분만 따로 분리해 여과와 100일 전후 숙성과정을 거치면 약주가 된다. 이 과정 없이 원액에 물을 넣어 도수를 낮추면 막걸리다.

 

 

본래 약주는 약효가 있거나, 약재를 넣어 만든 술을 의미했다. 현재 약주에 속하는, 술밑을 여과해 만든 맑은 술은 '청주'라고 불렀다. 하지만 을사늑약 이후, 일본은 탁주와 약주를 조선술로, 맑다는 의미의 청주는 일본 술(사케)로 구분했다. 이로 인해 약효가 있거나, 약재를 넣어 만든 술과 더불어 술밑을 여과해 만든 맑은 술까지도 모두 약주로 불리게 됐다.

약주는 정종이 아니다

 

 

당신은 이미 약주를 마셔봤거나 혹은 알고 있다. 식당, 슈퍼 등 곳곳에 놓여있던 백세주, 산사춘, 민들레 대포 등이 바로 약주다. 반면, 차례를 지낼 때 많이 사용하는 백화수복은 '정종'이다. 흔히 정종이 약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약주가 아니다. 얘야말로 과거 일본 술에 붙여졌다는 청주에 해당한다.

 

 

현재 주세법상 청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전통 청주 제조법으로는 불가하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누룩을 사용하면 결코 청주가 될 수 없다. , 현재의 '청주'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일본방식의 술을 의미한다. 정종은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만든 일본방식의 술 말이다.

 

 

게다가 정종이라는 이름 역시 과거 일제강점기 당시, 국내에서 생산됐던 일본식 청주 가운에 가장 유명했던 브랜드 '마사무네(正宗)'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한국에서 만든 수제 맥주를 전통주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엄밀히 말하면 정종은 전통주가 아니다.(백화수복 광고 중 '예를 지켜온 67-백화수복은 이제 전통입니다'라는 카피가 있었는데지인과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다.)

 

 

▲ 솔송주  ( 사진 =  히죽 )

 

 

 

 

히죽이 지극히 사심 담아 추천하는 '약주 Best 5'

 

 

#솔송주

 

 

솔송주는 조선시대 사대부였던 문헌공 정여창의 집안에서 대대로 이어져 온 고급 가양주이다. 16대손 며느리인 박흥선 명인이 빚고 있다. 은은한 솔향기가 매력적인 약주로,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느낌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불고기랑 먹는 걸 좋아한다.

 

 

  ▲ 오메기술  ( 사진 =  제주샘주 공식홈페이지 )

 

 

#오메기술

 

 

제주도에서 나는 약주다. 오메기는 차좁쌀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본래 전통방식으로는 오메기떡을 만들어 술을 빚지만, 현재는 차좁쌀을 사용해서 만들 뿐이다. 상큼한 과실향이 특징으로 차좁쌀만이 주는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제주도 가면 꼭 마신다. 특히 방어랑 함께 마시는 걸 선호한다. 나는 방어를 좋아하니까.

 

 

▲ 백련맑은술  ( 사진 =  신평양조장 공식홈페이지 )

 

 

#백련맑은술

 

 

당진에서 만들어지는 술이다. 백련잎을 사용해서 빚는데, 이 점이 그냥 좋다. 뭔가 정갈해 보이고 기품있어 보인달까. 맛도 딱 그러하다. 모난 곳 없이 은은하고, 부드럽다. 개인적으로 이 백련맑은술을 만드는 신평양조장을 정말 좋아한다. 세월이 느껴지는 도구들이 전시돼 있는데, 요즘 말로 '뉴트로'. 힙 하다.

 

 

▲ 자희향  ( 사진 =  전통주갤러리 )

 

 

#자희향 국화주

 

 

국화향이 은은하니 참 좋다. 억지스러운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국화향이 느껴지고 오묘하게 단맛과 어우러진다. 목을 타고 넘어갈 땐, 마치 입안에 국화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기분이랄까. , 그냥 마시면 꽃이 돼 피어나는 기분이다.

 

 

▲ 풍정사계 춘 ( 사진 =  화양양조장 페이스북 )

 

 

#풍정사계 춘

 

 

대체로 마셔본 사람들의 의견으로는 꽃향기가 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살구나 사과향이 더 많이 느껴졌다. 풍정사계 춘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주로 선정된 술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무려 트럼프한테 선보인 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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