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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꼬치에 확 꽂혀 볼텡가?(부제: 안주 추천)

FOOD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1. 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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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술집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사실 마라탕 1차하고 2차로 온 술집이었다. 배가 부르다며 메뉴판을 살펴보던 중 '모둠꼬치' 메뉴를 발견했고, 친구 하나가 "야 이거 시켜!"라며 마치 꼬치를 위해 이 술집에 온 사람처럼 말했다. 그 한마디에 자지러져서 꼬치에 대해 갑작스러운 토론장이 열렸다. 꼬치를 시킨다고? 아무리 배불러도 그건 아니지 않아? 그래도 꼬치는 은행 꼬치지, 꼬치는 양 너무 없지 않을까? 맛있을까? 모둠 먹기엔 배 안 불러? 나는 아스파라거스 있는 거 싫은데 있으면 어떡해? 괜찮아? 등등 대부분이 걱정스러운 말들이었다. 근데 나는 좋았다. 자주 먹진 않았는데 꼬치안주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왜지?'하는 새에 내가 닭꼬치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 그날 친구들과 먹었던 모둠꼬치  ( 사진 =  내 폰카 )

 

 

#꼬치와의_처음_산적

 

 

 

 

일단 꼬치는 뭐든 꼬챙이, 긴 막대기에 음식들을 꿰어서 구운 음식이다. 내가 맨 처음 꼬치구이를 먹은 건 산적일 것 같다. 집에서 예전에는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매번 산적을 하곤 했는데, 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집에선 맛살, , 고기를 파와 엇갈려서 꽂아 밀가루를 입히고 구웠었다. 아마 대부분이 제일 처음 먹는 꼬치구이가 이게 아닐까 싶다. 그때 구운 파가 맛있다는 것과 '파와 햄 등이 티키타카를 하면 맛있구나!'를 배웠다. 단맛과 씹는 맛, 고기와 햄 등의 짭조름함까지 꼬치 하나에 담겨있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꼬치에 끼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라 어린 나에게도 시키기도 해서인지 일단 싫다고 했었다. 여전히 노동을 싫어하는 나, 지금은 산적 없어서 못 먹지만.

 

 

그리고 다음 꼬치의 기억은 학교 앞에서 팔던 염통 꼬치였다. 요즘은 정말 술집에 가서 안주로 찾아봐야 나오는 염통꼬치지만 나는 어릴 때 문방구나, 분식집에서 팔곤 했었다. (내 추억 속엔 있는데...) 그때 떡꼬치도 있었고 피카츄 꼬치등 자유분방 다양한 꼬치들이 있었지만 나의 원픽은 염통 꼬치였다. 작아서 한 입 쏙쏙 들어와서 좋았고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양념이 진짜 좋았다. 이 맛을 못 잃어서 닭꼬치를 더 선호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 양념이 아마 지금 생각하면 데리야끼양념이 아니었을까(어릴 적 기억이라 자신은 없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떡꼬치와 피카츄 꼬치는 내 픽을 받지 못했다. 떡은 더 어릴 때 안 좋은 기억으로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는 음식이고 피카츄는 돈가스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잘 먹지는 않았지만 케찹으로 이리저리 그림 그렸던 게 기억에 남는 음식이 됐다.

 

#모듬꼬치__잃어

 

 

사실 술집에서 모둠꼬치를 시키면 '과일 화채'를 시키는 것과 비슷한 눈치를 받는다. 양은 적고 늦게 나오며, 가격은 비싸니까. 처음에 나도 꼬치안주를 싫어했던 건 모둠꼬치 말고도 꼬치안주를 하나 시키면 꼬치 2개에 6,000~8,000원 사이의 가격을 받으니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극도로 피했다.

 

 

▲ 보통 한 메뉴를 시키면 나오는  2 개의 꼬치  ( 사진 =  꼬치의 좋은 기억을 가지게 했던 그날의 내 폰카 )

 

 

근데 최근에 배가 너무 부르지만 술은 좀 먹고 싶어 할 때 꼬치 구이집 방문했었는데 천천히 먹게 되면서, 양이 적으니 다른 맛으로 여러 종류 먹어볼 수 있고 배에 무리를 안 주니까 그날의 기억이 기분 좋게 남았다. 그 후로 꼬치구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저번 주에만 모둠꼬치를 두 번 먹었다. 모둠꼬치에 자주 나오는 종류는 은행 꼬치, 베이컨토마토 말이, 떡갈비, 염통, 닭갈비 등등이다. (추천: 술 좋아하는 친구들은 은행 꼬치가 최고라고 했다.) 배가 너무 고픈 상황에서 꼬치 선택은 안 될 것 같다. 두 번 중 한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꼬치부터 시켰는데 배가 너무 고픈데 꼬치는 나오지 않고 나왔는데 순식간에 입으로 삭제시켜서 안주를 또 시키고 시키고의 반복이 돼 결국 꼬치가 기억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꼬치를 시키기 전 자신의 배 상태를 한번 확인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난 배고파도 모둠꼬치__잃어.

 

 

▲ 일식술집에서  8 종류 모둠꼬치  ( 사진 =  꼬치에 중독된 내가 찾아가 찍은 폰카 )

 

 

#꼬치__탑은?

 

 

보통 일식 술집에서 많이 보이던 꼬치구이가 지금 원 탑을 고르라면 닭꼬치 vs 양꼬치의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꼬치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음식이 닭꼬치이고, 모두의 추억 어딘가에 살고 있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꼬치도 닭꼬치이다. 달달하고 가끔은 매콤하고 살결 따라 찢어지는 닭고기가 간단하며 배부르고 손에 양념이 많이 묻고 마지막쯤엔 저걸 어떻게 먹지 내 목을 꼬챙이가 관통할 것 같은데, 하면서도 어떻게든 먹게 되는 닭꼬치가 좋다. 길거리에서 닭꼬치를 보면 꼭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건 지나치게 돼있지만, 매번 볼 때마다 갈망하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를 것이다. 요즘은 특히나 거리에서 포장마차들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 닭꼬치를 구경하기도 힘들다. 갈망하는 나의 데리야끼 소스의 닭꼬치들이 사라지고 있어서 이젠 어디서 대량구매라도 해야 먹을 수 있으려나 싶다.

 

 

▲중국음식점에서 먹은 색다른 '마라반' 산라분을 볶은 것 같은 비쥬얼과 맛이었다. (사진= 내 폰카)

 

 

마라탕의 유행에 힘입어서 온 중국 음식들이 대세에 있는데 훠궈보다 많이 생기는 집이 양꼬치 집이 아닐까 싶다. '양꼬치 앤 칭따오'라는 유행어까지 있듯이 양꼬치는 이미 '대세 of 대세'. 거리에서 양꼬치집 하나 찾기가 아주 쉽다. 나는 양꼬치를 한번 먹어봤다. 향신료 같은 건 나는 거부감이 잘 없는 편이라 냄새에 혹시 내가 불호를 느끼지 않을까 했는데 향신료를 엄청 찍어 먹기 때문인지 냄새 같은 건 생각 못 했다. 어떤 고기도 나는 차별하지 않는 정신, 고기우대정신이 있는 것 같다. 양꼬치, 호불호가 엄청 갈릴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인들은 호인 것 같다. 그것도 극호.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들도 좋고 맥주랑 함께라는 게 기본으로 깔려있어서 더 좋기도 한 것 같다. 닭꼬치 VS 양꼬치, 지금으론 양꼬치의 대승이 아닐까.

 

 

 

 

요즘 꼬치에 홀릭이라 꼬치들을 보면서 꼬치를 가지고 어떤 얘기를 할까 했는데, 옛날 기억들이 도움이 됐다. 염통 꼬치 학교에서 팔던 거 모르겠지, 나이 얼마 안 됐는데 많이 됐다 하면서 혼자 킥킥댔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생각도 안 났던 피카츄 돈까스도 생각해보니 꼬치였고, 누구나 먹어본 떡꼬치도 있었다. 그리고 요즘 유행이라는 소떡소떡에 대해 얘기를 아예 못 했지만 그것도 생각엔 있었다. 뭔가 흐름상 빠져버렸지만. 생각해보면 많은 꼬치들을 꼬치구이라고 묶어서 보진 않았던 거였다. 근데 한번 먹은 양꼬치가 잘 기억이 안 나서 이번 꼬치 정복에 마침표로 양꼬치를 다시 먹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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