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현 아이폰 XS 유저로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능은 기본 카메라에 내장된 인물모드이다. 이 모드로 찍게 되면 사진의 초점을 중심으로 배경을 흐릿하게 하는 일명 아웃포커싱으로 찍히는데, 이러면 피사체가 굉장히 선명하게 나온다. 인물을 좀 더 뚜렷하게 찍게 하려는 목적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인물모드로 음식 사진 찍는 걸 취미이자 특기로 여긴다. 이 모드는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인물을 담기엔 (예를 들어 나를 담기엔) 조금 부끄러운 까닭이다. 대신 이렇게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기능 덕분에 음식을 찍으면 선명 뚜렷하게 보이고 더더 맛있어 보이고 괜히 뿌듯하다.
음식 사진이 쌓일수록 엥겔지수도 높아지겠지만 아무렴 맛있는 건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두 달 동안 모아본 음식 사진들을 나열하며 기억해봐야지.
사진의 순서는 내 마음대로.
일하는 곳이 백화점과 지하연결통로로 이어져 있어 평균 1일 2백화점을 생활화한다. 그렇다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와 짧은 티타임 또는 간식타임을 즐기는 편인데, 그 언젠가 당이 떨어질 때쯤 냠냠했던 아이스크림.
바닐라와 초코맛이 어우러지는 것이 굉장히 달달하게도 아드레날린을 증가시켰다.
다음은 어느 주말 점심에 친구와 함께했던 브런치.
이날 찍은 모든 음식이 마음에 들었는데, 물론 사진과 맛은 비례한다. 더 애정을 갖고 찍기 때문일수도. 그중 이 샌드위치는 글을 쓰는 지금도, 먹고 있었던 그 시간에도 또다시 오리라 다짐하게 만들었던 맛이다.
개인적으로 입천장이 까지는 빵 종류를 좋아하는데, 그를 샌드위치로 만들었으니 맛 또한 훌륭했다. 이어서 함께 먹은 파스타 그리고 케이크들도 굿굿.
다음은 청첩장을 받은 날 지금은 신혼 여행중일 예비부부와 함께했던 날.
잠실의 어느 맛집에 갔던 크랩 튀김이 너무 먹음직스러웠고, 너무너무 맛있었음을 사진에서 기억하게 해준다.
그리고 디저트를 위해 간 카페.
이 카페의 아인슈페너는 당시 아인슈페너에 빠져있던 나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다른 메뉴들은 내가 맛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맛있어 보인다.
꼭 바깥 음식만 인물모드로 찍는 건 아니다. 집에서 먹은 음식도 특별한 경우 기념하기 위해 찍어둔다. 가족행사 때 먹었던 갈비들. 둘 다 갈비 사진이지만, 서로 다른 날 먹은 갈비이다.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그동안 많이 먹었구나 싶기도 하지만 그날의 일상을 사진한장으로 떠올릴 수 있음에 뿌듯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먹어야지라는 다짐도 함께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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