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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안 마시고 카페에서 살아남기

DIARY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2. 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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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못 마신다. 커피 중독, 커피 없이는 깨어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 통용되는 요즘에 희귀한 사람이다. 물론 나도 커피를 지독히 마시던 때도 있었다. 커피 종류별로 마시고 커피콩이니 뽑는 방식이니 비교해보며 먹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먹던 게 낙이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마시면 배가 콕콕 쑤셔서 신경이 거슬리고 그다음 일정을 다 망치길래 그 뒤부터 먹지 않게 됐다. 안 마시는 거 아니고 못 마신다. 내가 정말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꽤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불안하게 뛰어서 먹지 못하는 사람, 나처럼 배가 쑤셔서 먹지 못하는 사람 등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대다수는 커피를 물처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아 보려고 한다.

 

▲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메리카노 + 케익 (사진 = 이내)

 

 

Step1. 눈치 보기

 

 

 

 

사실 친구들이나 편한 사람들과 함께 카페에 가면 고민할 필요도 살아남을 필요도 없다. 커피 아닌 메뉴들이 카페에 즐비하고 때로는 훨씬 많은 메뉴를 자랑한다. 디저트까지 빵빵한 데 무슨 고민? 하지만 살아남아야 할 상황들은 대부분 메뉴를 통일해야 할 상황이라던가 사회생활이라던가 처음 보는 사람들 중 예의를 지키거나 하는 애매한 상황에서다. 

 


일단 눈치를 본다. 가장 기본 철칙이다. 누가 무엇을 시키는가. 메뉴를 통일하는 경우 대부분 빨리 나오도록 같은 메뉴를 시킨다. 그리고 그 메뉴는 여름에는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겨울엔 아메리카노다. 여기서 자신 있게 다른 메뉴 시키기란 아주 아주 곤란하다. 시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아아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쌓여가는 메뉴 중 다른 걸 시키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슬쩍 넣어볼 수 있다. 다른 메뉴를 시킨 사람과 같은 메뉴를 시키면 더 괜찮다. 그러나 아마도 그런 사람은 라떼를 시킬 가능성이 크다. (약간 울고 싶다.)

 

 

▲ 나의 사랑 에스프레소휘핑이 얹어진 음료와 친구의 커피음료 (사진 = 이내)

 

 

Step2. 거절하기

 

 

모두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면 문제가 커진다. 내가 아메리카노를 들고 오늘 하루를 꽉 찬 아메리카노 한잔과 눈치싸움을 할 것인가. 편안하게 일을 할 것인가. 말하는 게 귀찮아서 혹은 분위기가 안 좋을까 봐 그냥 아메리카노를 시켜 들고 가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나도 그런 적이 많다. 그런데 이걸 들고 어딘가에 앉아 다 마시고 들어가자면? 앉아서 컵만 만지작대다 결국 '어.. 저 커피 못 마셔요^^' 하는 상황이 오고 서로 '말을 해주시지 그랬어요ㅎㅎ' 하며 머쓱해진다. 

 


나는 모두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면 되도록 거절하는 방법을 택한다. 속이 안 좋아서나 아까 한잔 마셔서 괜찮다던가 바로 들어가 봐야 한다던가 어쨌든 다른 이유를 댄다. 여기서 <커피 못 마셔요> 라고 한다면 꾸역꾸역 다른 메뉴를 시키라고 우리는 괜찮다고 뭘 눈치 보냐는 등의 얘기들이 따라붙으니 절대 금물. 차라리 아무것도 손에 안 들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더라. 가득 찬 아메리카노 잔은 처리도 귀찮다. 화장실 가서 음료 쏟아붓고 다시 쓰레기통으로 슝. 더 용기 낼 수 없다면 거절하는 용기라도 내자 우리. 

 

 

Step3. 눈치 보지 말고 다른 거 시키기

 

 

딱히 좋은 방법들이 있는 건 아니다. 거절하는 것도 괜찮고 눈치 보고 슬쩍 들어가는 것도 괜찮지만 사실 그냥 얘기하는 게 제일 좋다. 저 커피 못 먹습니다! 다른 거 시키겠습니다! 후련하게. 그러나 그렇지 못한 상황들이 있어서 앞선 얘기들을 했던 거고 공감할 거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후련하게 말하라는 건 생각보다 이게 많이 나빠 보인다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 더 크게는 내가 편하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 멀리보이는 친구의 커피음료와 로즈 어쩌구의 내 음료 (사진 = 이내)

 

 

가끔은 일부러 이 이야기를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자주 그러는 편이다. 나는 이걸 TMI 공유라고 생각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서로에 대해 모르고 얘깃거리를 어디로 잡아야 하나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이런 취향과 얘기는 얘깃거리를 추가시켜주는 좋은 소재다.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낼 수도 있고 커피나 나에 대해 많은 얘기로 흘러갈 수 있게 한다. 긴장을 풀어주게도 하고 다음에 만나면 눈치를 볼 가능성도 많이 줄어든다. 긍정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부록. 커피 못 마시는 내가 자주 마시는 메뉴 3

 

 

1. 초코

 


대부분의 카페에 다 있고 나는 단 거를 사랑하고 빨리 나오는 메뉴다. 휘핑크림 얹을지만 사전에 잘 얘기하자. 나는 휘핑을 사랑한다. tmi로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휘핑을 아주 사랑한다. 그러나 초코에도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못 먹는 사람들은 초코도 못 먹는 경우도 꽤 있다. 

 

 

▲ 사랑하는 초코 (사진 = 이내)

 

 

2. 아이스티

 


메뉴 통일할 때면 아메리카노, 아이스티의 경우로 나뉘기도 한다. 커피 메뉴 말곤 다른 메뉴는 거의 없는 개인 카페들에서도 아이스티는 존재하곤 한다. 뭔가 가격에 사기당하는 느낌이 들지만 나에겐 구원 같은 메뉴. 

 

 

3. 스무디

 


얼죽아. 그중에 아이스아메리카노 아니고 그냥 아이스인 나는 아이스 메뉴들을 사랑하는데 스무디, 프라푸치노 같은 메뉴를 사랑한다. 알바는 조금 싫어할 메뉴들 같지만 사랑해요 스무디. 

 


커피를 마시지 못하다 보니 숱하게 카페에서 눈치를 보던 우리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있는 줄 몰랐던 사람들도 나의 고충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눈치 안 보고 메뉴 고르고 싶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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