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치, 언제부터 ‘할로윈’을 챙겼다고

CULTUR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2. 7. 20:00

본문

728x90
반응형

 

 

10월 31일, 할로윈(Halloween)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자고 했다. 오앤즈 구성원 모두가 그럴듯한 할로윈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문제는 ‘나’다. 할로윈에 대해 할 말이 전혀 없다. 그저 내게 할로윈은 ‘다음주 수요일’일 뿐이니까. 27년 한국에 살면서 단 한번도 할로윈을 챙겨본 경험이 없다. 설날이나 추석같은 민족 대명절도 밀린 드라마 보기에 바쁜데. 하물며 ‘외국 귀신 쫓는 날’이야 쥐똥만큼도 관심이 없는게 당연하지.



무슨 주제로 할로윈을 이야기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이미 앞서 영화도 추천하고, 쿠키도 만들더라. 할로윈 분장에 대해서도 기똥차게 써놨고. 할 게 도무지 없어서 초록창에 할로윈을 검색하니 ‘귀신 쫓는 날’이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 하나. 귀신 쫓는 날이 미국만 있는 게 아니구나.

 

 



그리하여 할로윈과 함께 여러 귀신 쫓는 날을 소개한다.

 

 

▲귀여워서 가져온 유령사진(사진=픽사베이)

 

할로윈이 뭐길래?

 

 

할로윈은 매년 10월 31일로 미국 전역에서 벌이는 축제다. 켈트족의 전통 축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준비해 죽음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는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기 위함이었다.



특히 이 행사 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다. 이것이 할로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다.

 

▲그냥 가져온 잭오랜턴 사진(사진=픽사베이)

 

 

할로윈엔 왜 호박등을 만들까?

 

 

할로윈 데이가 되면 각 가정에서는 호박에 눈, 코, 입을 파서 잭오랜턴(Jack-O’-Lantern)이라는 등을 만들고, 검은 고양이나 거미 같이 핼러윈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장식물로 집을 꾸민다.

 


이 잭오랜턴은 할로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망령을 위해 길을 밝혀주는 등'이라고 한다. 이 잭오랜턴의 유래는 꽤 재밌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조금 무서운 호박(사진=픽사베이)

 

 

옛날 옛적 영국에 잭(Jack)이라는 남자가 살았다. 이 남자는 악랄하고, 교활한 성격을 가졌다. 평소 잭은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날 잭이 죽을 때가 돼 악마가 잭을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찾아왔다. 이때 잭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악마에게 시비를 건다. 잭은 악마를 동전으로 변하게 한 뒤, 십자가가 들어있는 주머니에 집어 넣고는 악마를 협박했다. 덕분에 잭은 10년을 더 살 수 있었다.

 

 

 


다시 10년 뒤, 악마가 잭을 찾아갔다. 잭은 악마에게 '나무에 올라가 과일 좀 가져다 달라'고 했고, 악마가 나무에 올라가자 재빠르게 나무에 십자가를 그어 악마가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잭은 또다시 죽음을 피한다. 그 후, 명이 다해 죽은 잭은 살았을 때 악행으로 천국에서 쫓겨난다. 게다가 악마들에게도 미움을 받아 지옥조차 가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옷이 내 스타일(사진=픽사베이)

 

 

잭은 현세를 떠돌다 너무 지친 나머지 지옥으로 악마를 찾아가 지옥이라도 가게 해달라고 빈다. 하지만 악마는 지옥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잭은 어둠 속에서 길이라도 찾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이에 악마는 지옥 불덩이를 하나 던져준다. 이때부터 잭은 불덩이를 순무에 담아 랜턴으로 또 난로로 들고 다니며 쉴곳을 찾아 지금까지 떠돌아 다니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원래 전통 잭오랜턴은 호박이 아닌 순무를 사용한다. 하지만 19세기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이 미국 대륙의 토종 열매인 호박을 발견하면서 순무가 아닌 호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맛잇겠다(사진=픽사베이)

 

 

트릭 오어 트릿?!

 

 

잭오랜턴 외에도 할로윈 문화로는 트릭 오어 트릿이 유명하다. 할로윈이 되면 아이들은 괴물이나 마녀, 유령으로 분장한 채 이웃집을 찾아다닌다. 이때 아이들은 각종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는데, 이때 외치는 말이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다. 이는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는 뜻이다.

 

 

First Glimmer of Childhood ex of unusual perceptual experiences

 

트릭 오어 트릿은 할로윈의 대표적인 놀이다. 이는 중세에 특별한 날이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아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풍습에서 시작됐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할로윈 문화를 많이들 챙긴다. 재작년인가 할로윈인줄도 모르고 이태원을 찾아다가 각종 분장을 한 사람들에 치여 옴짝달싹 못했던 경험도 있었다. 내게는 꽤나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열정적으로 할로윈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아, 이런게 힙하다는 거구나, 느껴보기도 했고. 꽤나 신나보였지만 딱 거기까지. 내겐 할로윈 축제가 할로윈 유령보다 위험해 보였으므로.

 

 

▲개중 제일 안무서운 유령사진(사진=픽사베이)

 

 

한국의 귀신 쫓는 날은?

 

 

우리나라에도 할로윈처럼 악귀를 내쫓는 세시풍속이 있다. 바로 '귀신날'이다. 한국에서 27년을 살았는데 귀신날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귀신날은 정월 열여섯날인 음력 1월 16일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귀신이 돌아다니는 날이다. 귀신날에는 일을 하거나 남의 집에 가면 귀신이 붙어와 몸이 아프거나 우환이 생긴다고 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

 


특히 귀신날에 여자들이 바깥출입을 하면 치마꼬리 또는 머리 끝에 귀신이 붙어 온다고 알려졌다. 덕분에 여자들은 더욱더 외출을 하지 않았고, 또 이날 일을 하면 과부가 된다고 하여 집안에서 쉬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귀신날이 시집살이하는 며느리들에게 하루 더 놀게 해주려고 만든 날이라고 한다.

 

 

▲귀염둥이 캐스퍼(사진=픽사베이)

 

 

귀신을 내쫓는 한국인의 방법

 

 

낮에는 귀신을 피해 숨었다면 밤에는 귀신의 접근을 막기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주로 불을 이용해서 말이다.

 


저녁 해가 진 다음 대문에서 고추씨·목화씨·삼씨·머리카락 등을 태워 귀신이 싫어하는 냄새를 피운다. 고추씨나 목화씨, 머리카락을 태우면 굉장히 맵고 독힌 냄새가 난다. 즉, 독한 기운으로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행위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대나무를 태우거나 뽕나무 숯가루로 폭죽을 달걀꾸러미처럼 만들어 태우는 방법이다. 이때 사용하는 달걀꾸러미처럼 생긴 폭죽을 귀신불 또는 귀신달굼불이라고 한다. 이는 '귀신을 불로 달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놀이) 윷놀이

 

 

이밖에도 귀신을 쫓는 놀이도 있다. 널뛰기와 윷놀이가 대표적이다. 특히 널뛰기는 조금 충격적이기도 한데. 무려 귀신 대가리를 깨부순다는 의미로 널뛰기를 한단다. 널을 뛰면 널빤지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땅에 닿을 때 ‘쾅’ 소리가 난다. 이때 널 밑 속에 들어가 있는 귀신 대가리를 깨뜨려 소멸시킨다는 것이다. 꽤나 격정적이다.

 


할로윈 분장과 비슷한 문화도 있다. 할로윈 분장은 악귀로부터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전 신발을 숨겼다. 귀신날 밤에는 귀신이 내려와 신발을 신어 본다고 한다. 이때 신발이 제 발에 맞으면 귀신이 신고 간다. 귀신이 신발을 신고 가면 신발 주인이 불길하거나 죽는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귀신날에는 신발을 감추거나 엎어놓고, 대문에는 체나 바구니를 걸어놓았다. 체는 구멍 수가 많아 귀신이 체구멍을 세고 또 세다가 닭이 울면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기 때문에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 수 없기 때문. 참 재밌는 이야기다.

 


역시 우리 선조도 한국인 아니랄까봐 와일드하게 귀신에 대처한다. 귀신을 태워 죽이고, 머리를 깨뜨려 죽인다니. 아무튼 결론은 '귀신날을 공휴일로!' 일 나갔다 귀신 붙으면 어떡해요.

 

▲영화 코코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멕시코에도 있다, '죽은자들의 날'

 

 

마지막은 멕시코다. 멕시코는 귀신 쫓는 날이라기 보다 귀신과 함께 하는 날이 더 어울리겠다. 정확한 명칭은 '죽은자들의 날'이다.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를 기리며 그들의 명복을 비는 명절로,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이다.

 

 



죽은자들의 날이 되면 멕시코 전역의 공원과 건물, 가정에서는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제단을 만든다. 특히 멕시코인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이 1년에 한 번 가족과 벗을 만나러 세상에 내려온다고 믿는다. 10월 말일에 제단을 마련한 후 11월 1일에는 죽은 아이들을, 11월 2일에는 죽은 어른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죽은 자들의 날도 할로윈과 비슷하게 설탕, 초콜릿이 등장한다. 멕시코에서는 설탕과 초콜릿 등으로 해골 조형물과 뼈 모양 사탕 등을 만들고, 여기에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어 제단에 올리는 것이 문화다.

 

 

 

<코코> 메인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tv.naver.com

 

해골 복장을 하고 가족이나 친구의 묘지로 찾아가기도 한다. 죽은 어른들을 위해서는 테킬라(tequila)와 담배를, 죽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장난감을 가져가기도 흔다. 그리고 마리골드(marigold) 꽃과 촛불로 무덤을 환하게 장식하고 무덤 곁에서 조용히 밤을 보낸다. 죽은 이들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먹고 즐겨 듣던 음악을 듣기도 한다.

 


멕시코도 우리나라 만큼이나 격할 줄 알았는데. 상당히 낭만적이다.

 


내게 멕시코 죽은자들의 날은 제법 익숙한 편이다.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인 '코코'의 배경이 바로 멕시코이기 때문. 그중에서도 바로 죽은자들의 날이다. 멕시코 죽은자들의 날이 궁금하다면 영화 '코코'를 추천한다.

 


각 나라의 문화가 각기 다른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론 비슷한 점도 많다. 글을 쓰다보니 할로윈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기도. 올해는 한번 소소하게 챙겨볼까? 말 그대로 소소하게 집에서.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