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의 부탁드립니다
요즘 영화 보는 낙으로 사는 이내. 그렇지만 요즘 표 값도 너무 비싸고 해서 온갖 영화 앱을 돌면서 시사회와 이벤트 등을 응모하고 다닌다. 그러다가 “리멤버” 시사회에 당첨되었다. 배우나 관계자들이 오는 건 아니고 정말 영화 개봉 전에 ‘시사’를 하는 것으로 영화 개봉 전 입소문이나 반응을 보기 위해 많이들 하는 영화 홍보 행사다. 일단 공짜, 그리고 개봉 전 영화를 먼저 볼 수 있다는 특별함 때문에 시사회를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 내내 당첨 실패를 당해 슬퍼있던 찰나였다. 그런데 대뜸 폰으로 온 문자, 꽤 흥미로운 소재의 리멤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리멤버는 10월 26일 개봉 예정인 영화. 이성민, 남주혁 배우가 주연이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인 한필주(이성민)이 친일파들에게 가족을 잃고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 실현을 위해 인규(남주혁)에게 운전을 도와달라고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줄거리만 보면 뻔한 영화로 느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란 소재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쓰였고 심지어 이 영화 주연인 이성민씨는 ‘기억’이란 드라마에서 이미 연기한 적도 있다. 복수를 잊지 않기 위해 새기는 영상/손의 문신 같은 내용이며, 일제 강점기 시절의 피해 내용 같은 내용들은 우리가 숱하게 봐왔던 소재와 모습들이다.
하지만 ‘리멤버’가 다른 점은 한필주(이성민)과 인규(남주혁)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20대 남자와 80대 남자가 절친이자 콤비가 되어 극을 이끌어 간다는 게 이 영화를 새롭게 한다. 왜냐면 일단 80대 남자이지만 TGI에서 알바를 하며 20대들과 신조어를 섞어 쓰는 핵인싸적인 할아버지는 일단 새롭고 그래서 20대인 인규(남주혁)과 함께 움직이며 서로가 격이 없어 보이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이 점이 새로운 코미디 장면들을 만들고 무거운 주제를 좀 더 가볍게 받아들이도록 완충제 역할을 해준다.
이 영화 코미디 영화였나? 싶을 정도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프닝의 무거움을 한 방에 무너지게 했던 초반 장면들에 행복하게 웃었다. 복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개그코드는 계속됐다. 가벼운 듯 엄청나게 진중한 한필주(이성민)의 단호함에 어후어후 하면서 얼떨결에 말려있는 인규(남주혁)의 모습도 재밌었지만 이 사람들 전혀 웃기지 않을 장면을 웃기게 만들 줄 아는구나하는 장면들도 많았다. 덕분에 엄청 긴장했다가 마음이 싹 내려앉는데 이런 부분들은 정말 이성민 배우의 눈빛 연기가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그리고 80대 할아부지가 이렇게 액션을 잘하고 강인해도 되는 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어로할배스러움ㅠㅠ)
영화 전체적으로 우리가 뻔-하게 복수를 위해 계획하지만 결국 고민하게 된다거나 너무 많은 돌발 상황들로 힘들게 된다거나 하며 내 가슴을 두드리게 만드는 일이 적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주제도 무겁고 복수에 총까지 사용되고 복수 대상도 생각보다 많고 거기에 알츠하이머. 과부하 되기 딱 좋은데 이 영화는 모든 과정을 깔끔하게 상황을 쳐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특히 인규(남주혁) 역을 엄청 맘 졸일만한 전개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그렇게 넘어가지 않게 만들어줘서 좋았다.
이런 면모는 특히 결말에서 빛났다. 친구와 나는 결말 장면들을 보면서 어어 또 그래봐? 똑같이 진부해져봐? 하고 지켜봤는데 아주 진부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통쾌했고 깔끔해서 만족하며 나왔다. 재미도 깔끔, 복수도 깔끔, 결말도 깔끔! 근데 그래서 결말 부분에 조금 더 시간을 들였거나 힘을 들일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쪼오끔 남았다.
나는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게 볼 부분은 인규(남주혁)의 시선과 형사(정만식)의 시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시선들이 한필주(이성민)과 그의 복수 대상들이 하는 얘기와 복수 사건을 보는 태도와 말들에서 말하는 바가 있는 게 아닐까. 한필주는 그 시대를 산 사람이고 인규는 바라보는 사람이다. 한필주는 계속 인규에게 미안해하고 너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인규는 계속 이 일에 말려든다. 과연 관련이 없을까?
친일파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서 착했던 일반인들을 희생시키고도 부와 권력을 모두 쥔 채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어 또 다른 ‘갑질’을 행하고 있는 친일파. 스쳐 지나가듯 나오지만 인규의 아버지 사건, 병원에서의 일들, 형사를 향한 친일파의 모습 등에서 과거의 복수 얘기만 하는 듯한 영화에서 현실 문제가 그대로 연결된다. 절대 과거의 일이기만 하지 않는다는 듯.
영화에서 복수의 대상들은 계속 현재를 생각해야 하고 그때는 지나간 과거이며, 과거를 생각하는 건 현재의 젊은이들을 묶어두는 행위이라 말하고 자신들은 그냥 시대를 살아낸 것이라고 한다. 그걸 지켜보는 이들은 딱히 그것에 대해 엄청난 반박이나 토론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과연 정말로 지금 젊은이들을 묶어두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가 청산되지 않아 잘못된 인물들이 잘못된 사상으로 이루어지는 중요 행사들과 영웅들이 과연 지금 인물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 할 때 영화에서 봤던 현실 문제들이 눈에 더 보인다. 그리고 인규의 말이 귀에 꽂힌다.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죽음으로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어쩌면 이 영화가 가장 전하고 싶었던 말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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