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엔 여행을 가지 못하겠거니 싶었는데, 기적적으로 짬이 나서 여름 여행을 가게 되었지 뭔가. 엄마와 함께 오르게 된 여행길에 우리는 망설임도 없이 경주행 KTX 표를 끊었다.
사실 경주가 초행길은 아니었다. 이번 2월 1박으로 여행을 간 곳도 바로 경주 황남동(황리단길) 일대였다. 하필 가장 추운 겨울에 갔지만 동네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았기에 꼭 따뜻한 날에 다시 오자는 결심을 지키는 순간이었다. 그게 하필은 가장 더운 시기에 가서 문제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좋았다. 이제부터 아주 열심히 걷고 아주 열심히 먹어치운 기록을 털어볼까 한다.
먼저 가보기 전 가이드로 참고할 만한 링크를 추천한다. 송은이 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비밀보장> 홈페이지에선, 각 지역의 명물을 소개하는 지역 추천 땡땡이(*비밀보장의 청취자들을 이르는 말)들의 각종 추천 리스트가 있다. 경주도 그중 한 곳으로, 실제로 코스를 정리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친구와의 여행 코스, 부모님과의 코스 등이 아주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1독을 권해본다.
향화정
경북 경주시 사정로57번길 17
매일 11:00 - 21:30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점심 라스트 오더 :15시 / 저녁 라스트 오더 20:30
경주 여행의 첫 끼 스타트는 항상 여기서 끊게 되는 것 같다. 항상 사람이 붐비고 있어 웨이팅이 꼭 있는 식당으로 신선한 소고기 육회 비빔밥과 면을 넣어서 먹는 육회 물회가 대표적인 메뉴다. 꼬막무침 비빔밥 또한 먹어본 사람 말로는 꽤나 신선하고 맛이 좋다고 한다. 경주 근처에 소 도축장이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소고기가 저렴한 편이니 육회 구이 국밥 등등 종류별로 소고기는 꼭 먹어보길 추천해 본다.
료코
경북 경주시 첨성로99번길 27
11:00 - 21:00
브레이크 타임 15:30 - 17:00
라스트 오더 20:30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거의 모든 경주 여행 브이로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식당이라 궁금해서 방문했다. 역시 웨이팅이 있는 편이었으니 오픈 시간을 체크해서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 돈가스가 첫입부터 끝입까지 하나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연신 감탄하며 먹었다. 돈가스 외에도 료무라이스, 볶음우동이 식당의 대표 메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나 료무라이스가 정말 깔끔하고 부드러웠다. 한식이 질릴 때 즈음 추천하는 식당!
기와메밀막국수
경북 경주시 분황로 91
매일 11:00 - 21:00
라스트 오더 20:30
위에서 언급했던 팟캐스트 '비밀보장' 홈페이지 글에서 발견하고 방문한 곳이다. 분황사 바로 앞이라 유적지 방문하면서 끼니를 해결해도 좋겠다. 요즘 치솟는 물가에 작은 가격 그리고 작지 않은 크기의 넉넉한 막국수가 우릴 반긴다. 막국수 육수와 사리 추가 또한 무료다. 물막국수, 비빔막국수와 수육 소자를 시키니까 두 사람이 배부르게 먹었다. 군 냄새 없이 깔끔하고 깊은 맛의 육수를 맛보고 싶다면 단연 추천한다.
열심히 먹었다면, 열심히 걷는 것이 인지상정. 아직 두 번째 방문이지만 경주는 정말 걷기 여행하기 좋은 동네란 생각도 든다. 수많은 문화유산 덕에 건물 고도가 낮은 편이라 어딜 가든 눈이 편한 녹지와 능선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지역의 매력이다.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경주 여행의 걷기 코스를 추천해 본다.
경주 대릉원은 워낙 유명한 곳이다. 천마총, 내물왕릉 등 유명한 고분뿐만 아니라 한창 여름에 꽃이 절정인 연못가, 역시나 빨간 꽃을 피운 대롱나무, 키가 큰 소나무밭 등 포토존과 산책로가 잘 갖춰져있다. 확실히 겨울 방문 때와는 다르게 녹색이 우거진 모습이 꽤나 아름다웠다는 후문이. 대릉원 앞에서 경주빵, 찰보리빵, 10원빵 등도 먹어볼 수 있다.
대릉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정문에서 후문까지 길게 이어지는 돌담길 코스도 추천해 본다. 특히 드라이브로 달렸을 때 운치 있었던 이 거리는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원, 그리고 그 사이의 대릉원을 이어주는 코스이기도 하다. 공원 안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대릉원 안에 있는 고분보다 조금 날 것의 분위기가 나는 고분 터, 경주 대릉원 일원이다. 대릉원 후문 쪽으로 더 나아가면 후문과 마주 보는 법장사를 시작으로, 신라 대종, 고분과 고분 주변에 우뚝 선 고목들, 여유로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카페 등을 볼 수 있다.
저번 여행 땐 방문하지 못한 황룡사와 분황사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차가 다니는 도로 옆으로 걷기 좋게끔 황룡사 마루길과 그 옆으로 광활한 논밭이 우리를 반긴다. 검색해서 찾아보기론 청보리밭이라는데, 특히 가을이면 아주 멋진 황금빛으로 익는다고 하니. 내가 걸었던 날씨는 구름 낀 바람 부는 날이라 여름치고 선선했는데, 그늘이 많은 길은 아닌 만큼 더 쾌적한 봄이나 가을에 더 추천하는 여행길이다.
경주 황룡사 9층 석탑의 터가 남아있는 황룡사지다. 불 타 없어진 이 목조건물의 위용은 대단했다고 한다. 신라 주변의 9개국을 물리친다는 염원을 빌어 9층으로 건설된 목조 건물은 몽골 침략에 의해 불탔는데 광활한 터만 보아도 그 크기를 짐작해 보곤 입이 떡 벌어지더라. 시간 관계상 역사문화관까진 방문해 보지 못했는데 터 안에서 역사에 대한 경이 또는 소실에 대한 안타까움 등을 느끼는 것은 오직 그 현장에서만 가능하니 방문을 추천해 본다.
선덕여왕 시기 지어진 모전석탑은 신라 석탑 중 가장 오래된 탑이다. 분황사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에 석탑부터 눈에 띄는데 첫눈에 보기에도 그 위용이 상당하더라. 모전석탑을 지나 분황사 안엔 4등신의 분황사여래석탑은 문가에선 발만 보일 정도로 크기가 꽤 컸다. 기도하는 사람들, 둘러보는 여행객들이 한 데 어우러져 지어진 역사와 함께 공존하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동궁과 월지는 2022년 7월 기준으로 현재 공사 중이라, 동궁과 월지 근처의 연꽃 단지를 추천한다. 연꽃은 7월과 8월 시기 절정을 이루는데, 연못터에 그늘이 많지 않은 만큼 해가 화창한 날보단 살짝 구름 낀 날에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사실 어디서 이렇게나 많은 연꽃밭을 또 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들만큼 아득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꽃뿐만 아니라 꽃이 진 자리에 퍼트릴 준비가 한창인 씨주머니, 꽃대만큼이나 솟아오른 연잎들, 물속에서 공존하는 곤충들과 오리들을 보다 보면 이 걷기 자체도 어쩌면 수련 과정 중 하나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
황리단길 : 어서어서 서점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문학 전문서점)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83
평일 11:00 - 19:30
주말 10:00 - 21:00
(주말은 불 꺼질 때까지 운영)
*부득이하게 쉬는 경우 SNS 통한 공지
https://www.instagram.com/eoseoeoseo/
걷는 코스도 좋지만 꼭 한곳을 찍어 방문해 봐야 한다면 황리단길 어서어서 서점을 추천한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 어디에도 없는 서점'이라는 의미의 어서어서 서점은 몇 년째 운영되고 있는 독립출판서점으로 시집, 에세이, 소설 등의 문학 등을 접할 수 있다. <경주, 걷기와 말들>이라는 걷기 여행에 대한 책을 한 권 구입하니, 서점 주인분께서 직접 '읽는 약 봉투'에 이름과 구입날짜를 작성해 주신다. 정말 마음의 약 한 봉을 처방받은 기분에 마음 한 켠이 든든한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경주하면 한옥, 초록 그리고 능선이 떠오를 만큼 산도 보고 숲도 보며 많이 걸었다. 이렇게나 이뻤나, 라는 감탄을 연신 남발하면서 말이다. 하늘이 탁 트인 이 아름다운 동네를 걷기만 해도 몇백 년 된 사당, 몇백 년 된 비석, 몇백 년 된 길을 마주할 수 있다니 걷는 내내 무언가를 사색하고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정말 좋았다. 이 무더운 여름 혹은 이 글을 보는 그 어떤 계절에도 경주 황남동이 어울리리라 자부하며, 여행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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