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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만난 방탄소년단(Feat. 무함성 BTS 콘서트 후기)

CULTUR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2. 4. 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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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성 대신 클래퍼를 쳐야했던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콘서트 (사진=유니)
 


유니는 햇수로 5년째 방탄소년단의 팬이다. 그런데 입덕 후 불행히도 한창 덕질이 불타올라야 할 때 전 세계 역병인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그렇게 나는 내 아이돌을 화면 상에서만 만나야 하는 직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2년이 지나가니 가수도 팬도 한계점을 마주한 것 같았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콘서트를 보고 있어도 내가 실제로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서, 바로 오는 피드백이 없어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어떻게든 팬들에게 좋은 모습,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가수의 마음은 절절했지만 나와 가수의 서로를 만나고 싶다는 갈증이 채워지지 않아 너무나도 안타까운 나날이었다.
 
이런 마음이 날로 깊어지자 다행히도 드디어 어느 정도의 타협 선을 가지고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은 콘서트로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관객 수 제한, 함성과 일어나기 금지라는 큰 제약을 안고 가는 콘서트이지만 내 가수를 직접 볼 수 있고 멋진 무대를 실제로 마주한다는 것은 큰 메리트였다.
 
# 드디어 잠실에 다시 왔다
▲ 첫 날 콘서트 풍경 (사진=유니)
 
 
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정말 행운이 넘치게 이번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콘서트를 올콘 (콘서트에 모두 참석하는 것) 할 수 있었다. 왜 이 시기에 함성도 지를 수 없는 콘서트를 올콘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팬의 입장에서 대변을 해보자면 세상에 같은 콘서트는 없고, 매일매일 새로우며, 이는 덕후의 숙명이자 의무라고 말하고 싶다.
 
콘서트 첫날, 회사에서 반차를 던지고 나왔던 상쾌한 기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마치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었다. 잠실에 딱 도착하니 나와 같이 들뜬 아미들이 보였다. 아미들을 만나고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지라 생판 모르는 이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반갑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보는 것 같았다.

▲ 클래퍼 역할을 하는 슬로건 접어서 사용한다 (사진=유니)
 
 
공연은 말모말모. 말해서 뭐하나 싶을 정도로 최고였다. 함성을 지르지 못하고 클래퍼라 부르는 부채를 두드리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지만 오프라인 공연 자체가 주는 현장감과 행복감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콘서트는 방탄소년단도, 아미도 처음인지라 어색한 기운이 잠시 감돌았다는 것. 나중에 방탄소년단이 브이앱으로 콘서트의 소감을 전할 때, "사람의 함성은 노래를 타고 인이어에 들어오지만 클래퍼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인이어를 빼고 반응을 유도해도 잘 들리지 않아 팬들이 잘 즐기고 있는지, 재미는 있는지 반응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첫날 콘서트에서 방탄소년단이 행복하냐고 즐겁냐고 계속해서 물어본 것이 마음에 걸렸다. 팬들은 즐겁게 마스크 안에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마스크라는 벽으로 인해 팬의 기분을 가수가 알아차리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시간이 없어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피켓 (사진=유니)
 
 
그래서 중간 날의 콘서트에서는 내가 행복하고 정말 콘서트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피켓을 제작해서 갔다. 게다가 중콘의 자리는 무려 사운드 체크가 포함되어 있는 통로 쪽 자리였기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사운드 체크 내내 피켓을 들고 열심히 응원봉을 흔들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내 구역 쪽으로 많이 와준 것 같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은 마스크를 보라색으로 꾸미거나 이름을 반사 종이로 꾸미고 웃음을 그려 넣는 다양한 노력을 하였다. 
▲ 돌출 통로 자리에서 열심히 응원한 둘째 날 (사진=유니)
 

 


무함성 마스크 콘서트는 감정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때문에 가수들이 텐션을 끓어올리기 위해 몇 배나 더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팬들이 가수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목소리를 대신해 움직임, 시각적인 정보로 가수들을 안심시켜 주는 것이 팬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나는 방탄소년단 진의 앞에서 함께 춤을 추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봄비가 내리던 우중 콘서트, 비를 맞으면서 석진이와 함께 'permission to dance'췄던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내 만병통치약이 되고 있다. 석진이도 이런 나를 보면서 행복했을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 그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이고 나도 그들의 행복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 사운드 체크 포함 그라운드였던 셋 째날의 전경 (사진=옆자리의 아미)
 

 


삼일 차, 마지막 콘서트에 다가오자 이제는 팔뚝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격렬한 반응이 오는 것을 좋아하는 멤버들을 위해 열심히 클래퍼를 친 탓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클래퍼를 못 칠 것 같아서 클래퍼 아래쪽을 묶는 조치를 취했다. 두꺼운 머리끈으로 클래퍼 아래쪽을 묶어주면 클래퍼를 손에 쥐는 힘이 덜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클래퍼를 칠 수가 있었다. 내가 즐겁다는 함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클래퍼뿐이니 이를 적극 활용하자. 열심히 허벅지에 두드리는 것으로도 가수는 행복해진다. 네 노래로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튼튼한 강철 손바닥이 필요하다.
# 그러나 여전히 그리운 목소리
▲ 마지막 날 가까이에서 봤던 꽃가루와 하늘을 떠다닌 고래 (사진=유니)
 

 

 
그렇게 열심히 클래퍼로 그리고 피켓으로 응원봉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즐긴 콘서트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글을 쓰는 내내 그날의 온도, 습도가 생생히 기억났다. 온라인 콘서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기념으로 꽃가루를 주우면서 다시 한번 콘서트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 벅차오르는 감정을 함성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에는 꼭 내가 사랑한다고 보고 싶었다고 함성으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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