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들 한 마리를 가족으로 들인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 뭐든 겁 많고, 잘 놀라던 이 녀석은 이젠 꽤나 활달해져서는 다른 강아지를 만나도 잘 놀고, 배를 벌러덩 까고 자는 등 하루하루를 참 천진난만하게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제 나름대로 거사를 치렀다. 고민 끝에 중성화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나는 오베와 더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진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이보다 더 일찍 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오베가 생리와 상상임신을 한 탓에 앞서 두 차례 수술 계획이 변경된 바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하기에 앞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 부분은 병원 선정이었다. 주변에 중성화 수술을 하는 동물 병원이 꽤나 많았고, 여러 곳을 방문해 알아봤더니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가격은 둘째 치고, 수술인 만큼 경력이 많고 안전한 곳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암컷의 경우 개복 수술이기 때문에 절개 부위가 작을수록 흉터도 덜 남고, 회복도 빠르다. 특히 오베의 경우 성견이기 때문에 자궁의 크기가 커 절개 부위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집 근처에 중성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동물 병원이 있었다. 이름은 ‘혜인 종합동물 병원’이다. 온라인에서 후기를 살펴보니 전반적으로 평도 좋았고, 수술 부위 역시 크지 않고 상당히 작았다. 후기에서 회복된 사진을 보니 수술을 한 지 모를 정도였다.
직접 방문에 앞서 먼저 전화를 통해 상담을 했다. 원장님이 한 달에 100건에 달하는 중성화 수술을 진행한다고 했다. 게다가 수의사 경력도 10년은 넘으신 거로 추정됐다. 확실히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베와의 방문을 통해 상담을 한 번 더 진행한 뒤 이곳에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병원에서 알려준 지시에 따라 수술 전날에는 금식도 철저히 지키고, 예약했던 아침 10시에 맞춰 병원에 갔다. 수술을 진행하기 전 다시 한 번 수술 가능 여부를 체크했다.
피 검사를 진행해 수술을 하는데 이상이 없다고 판정이 난 뒤에야 수술 동의서를 작성했다.
수술 시간 자체는 30분에서 1시간가량이지만 마취에서 깨어나는 회복 시간까지 더해져 총 4시간이 걸렸다. 오전 10시 수술에 들어간 오베를 다시 만난 건 오후 2시나 되어서였다.
오베를 기다리는 동안 빠른 회복을 위해 건강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메뉴는 북어국이다. 위에 블로그에 소개된 레시피를 참고했다.
강아지에게 북어는 상당히 좋은 식재료다. 이때 사람이 먹는 북어를 그대로 주면 안 된다. 염분이 높기 때문이다. 강아지 전용 북어를 구매하거나, 사람 북어를 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주면 된다.
후자의 경우 염도가 0이 될 때까지 계속 깨끗한 물로 바꿔가면서 염분을 제거해야 한다. 염분을 빼는 과정이 상당히 번거롭기 때문에 미리 쿠팡에서 강아지용 북어를 준비했다. 북어만 끓이기는 아쉬워서 닭 가슴살도 구매했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손질된 냉장 닭 가슴살을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다음 끓는 물에 데친다. 닭 가슴살 데친 물은 버리지 않고, 북어를 넣고 다시 팔팔 끓인다. 북어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끓인 다음, 삶은 닭 가슴살을 잘게 찢어 넣는다. 이 상태로 한 번 더 끓여주면 오베의 회복을 위한 건강식 준비 끝이다.
2시에 맞춰 병원에 갔다. 막 수술을 하고 나왔기 때문에 당연히 집까지 걸어갈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오베를 넣어 데려갈 이동장이 필수다. 이때 수술 부위에 자극이 덜 갈 수 있도록 바닥이 평평하고 딱딱한 형태의 이동장이 좋다.
수술을 마친 오베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 안타까웠다. 마취에서 덜 깼는지 비몽사몽한 상태였고, 그 와중에도 다시 만난 엄마에게 안기겠다고 바들바들 떨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안쓰러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집에 도착해 오베를 이불에 내려놓자 쎅쎅 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한동안 계속 잠만 잤다. 정신을 차리고 난 후에는 준비했던 건강식을 줬는데, 잘 먹지를 못해서 1시간에 한 번씩 계속 배급을 시도했다. 하지만 수술 당일에는 전혀 먹지를 못했다.
오베가 수술 부위를 핥으면 안 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목에 플라스틱 넥 카라도 채워줬다. 넥 카라는 오베가 아무리 불편해 하더 라로 2주간은 절대 빼면 안 된다고 했다.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아무래도 플라스틱 넥 카라는 너무 불편한 것 같아 방석형 넥 카라를 집 근처에서 구입해 바꿔 채워줬다. 플라스틱형은 불편해서 잘 눕지도 못하더니 방석형으로 바꾼 후에는 조금 무거워 보이긴 했지만 베개 삼아 눕기도 하고 한층 편해 보였다.
수술 후에는 꽤나 많은 주의 사항이 있다. 기본적으로 회복 기간은 2주가량이고, 그동안은 산책도 목욕도 불가하다. 매일 소독약으로 수술 부위를 소독해 줘야 한다. 보통 하루, 이틀은 수술의 여파로 힘겨워 하고 3일 정도 지나면 밥도 잘 먹고, 움직임도 편해진다고 했다. 확실히 몸 상태가 괜찮아지면 변을 본다는 속설이 있어서 회복 내내 오베가 변을 보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자세한 주의사항은 사진을 함께 업로드하니 참고하시길.
수술한 후 5일 간은 오베와 거실에서 함께 잠을 잤다. 본래 오베는 침대에서 함께 자는데, 침대를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게 오베 회복에 좋지 않을 것 같아 거실에서 함께 자는 걸 선택했다.
첫날 오베는 숨을 헐떡이며 계속 잠만 잤고, 오줌도 제자리에서 싸버리고 말았다. 약간 열도 나는 듯 했다. 밥은 전혀 먹지 않았고, 물은 조금 마시길래 가루약을 물에 타 주사기에 넣은 뒤 입에 넣어주는 형태로 약을 줬다.
둘째 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금씩 움직이긴 했으나 거의 제자리에서 잠을 잤고, 이따금씩 수술 부위가 아픈지 깜짝 놀라듯 잠에서 깨 제자리를 빙글 돌다 앉기를 종일 반복했다. 다행히 이때부터는 밥을 먹기 시작해서 준비했던 북어국을 사람 체온 수준의 온도로 데워 약을 섞여 먹였다. 여전히 소변만 볼 뿐, 대변은 보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거의 원래의 오베 모습으로 돌아왔고, 음식은 없어서 못 먹을만큼 활발했다. 다만 계속 변을 보지 못해서 병원에도 문의를 해보고 걱정을 많이 했다. 오베가 수술 이후 처음 변을 본 건 일주일째가 됐을 때였다. 엄청난 양의 설사를 쏟아냈고, 그 뒤로는 올바른 대변을 보기 시작해 한숨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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