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로지 오즈 앤 엔즈 라이프에 글을 기고하기 위해 다이소 코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흰지다. 지난 주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 눈이 오고 나서야 드디어 겨울다운 찬 공기와 살이 에이는 바람을 맞는 중이다. 동면하기엔 눈이 말똥하고 그렇다고 OTT만을 보며 시간을 죽이기 싫은 당신과 함께 싸고 간단한 취미를 찾기 시작한 흰지. 오늘은 다이소 미니레고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다이소의 모든 레고 종류를 사기란 쉽지 않았다
동네에 있는 다이소 두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 <공룡 레고>는 사지 못하고... <미니블럭 - 가게 시리즈>, <아주 작은 미니블럭 - 공룡시리즈>, <내 맘대로 조립하는 미니블럭 - 건설중장비>를 구매했다. 레고 덕후도 아닌 다이소 덕후 일반인의 시점으로 각기 블럭의 조립 과정과 감상을 담아보았으니 선물용으로 혹은 소소한 취미용으로 구매해볼 사람들에게 좋은 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의 경우 소품과 인형만 덜렁 있는 실바니안 베이비 토끼에게 친구를 만들어줄 심산도 있었다. 과연 실바니안 친구는 집 장만에 성공할 수 있을까?
: 다이소 미니블럭 도넛가게, 커피가게
: 각 3000원
: 172 pcs, 8세 이상 이용
무려 4가지 시리즈를 모두 모아야만 하나의 상권이 형성된다는 거침없는 사회경제까지 배워볼 수 있는 미니레고 가게시리즈. 각 3000원이다.
가게 시리즈는 다른 시리즈 레고와 달리 가게의 밑판으로 깔릴 레고판 하나씩을 더 넣어준다. 오프라인으로 심즈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도, 역시 내가 산 만큼의 평수만 받을 수 있는 냉혹한 자본주의 또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흩어진 퍼즐 조각 마냥 어질러진 레고 조각들을 보자니 잠깐 정신이 아득해진다. 머리를 단디 매고. 일단 설명서대로 각 과정마다 레고를 한 번 추리고 시작했다. 꼼꼼함과 깔끔함이 생명인 레고와 달리 (사실 이 땅의 모든 취미는 꼼꼼함과 깔끔함을 요하는 분야가 많다) 나 같은 덤벙이 성격은 3칸 짜리 레고에 2칸짜리를 우겨넣고는 그냥 있는대로 봐달라 개기는 경우가 다수인데 하나, 둘 수를 세어가며 과정에 알맞게 레고를 하나씩 쌓아가는 기분도 꽤나 나쁘지 않았다.
미니레고의 특장점? 작다. 작고 귀엽다. 엄청 작고 엄청 귀엽다.
미니 레고를 조립하면서 그저 각기 블럭으로만 보였던 블럭이 설명서에 쓰인 제자리를 찾는 순간 좌석, 싱크대, 테이블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 장소를 짓는 레고의 경우 그 매력이 증폭되는 듯하다. 아 이게 의자였어? 라고 외치는 순간 그 레고는 나에게로 다가와 의자가 되었다.
다이소 레고 가게 시리즈의 경우 간판과 광고판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를 제공한다. 사실 붙이지 말까도 싶었지만 휑한 간판보다 오밀조밀한 그림이 있는 편이 훨씬 더 완성품의 퀄리티를 살리는 것 같다.
실바니안의 집을 만들어 주겠다는 꿈은 사실 상자를 개봉하고 설명지만한 작은 레고판을 보는 순간 직감했다. 가게에 비해 실바니안 인형은 터무니없이 컸다. 다소 어이없는 표정으로 가게 내부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토끼 사장님. 그래도 사장 직함은 아무나 다는 줄 아니. 여기서 보증금도 내고 월세도 내며 사회의 이면을 몸소 겪어 보렴. 그렇다. 바로 이 가게는 건물주가 아닌 임대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이대로 포기할 실바니안이 아니다. 2호점으로 커피 가게에 도전한 우리의 아기 토끼. 제법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모 커피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레고의 색 조합이 인상 깊다. 설명서에는 없는 레고도 더러 있었지만 3000원에 메인 상권을 움켜쥔 거상 실바니안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그마저도 귀여운 헤프닝이 된다.
- 교육용으로도 훌륭, 이번엔 공룡 레고다
: 다이소 아주 작은 미니 블럭 - 공룡 블럭 안킬로사우르스
: 2000원
: 157pcs, 6세 이상 이용
안킬로사우르스가 뭔지 잘... 모르지만 설명서만 잘 따른다면 못 만들 공룡도 없다. 뒷면에 개제된 시리즈 사진을보니 프테라노돈이나 스피노사우르스가 더 취향에 가까운데 나는 왜 안킬로사우르스를 샀을까. 다이소에서 취미 찾는 인간에게 교환 내지 환불을 할 여유 따윈 없다. 아무튼 조립해본다.
합판이 주어진 가게 시리즈와 달리 조립해서 하나의 생물체를 구현해야 하는 공룡 시리즈엔 그런 게 없다. 역시 사용서에 나와있는 방법대로 따라가본다. 역시 블럭의 갯수부터 맞춰보는 게 중요하다.
눈까지 달아주니 제법 그럴 듯하다. 사실 뭐가 하나 틀어졌는지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다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당황했지만 그것도 내 성격인지라 그냥 그대로 만들기에 돌입했다. 뿔 하나 없다고 안 죽는다. 그게 아니라 사실 손톱을 깎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조립된 미니 레고의 틈을 벌려 다시 떼어내기가 너무 귀찮았다.
다리 만드는 법의 경우 처음 설명서를 봤을 땐 조금 헷갈리는 지점이 있었으나 붙이고 나니 사지도 멀쩡히 서고 뭔가 너무 뿌듯했다… 꼬리도 처음엔 설명서를 봤을 때 이게 무슨 꼬리야 싶었는데 제법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꼬리라니 이 레고의 제작 담당자의 노고가 느껴졌다. 사측에선 월급을 올려주시길...
자신의 조상격인 생물체를 바라보는 실바니안 아기 토끼와 공룡… 이 둘을 보는 나까지 매우 멋쩍어지는 사진이다. 역시 실바니안의 반려동물을 찾아주려 했던 나의 계획도 실패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 다이소 내맘대로 조립하는 미니블럭 건설중장비 2
: 1000원
: 6세 이상 이용
시리즈를 모으면 거대한 상권 혹은 오래 전 지구에서 살아 숨쉬었던 공룡 전반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레고 업계의 오랜 마케팅이 아니었을까. 이에 반해 미니블럭 건설 중장비의 경우 4가지 레고를 모으면 무려 ‘자이언트 중장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는 제품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나머지 세 종류는 살만한 가치가 있다며 스스로를 되네이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자. 이번엔 실바니안 아기 토끼의 첫 차를 성공적으로 뽑을 수 있을까.
중장비 레고의 경우 타 제품보다 레고의 크기가 훨씬 컸다. 다른 제품이 미니레고에 가깝다면 이 제품은 그냥 레고 정도. 물론 완성한 제품은 주먹크기의 반도 안 미친다.
세상에… 한 가지 종류의 레고를 사도 A버전과 B버전으로 선택하여 조립이 가능하다는 재미가 있다니. 그런 재미조차 나의 귀차니즘을 이기지는 못했다. 시간없는 바쁜 현대인인 나는 B버전만 조립해봤다. A버전이 궁금한 사람들이 1000원에 직접 구매하여 조립할 재미를 앗아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비교적 큰 크기의 블록 덕분인지 다른 미니 레고보다 조립하는 과정이 쉽고 직관적이었다. 그만큼 더 귀엽기도 하고. 아주 어릴 적 바퀴달린 레고를 조립했을 때 고무 타이어에 먼저 바큇대를 장착시키고 본체와 연결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의 레고도 이전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아기 토끼에게 자차를 선물해주었다!! 자가가 없어 카페 두 곳을 임대하여 운영하는 토끼 사장님도 어엿한 드라이버가 되었다. 이런 중장비라면 맨몸으로 멋쩍게 인사한 공룡 친구와도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으헤헤… 너무 재밌다. 다이소 미니 레고 리뷰는 사실 이 글을 참을성있게 읽고 있는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온전한 나의 재미만을 위한 것이었음을… 어쩌구 저쩌구.
다 조립한 레고로 토끼인형과 열심히 놀아주는 나의 모습은 비록 유치해보일지 몰라도 주어진 설명서를 따라가며 작은 레고를 하나 하나 쌓는 시간은 결코 유치하지 않았다. 해가 짧아진 요즘. 왜인지 모르게 계절을 타며 우울한 요즘엔 뭐 하나 만드느라 시간이 뚝딱뚝딱 흘러가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지루해진 집구석에서 다이소 미니 레고 하나로 건물주가 되거나 공룡주(?)가 되어보는 재미를 구독자 여러분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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