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머루 따서 머루주를 만들자 (부제: 머루주 만드는 법)

FOOD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1. 11. 16. 21:46

본문

728x90
반응형

작년부터 머루주를 만들어 먹는 주나이다. 머루를 처음 맛보게 된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머루는 보통 마트에는 팔지 않아서 몰랐는데 포도처럼 생겼지만 열매가 앵두처럼 작다. 열매의 크기는 작지만 머루가 포도의 조상이기도 하고, 성분도 포도의 10배 정도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작년 가을, 아빠가 머루를 따서 술을 담근다기에 같이 도와드렸는데 내가 먹어본 와인 중에 가장 맛있었다. 머루가 작년보다 올해에 더 많이 달렸다고 하여 익기만을 기다렸는데, 머루들이 다 익었다고 아빠에게 연락이 와서 바로 달려갔다.


#머루주 레시피
머루, 설탕 (머루 양의 1/10)


보통 과실주를 담글 때 담금주를 사용하여 만들지만, 아빠의 머루주 레시피에는 담금주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머루와 설탕만 넣는다. 설탕이 꼭 들어가야 발효가 된다고 한다. 정말 신기한 과학. 머루주가 아니더라도 다른 담금주를 만들 때 이 방법으로 만들면 될 것 같다.


포도랑 똑같이 넝쿨에 주렁주렁 달린 머루이다. 중간중간 안 익은 열매도 있었지만, 상관없다 익은 열매가 더 많은 송이는 모조리 다 땄다.


열심히 따고 있는 아빠랑 남편. 머루가 많아서 혼자 했으면 오래 걸렸을 것 같다. 셋이서 땄더니 머루 따는 일은 금방 했다.


열심히 딴 머루가 큰 소쿠리 가득이었다. 이제부터가 노동의 시작! 머루 따기는 장난 같은 거였다..


약을 하나도 안쳤기도 해서 흐르는 물에 하나씩 문지르며 씻었다. 하나씩 씻어서 소쿠리에 두면 내가 햇볕에 말리는 일을 했다.


짜잔, 이렇게 많은 머루를 땄다. 머루주를 담글 때 물기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머루를 씻자마자 바로 햇볕에 말렸다. 해가 강해서 그런지 금방 말랐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이렇게 햇빛에 많이 말릴 수 없기에 하기 힘들 것 같긴 하다.


머루주를 발효시킬 항아리도 씻어서 햇빛에 소독하며 말렸다. 꼭 다 말리기!


바짝 마른 머루들 이제 한 알씩 다 따야 한다. 한 알씩 따고 씻으면 과육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꼭 씻고 말린 후 따야 한다.


이렇게 한 알 한 알.. 초록색인 열매도 조금 색이 변할 것 같은 건 따서 넣고, 너무 딱딱하거나 무른 거는 골라내며 땄다. 이 작업이 가장 고된 작업. 인내심을 키우자.


셋이서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딴 결과! 드디어 열매 따기가 끝이 났다.. 열매를 하나씩 따는 작업이 제일 힘들었다.


머루 양의 1/10 정도를 어림잡아 설탕을 넣었다. 그냥 버물리기보다는 열매를 터트리면서 주무르면 발효가 더 잘된다고 한다. 장갑을 끼고 열심히 주물렀다. 은근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머루의 과즙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나중에 조금 남겨서 과즙을 먹어봤는데, 발효 안 시키고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는 머루였다.


잘 으깬 머루는 항아리에 담아 숙성 시켰다. 조금만 한다면 숙성되는 병에 담아 만들어도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거의 매일 국자로 잘 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저어주지 않으면 공기 접촉 때문에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으니 꼭꼭 저어주어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머루주지만 그만큼 맛있기에..


머루주를 만든 지 3주째 되는 날, 머루주를 병에 담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다. 아빠가 잘 저어주어서 곰팡이도 안 피고 술 냄새도 나고 발효가 정말 잘 되었다. 이 열매를 다 걸러서 깨끗한 과즙만 담아야 한다. 처음부터 자잘한 면포에 거르면 걸러지지도 않기 때문에 2번에 나눠서 걸러야 한다.


1차에는 껍질과 씨를 거를 수 있는 채에 받쳐 걸렀다.


국자보다 큰 냄비를 이용해서 퍼서 채에 거르는 방식으로 했다. 1차에 걸러지는 열매에 남아있는 과즙이 아깝더라도 너무 꽉 짜면 2차에 면포로 거를 때 면포가 막히니 적당히 짜준다.


1차 때 걸러지는 껍질과 씨들.. 진짜 엄청 많다. 아깝지만 액기스는 다 빠져나간 것이기에 다 버린다.


2차 면포로 열매 건더기들도 다 걸러준다. 곱고 고운 머루주가 나오고 있다! 귀한 머루주이기 때문에 한 방울 한 방울이 정말 소중했다.


옆에서는 다 걸러진 머루주를 와인병에 담았다. 깔때기를 이용해서 담으면 쉽게 담을 수 있다.


와인병에 담아도 계속 발효가 되기 때문에 끝까지 담지 않고 오목해지는 곳보다 아래까지만 담아야 한다. 정말 뿌듯했던 머루주 만들기! 처음 열매 따는 것부터 와인병에 담기까지 다 해보니 더 애정이 갔다.

우리 집에서는 김장하는 것처럼 매년 머루주를 담글 예정이다. 시중에 파는 술보다 맛있고, 몸에도 좋을 테니! 머루를 구하기 어렵다면 포도로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참고로 아빠가 포도를 사서 포도주도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머루주보다 좀 더 새콤한? 맛이었고 포도주도 맛있게 잘 되었다.


주말 저녁, 양갈비와 함께 머루주를 한잔했다. 머루의 새콤함이 있지만 알코올 향이 입안에 감도는 맛. 전혀 떫은맛도 없고, 그냥 맛있다는 생각만 드는 술이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머루주 한번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머루주 먹으면 다른 와인은 못 먹을걸?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