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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잡았다 : 예능 <식스센스> 리뷰

CULTUR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1. 8. 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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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토크쇼에서 야외 예능 버라이어티로, 그리고 관찰예능까지. 대한민국 예능사의 공간을 살펴보면 지붕에서 지붕으로, 혹은 지붕에서 바깥으로 열심히 드나들며 재미와 웃음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그런 예능이 요즘은 뭔가 달라보인다.

▲ 대탈출4 포스터 (출처=공식 홈페이지)

단순히 기존에 존재하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가벽과 문을 세워 자유자재로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공간에 걸맞는 시간대로 세계를 다시 재구성하기에 이른다. 방탈출 게임의 유행 때문이었을까? 탈출을 컨셉으로 한 <대탈출>이 그러한 예능의 대표적인 예시일 것이다.

▲ 대탈출4의 한 장면 (출처=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처)

사람들은 세트장으로 들어가 어울리는 롤을 맡고 공동의 목표 (예능 대탈출>의 경우 그 목표는 ‘공간으로의 탈출’이다.)을 위해 노력한다. 조선시대라면 신분제를, 미래시대라면 그에 걸맞는 선역과 악역을 기꺼이 도맡는 출연진들의 몰입도는 상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이미 그들이 처한 공간은 방 한 칸의 단순한 크기가 아닌 사람을 압도하는 스케일의 공간이며공간이 그들이 처한 상황 그 자체가 될만큼 충분히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간창조예능의 선두주자, <식스센스> 

이런 유행의 흐름을 타, 공간 그 자체의 진위여부를 가르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탄생했으니. 예능 <식스센스>는 이번으로 벌써 시즌 2 개편을 맞으며 꾸준한 인기몰이를 유지 중이다. 유재석이 나오나 유재석이 이제까지 출연해온 예능들만큼 '유재석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무슨 이야기냐고?

▲ <식스센스> 공식 포스터 (출처=공식 홈페이지)

가짜는 오직 하나!

여섯 명의 출연진이
진짜 속에 숨어 있는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찾는
예측 불허 육감 현혹 버라이어티



<식스센스>의 공간

위에 언급한 기획의도와 같이, 예능 출연진들은 오감을 동원하여, 아니 육감까지 열어 그들이 방문한 공간 혹은 만난 인물들의 진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들이 마주했던 곳은 가짜일까, 아님 진짜일까?

▲ <식스센스> 중 한 장면 (출처=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처)

공간이 그들의 상황 그 자체가 되게끔 하기 위한 <식스센스> 제작진의 노력부터가 상당하다. 단순한 공간 개조, 혹은 공사는 물론이거니와 전혀 다른 연고지의 사람을 부부로, 혹은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파트너 등의 롤을 부여하여 연기까지 하게 만든다. 그들을 직접 피부로, 육안으로 접하는 출연진들이 깜빡 속게끔 철저히. 아니 속임이 가능한 것도 사실은 육안으로육성으로 직접 마주한 내 눈앞의 인물이 사실은 가짜임을 믿긴 힘들다는 전제 때문이 아닐까. 흡사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 <식스센스> 중 한 장면 (출처=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처)

진실인지, 거짓인지 한 테마의 세 공간을 오고 간 출연진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직전까지, 혹은 직후에도 긴가민가한 것은 바로 이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 거짓임이 최종적으로 밝혀지고 난 이후에 출연진이 눈물 찔끔 흘리는 것도 사실은 '예사 리액'션이다. 내가 본 것들은, 그리고 '봤다'고 확신한 것들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순간 사람들의 다리 힘이 풀려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출연진의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는 예능을 우리는 사실 오래 전에 본 적이 있다.  

▲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출처=공식 홈페이지)

<식스센스>의 제작의도는 그 옛날 시대를 풍미했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바로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사람()을 속여야 하나?”라는 제작진의 진심이다.

<몰래카메라>와 <식스센스>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거짓과 진실이 공존한다는 전제를 출연자에게 밝히느냐, 밝히지 않느냐의 차이다. <몰래카메라>는 나중에 MC 이경규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당했구나” 와르르 출연자의 다리에 힘이 풀린다면 <식스센스>는 눈 뜨고 코 베인 것처럼 내가 본 것 중 하나가 거짓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뭐가 되었든, 허무하긴 마찬가지이다. 

럼에도 출연진의 사생활에 동의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전자의 경우보다 윤리적으로는 진일보 했다. <식스센스>는 동의를 구하는 대신에, 더 크고 더 화려한 스케일로 출연진을 압도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공간의 크기가 몸을 키울수록, 공간을 채우는 서사와 인물들의 연기는 더욱 촘촘해진다. 이 예능이 매 회 새롭고 다음주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식스센스>의 인물

▲ <식스센스> 중 한 장면 (출처=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처)

진위여부를 따질 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말은 “쎄하다”가 아닐지. 오죽하면 ‘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이들을 두고 ‘쎄믈리에’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쎄하다라는 말 대신에촉을 곤두세우는 <식스센스>의 출연진들은 6명 중 4명이 여성들이다그것도 서로 캐릭터 겹칠 일 없이 개성이 뚜렷한 44색 말이다.

▲ <식스센스> 출연진 개인포스터. 왼쪽부터 오나라, 전소민. (출처=공식 홈페이지)
▲ <식스센스> 출연진 개인포스터. 왼쪽부터 제시, 미주. (출처=공식 홈페이지)

 맏언니이자 시원한 토크의 소유자 ‘오나라’, 한국어가 서툴러도 할 말 하는 ‘제시’, 곳곳에서 연애 TMI를 남발하는 사랑꾼 전소민, 동작이든 목소리든 뭐든 크게 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은 ‘미주’까지. 예능 블루칩들이 한 자리에 모인 데에 이어 흰지는 자칫 그들만의 개성끼리 충돌하거나 케미를 잘 살리지 못하면 어떡하느냔 항간의 걱정을 들었던 것도 같다. 걱정은 노파심이었고, <식스센스>는 이제 이 네 명의 여성들이 아니면 상상도 하기 힘든 예능이 되어버렸다. 

▲ <식스센스> 중 한 장면 (출처=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처)

기존의 ‘유재석 군단’이라 불리우는 멤버는 <런닝맨>의 출연자 전소민 1명 뿐인, 오나라-제시-러블리즈 미주-이상엽 등의 조합은 다른 예능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어느 프로그램이든 '옮겨 다니며' 특유의 단합력을 보여주는 '00 군단'과는 다르게 둘-둘, 혹은 넷-둘의 커플링이 자유자재로 가능할만큼 출연진들은 이 예능을 한껏 즐긴다. 잘생긴 게스트가 오면 수군대다 양껏 자신의 끼를 펼쳐보이는 모습부터, 가짜인지 진짜인지 구분해야 하는 장소에 가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언사까지 말이다. 

▲ <식스센스> 중 한 장면 (출처=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처)
▲ <식스센스> 중 한 장면 (출처=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처)

이때 재밌는 건, 정말이지 이 예능의 지주가 되어주는 MC 유재석의 반응이다. 유재석 마저 평소에 보아왔던 자신의 '군단'과 방송하는 것이 아니기에, 출연진들이 자유로이 떠들거나 자기 스타일의 화법을 고수할 때마다 (사실은 연출된) 당황한 표정, 혹은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유재석의 표정으로 자아내는 그 텀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웃는다. 유재석이 그 어느 방송에서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텐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편한 여동생, 혹은 여자 동료들이기에 이런 식의 '거리두기'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결국 유재석이 분위기를 편하게 리드하는 방식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유재석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 그 옆에 고정 남자출연진인 이상엽이 당황한 표정으로 핑퐁을 보여준다. 두 남자들이 무게중심을 잡아줄 동안 네 명의 여자 게스트들은 서로의 케미와 매력을 양껏 뽐내며 신나게 떠들어댄다. 이 곳은 가짜일까, 혹은 진짜일까를 구별해내면서. <식스센스>의 공간은 커져가는 동시에 섬세해져가고 출연진들의 케미는 촘촘해져가는 동시에 발을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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