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 도쿄 올림픽이 8월 8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렇게 힘들었던 올림픽이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1년 미뤄진 것도 모자라 우리나라에는 이런 경우가 없었지만 외국에서는 공항에서 코로나 확진이 되어 아예 도쿄에 도착을 못한 선수도 있었고, 선수단 숙소에서 코로나 확진이 되어 올림픽 참여도 못하고 격리만 하다가 본인의 나라로 돌아간 선수들도 많았다. 4년, 아니 5년을 그 올림픽만 보고 열심히 훈련했을 선수들에게 이 상황은 너무 가혹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일본의 올림픽 준비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선수촌 음식을 후쿠시마산 농산물로 조리한다고 전 세계에 공표했으며 선수촌 침대를 친환경적이게 골판지로 제작했다. 이 골판지 침대는 전 세계적으로 조롱을 당했는데, 선수들의 SNS에는 ‘몇 명이 올라가면 골판지 침대가 부서질까?’라는 영상도 올라왔다. 부서진 침대에 대한 얘기 또한 많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일반인들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선수들에게 싱글 침대보다 작은 침대를 제공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메달권에 있는 자국 선수들은 선수단 숙소가 아닌 호텔을 제공했다니. 이게 무슨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가. 손님들을 초대해놓고 푸대접을 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다방면으로 부족했던 올림픽이었다. 기억나는 건…음… 픽토그램 정도?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16위에 자리했다. 이전 올림픽들과 비교해보면 순위와 메달은 다소 낮지만, 우리는 더 이상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번 올림픽은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짐을 완연히 느낄 수 있는 올림픽이었다. 국민들은 메달 색이 아닌, 4년, 아니 5년간 땀 흘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인 여자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패했지만 이들의 투혼과 열정에 국민들을 열광했고, 선수들이 귀국했을 때에는 공항에 엄청난 취재진과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과거에는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는 인터뷰를 많이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메달을 따지 못해서 가장 속상한 사람은 선수 본인이었을 텐데 왜 그렇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고개를 숙이며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라는 인터뷰가 없어서 다행이다. ‘국가대표’라고 국민들에게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바뀐 건 국민들뿐만 아니다. 선수들도 바뀌었다. Z세대의 젊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한다”라고 말한다. 메달을 따지 못해 고개 숙였던 이전 세대들과 달리, Z세대의 젊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Z세대 젊은 선수들의 파리 올림픽이 더 기대가 되는 이유다.
중계에 대해 할 말이 많으니 하나하나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1) 개막식부터 삐걱거린 MBC, 중계 때도 실언
올림픽 개막식.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 사용으로 뭇매를 맞은 MBC. MBC 사장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또 한 번 실언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마라톤 메달을 바라볼 것으로 예상되었던 케냐 출신 오주한 선수가 부상으로 기권하자 해설 위원이 “찬물을 끼얹는다”라고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나 또한 MBC에 실망하여 올림픽 기간동안 MBC는 보지 않았다. 국가를 대표하는 방송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다니. 실망이 컸다.
2) 중계 좀 나눠서 해주세요ㅠㅠ
메달 가능성이 높았던 역도 67kg급 한명목 선수의 경기는 방송 3사 어디에서도 중계해주지 않았다. 올림픽 축구 예선과 시간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방송 3사가 축구 중계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 나는 한명목 선수의 경기를 너무 보고 싶었는데 볼 길이 없어서 외국 유튜버가 방송해 주는 곳으로 들어가 간신히 소리만 들었다. 한명목 선수는 1kg 차이로 아쉽게 4위로 이날 경기를 마감했다. 경기를 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방송사들마다 중계권을 다 살수 없기에 중계가 되지 않는 종목도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모두 축구를 중계해 주기보단 방송사들끼리 나눠서 중계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3) 칭찬 일색 여자배구 해설
여자배구 대표팀이 터키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순간, MBC 황연주 해설 위원은 눈물을 흘렸다. KBS 한유미 해설 위원도 눈물을 흘렸고, 나도 울고 국민들도 울었다. 황연주 해설 위원과 한유미 해설 위원은 모두 배구 국가대표 출신. 그녀들의 해설에는 후배들을 향한 진심과 사랑이 담겨있었다. SBS 김사니 해설 위원, KBS 한유미 해설 위원, MBC 황연주 해설 위원. 이 세명의 해설위원의 해설은 ‘역시 국대출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이들의 칭찬을 자아냈다. 여자배구 해설 최고예요!
4) 어서 와, 서핑은 처음이지?
도쿄 올림픽 최고의 해설로 꼽히고 있는 ‘서핑’. 서핑은 이번 올림픽에 처음 도입되었다. KBS에서 서핑 결승전을 중계했는데, 이 경기의 해설을 맡은 송민 해설 위원의 해설이 이번 올림픽 최고의 해설로 찬사를 받았다.
결승전에서는 일본 선수와 브라질 선수가 경기를 펼쳤다. 이 경기에서 송민 해설 위원은 서핑이 어떤 스포츠인지, 어떤 걸 중점으로 평가하는지부터 친절하게 설명한 후에, ‘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아마 이런 점이 서핑이 인생하고 닮은 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등 서핑을 인생에 비유하며 하나의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KBS는 이 해설 영상을 유튜브에 편집하여 업로드하였는데 순식간에 100만뷰를 넘었다.
비난과 칭찬을 함께 받았던 2020도쿄올림픽 중계와 해설. 비난받았던 내용은 받아들이고 사과하되 2022년 국제 대회부터는 세계 최고로 불리는 한국 방송 시스템의 위상에 걸맞은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
과거 퍼거슨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SNS는 인생의 낭비”. 하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이 명언이 비껴갔다. 선수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본인의 소식을 알리고, 팬들의 태그를 리그램 하는 등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했다.
팬들은 경기를 보다가 그 선수가 궁금하면 제일 먼저 SNS를 찾아보게 된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한국 올림픽 계정인 @Olympic은 매 경기 사진을 업로드했는데, 이때마다 선수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태그 했다. 덕분에 팬들은 선수들의 계정을 찾기가 수월했다.
인스타그램 담당자는 선수들에게 사진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 팬들이 가장 좋았던 기획이었다. 경기장에서 모습이 아닌 일상의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팬들은 선수들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되니 말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매너도 국가대표였다. 우리 선수들의 아름다운 페어플레이 정신이 빛났던 올림픽이었다.
태권도 이대훈 선수는 상대 선수를 환히 웃으며 안아주었고 이다빈 선수 또한 본인을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한 상대 선수에게 ‘엄지 척’을 날려주었다.
유도의 조구함 선수는 한 손에 쥐가 나 제대로 경기를 하지 못하는 선수를 상대할 때, 그 선수가 아파하는 부위로 공격을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금메달을 딴 선수의 손을 들어주며 금메달을 축하해 주었다. 그 후 인터뷰에서 본인이 상대해본 상대 중 가장 강했다며 상대방 선수를 칭찬해 주기까지 했다. 너무 멋진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다.
코로나 여파로 우리 선수단 인원도 줄었고 이전 올림픽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메달 수도 줄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여태까지 우리나라의 불모지였던 종목들에서 엄청난 선전이 있었다. 요트 7위, 남자 마루 4위, 높이뛰기 4위, 다이빙도 4위로 사상 최고 순위에 올랐다. 근대 5종과 여자 도마에서는 사상 최초로 메달이 나왔다.
활약이 뛰어났던 종목들은 대부분 ‘비인기 종목’. 개인적으로 ‘비인기 종목’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도쿄를 시발점으로 하여금 모든 종목이 국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인기 종목이 되길,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름 자체가 없어지길 바란다. 파리에서는 모든 선수가 국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최고의 성적을 내며 즐기는 올림픽이 되길.
올림픽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지만, 오늘 글은 여기까지. 올림픽 결산 2탄으로 도쿄올림픽 명경기를 정리해서 다시 찾아오겠다. 237명의 국가대표 선수들, 그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2021년, 우리의 여름은 행복했다. 선수들이 도쿄에서 흘린 땀방울이야 말로 진정한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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