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 자동차 극장 데이트는 자주 나오는 단골 소재다. 언젠가 어른이 되고 차가 생기면 꼭 자동차 극장에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막상 어른이 되니 밖보단 집에서 영화 보는 게 편하고 익숙해졌다. 하지만 코로나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집을 벗어나고 싶어졌다. 집이 아닌 공간에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로 편하게 영화를 보고 싶어서 바로 자동차 극장을 검색했다.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자동차 극장은 용인에 있다. 홈페이지에서 상영 시간표를 확인하니 1회차만 운영하고 있었다. 용인 자동차 극장은 예매가 안되고 현장 발권이라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
용인 자동차 극장은 한국민속촌 바로 옆에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금요일 저녁 7시에 도착했는데 웬걸 보고 싶던 모가디슈는 매진이었다. 대형은 매진, 승용은 일곱 자리 정도 남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싱크홀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 싱크홀도 대형은 다섯 자리 정도만 남아있었다.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집으로 돌아갈 뻔했다. 주말은 두 시간은 일찍 와야 할 것 같다.
초입부터 주차까지 직원들이 안내해 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주차까지 완료했다. 주차 라인에 맞춰 주차하는 게 아니라 옆 차에 맞춰 주차하는 거라 조금 헤맸는데 직원이 다 안내해 준다.
경차나 승용차는 앞쪽이고 RV와 대형은 뒤쪽이다. 거의 끝물에 들어간지라 자리도 제일 뒤였다. 스크린을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당황했다.
용인 자동차 극장은 스크린이 2개다. 내가 봤던 싱크홀은 1관 아파트 뷰고 모가디슈는 2관 숲 뷰였다. 어두워지면 괜찮겠지만 아파트의 불빛이 너무 밝을까 봐 걱정됐다.
용인 자동차 극장 중앙엔 매점이 있다. 과자, 음료수, 핫바, 라면, 팝콘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다. 나는 배가 너무 고파서 배달 앱으로 피자를 시키기로 했다. 받는 곳은 용인 자동차 극장 매표소 앞으로 지정하고 피자를 주문했다.
피자를 기다리는 동안 영화 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자동차 극장은 차 시동을 켠 채로 이용한다. 날이 선선했다면 좋았겠지만 에어컨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시동을 끌 수 없었다. 일단 주차한 뒤 라이트를 끈다. 주간 주행 등은 라이트를 꺼도 켜져 있는데 이럴 땐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다. 사이드가 채워지면 주간 주행 등이 꺼진다. 주간 등과 후미등이 안 꺼지는 차는 직원들이 검은색 천으로 가려준다.
티켓에 써진 라디오 주파수를 확인하고 라디오를 틀어준다. 영화 시작 전까진 아무 소리도 안 들리니 주파수만 맞춰놓고 기다렸다.
피자를 받으러 가면서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은 자동차 극장 밖으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나온다. 화장실 실이 깨끗하고 휴지가 구비되어 있어서 편했다. 화장실 옆엔 편의점이 있어서 얼음컵을 구매했다. 자동차로 돌아와서 뜨끈한 피자를 먹으며 영화가 시작하길 기다렸다.
드디어 주변이 어두워지고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이 되었다. 아파트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영화를 보는데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바깥의 불빛보다 자동차 계기판이나 화면의 불빛이 더 거슬렸다. 나는 미리 종이와 테이프를 챙겨가서 불빛을 가렸다.
영화를 보면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클랙슨을 누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화 시작 전, 앞쪽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붉은색 브레이크 등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 주변이 어두워 엄청 밝게 느껴지니 꼭 신경 써야 한다.
광고가 나오면서 스크린과 소리가 맞게 들리는지 확인했다. 영상에 맞게 소리가 잘 나오는 걸 확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시작했다. 좌석을 뒤로 쭈욱 밀고 눕혀 눕다시피 영화를 봤다. 집 못지않게 편안했다. 음식도 마음대로 먹고 떠들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게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좀 불편했던 건 싱크홀 영화 자체가 어두운 장면이 많은데 자동차 선팅 때문에 식별이 잘 안됐다. 몇 장면은 소리만 듣고 유추해야 했다. 선팅이 진한 차라면 자동차 극장에 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싱크홀은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보기 딱 좋은 영화였다. 자동차 극장에서 진지한 영화를 봤으면 잠들었을 거 같은데 자동차 극장에 잘 맞는 영화를 본 거 같아서 만족했다.
자동차 극장에 또 갈 거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거다. 집에서 보는 것만큼 편한 건 없겠지만 이 시국에 영화관은 조금 꺼려지고 집은 답답할 때 자동차 극장만 한 게 없는 거 같다. 야외에서 편하게 최신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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