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쁜남자인걸 ‘알고 있지만,’ : 정주행 드라마 추천

CULTUR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1. 7. 27. 20:41

본문

728x90
반응형

안녕? 히죽이다.

지나간 나의 로맨스를 돌이켜보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3년을 넘게 짝사랑했던 그 놈은 자신이 필요로 할 때만 내게 연락했고, 4년을 만났던 또 다른 놈은 내 친구와 바람 나 도망갔다. 한달 남짓 썸 탔던 어떤 새끼는 어느 날 잠수를 타더니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오랜만에 찾아 온 또 다른 짝사랑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온갖 여지만 남기고 쫑이 났다. 

사진= 드라마 '알고있지만,'

매번 끝나버린 사랑에 마음이 아플 때면, 술과 친구들로 밤을 보냈다. 울기도 많이 울고, 술도 진탕 마셔가며 몸을 축내는 대신 마음을 달래곤 했다. 내가 그 놈들을 놓지 못하고 아파할 때마다  친구들은 매번 같은 말을 했다. 그 새끼, 나쁜 놈이라고.

어느 날인가 “이쯤되면 내가 폐차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 좋다는 좋은 놈들은 다 냅두고, 나쁜남자만 고르고 골라 좋아하는 ‘머저리’ 말이다. 폐차장 이론은 그 당시 내게 ‘아차’ 할만큼 큰 깨달음이었고, 그 여파는 꽤나 컸다. 덕분에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열렬히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는 그런 어른으로 성장해 갔다. 어느덧 연애도 결국 사회생활의 혹은 인간관계 쯤으로 여겨질 무렵, 운 좋게도 나 좋다는 착한남자를 만나 지금은 행복하게, 제법 잘 살고 있다. 

사진= 드라마 '알고있지만,'

구구절절 지나간 인연을 들춰낸 이유, 안타깝게도 나같은 머저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라는 걸, 또 상처 받을 것이라는 걸 알고있지만 결국 넘어가버리고 마는 그런 바보같은 친구 말이다. 

그 친구가 도대체 누구냐고? 

이름은 유나비, 드라마 ‘알고있지만,’의 주인공이다.

감정이입이 취미라서

사진= 드라마 '알고있지만,'

드라마 ‘알고있지만,’의 주인공은 유나비(한소희), 박재언(송강)이다. 유나비는 운명이니, 인연이니 하는 것들을 믿지는 않지만 사랑은 하고 싶은 여자다. 반면, 박재언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유쾌하지만, 사실 그 누구에게도 일정 이상 관심이 없는 그런 남자다. 이런 두 사람이 운명처럼 만나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가 바로 ‘알고있지만,’이다. 

신기한 건 이 드라마에는 큰 시련이라거나, 역대급 빌런같은 게 없다. 그럼에도 어느새 몰입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게 되는데. 이게 다 주인공 유나비에게 감정이입을 하게되기 때문이다. 

박재언은 자꾸만 날 들뜨게 한다.
박재언만 보인다.
너도 나와 같을까?

 

사진= 드라마 '알고있지만,'

독백과 상상 등 유나비의 감정과 생각, 시점은 굉장히 촘촘하고 치밀하게 짜여있다. 따라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유나비라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감정이입이란게 무섭다고, 주인공의 불안과 갈등을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전부 이해할 수있게 된다. 

반면, 유나비의 감정이 드러날 수록 그만큼 박재언은 더 알 수 없다. 극은 점점 더 유나비의 관점에서 상황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박재언에 대한 신비감은 켜켜이 쌓여만 간다. 시간이 흐를 수록 의문만 투성이다. ‘왜 연애를 하지 않을까?’ , ‘유나비를 정말 좋아하는 게 맞나?’, ‘왜 나비에 집착하는 거지?’, ‘설아는 또 누구지?’ 등등. 그래서 박재언은 더 알 수 없고, 위험해보이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다.

 

‘정말 넌 그게 다야?’라고 굳이 묻지는 않았다.
깔끔하게 정리할 타이밍이 있다면 오늘일 것이다.
하지만 난 정리는 커녕 재밌는 여자가 되기로 한다.

 

사진= 드라마 '알고있지만,'

쌓여만 가는 신비감은 유나비가 그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합당한 이유가 돼버린다. 원래 알 수 없고, 위험한 것일 수록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니까, 게다가 박재언처럼 잘생긴 남자라면 더더욱.

마음을 후벼파는 대사들

사진= 드라마 '알고있지만,'

유독 이 드라마에는 독백이 자주 나온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탓이겠지만,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후벼파기도 하고, 착잡하게도 만들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드라마가 5화까지 나왔지만, 와닿았던 몇몇 대사를 소개한다. 



“사랑, 허무하게 녹아 사라져버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 나의 연애도 그렇게 끝이 났다”


“아직도 박재언은 연락이 없다. 내가 안중에도 없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쪽이든 간에 구리다. 분하게도 저 자식은 한번 시아에 들어오면 눈을 뗄 수가 없다”


“열 때문인지 박재언 때문인지 어지러워 죽겠다”


“친구밖에 몰랐었던 때도 있었다. 연애를 시작하고는 사랑이 전부인지 알았고, 요란했던 첫 연애가 쫑난지 두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적당히 연락하고 밥 먹는 친구들 있다. 섹스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생일을 같이 보낼 사람은 없다”


“멀리서 응원할게, 이번엔 좀 진지해져 봐라”


 

이것들 외에도 정말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은데. 글이란게 한계가 있다보니 아쉬울 따름이다. 때론, 주인공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 지나간 놈들에게 나도 저렇게 말할 걸 하고 후회가 밀려오는 대사들도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비의 독백을 집중하며 시청하길 진심으로 추천한다. 

뭐, 썩 나쁘지 않다

사람이란, 무릇 자신의 흠을 들여다보는 걸 싫어하는 존재다. 하물며 그 대상이 나 스스로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애달프고,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유난히 관심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제와서 보면 내 사랑들이 고운 추억이 아니었기에 어떤 유형의 사랑을 보더라도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반응만 나왔나 보다. 어쩌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이려니 싶다. 

오랜만에 이런 편견 없이 보고 있는 드라마다. 최근에 계속 이 드라마를 지인들에게 추천했는데. 맨날 피 튀기고, 사람 죽고, 막장이 난무하는 드라마만 보더니 어쩐 일이냐고 의아해하더라. 내가 너무 편식해서 드라마를 봤나 싶기도 하고, 어쩐지 심장도 오랜만에 말랑말랑해진 기분. 뭐, 썩 나쁘지 않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