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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달팽이가 산다(부제: 아프리카 왕달팽이 키우기)

LIF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12. 1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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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 코로나 블루인 건가?”



요 몇 달 출처 없는 무기력함에 시달린 히죽이다.

재택근무로 퍼져버린 몸뚱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까지. 세상 모든 것이 다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겼다.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우울’이라는 단어보다는 ‘허기짐’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그저 뭔가를 끊임없이 해도 행복, 만족이 뒤따라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화가 치밀고, 울적한 날들이 계속됐다.  마치 이 나간 접시처럼 완전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가 난 상태였다.

 

이런 내게 남편은 반려동물을 제안했다. 내가 예전과 달리 예민해 보인다면서 말이다. 남편의 제안이 꽤나 마음에 들었으나,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1. 털이 날리지 않을 것 
2. 시끄럽지 않을 것 
3. 냄새가 나지 말 것

즉, 흔히 키울 수 있는 고양이나 강아지는 이미 제외 대상이었다.(도대체 뭘 키우란 건지) 결국 적당한 동물을 찾지 못했다. 반려동물은 나와 인연이 아니려니 여길 무렵, 우연히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 나타났다.

▲딸랑이(사진= 히죽)


시댁에서 챙겨준 아욱에 딸려온 녀석이었다. 야채를 솎아내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는지 꽤 심하게 패각이 깨진 상태였다. 이대로 방생을 했다가는 금방 죽을 게 뻔했다. 사람들은 달팽이 한 마리로 뭐 이렇게 유난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도무지 죽게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이윽고 패각이 다 회복하면 방생하자고 다짐하며, 반찬통에 상추와 함께 넣어줬다. 이름까지 ‘딸랑이’라고 지어줬건만. 10일가량 짧은 시간을 함께하고 딸랑이는 떠나버렸다. 더 잘 보살펴주려고, 이것저것 사서 달팽이 사육장도 꾸려줬는데.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달팽이는 어때?”


 

▲금복이, 깜복이 사육장(사진= 히죽)


속상해하는 내게 남편이 물었다. 요즘은 애완용 달팽이도 많이 키운다며, 몇 개의 유튜브 링크도 보내왔다. 남편 말대로 꽤 많은 사람들이 달팽이를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사랑을 듬뿍 줘가면서 말이다. 며칠을 달팽이에 대해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달팽이를 키우게 됐다. 이미 딸랑이 덕분에 달팽이의 매력을 충분히 알고 있던 덕분이었다.

먼저 어떤 달팽이를 키워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대게 애완용 달팽이 종류는 3가지로 나뉜다. 토종 달팽이, 동양 달팽이, 아프리카 왕달팽이다.


토종 달팽이는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달팽이로, 흔히 명주 달팽이나 아재비 달팽이 등이 있다.

동양 달팽이는 아시아에 서식하는 달팽이로,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달팽이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왕달팽이는 외래종으로 토종, 동양 달팽이와 달리 패각이 원뿔형이며, 생태계 교란종으로 자연 방생이 불가하다. 흔히 식용으로 먹는 달팽이가 바로 아프리카 왕달팽이다.


아프리카 왕달팽이(Achatina fulica)

식용달팽이 중 하나로, 껍데기 길이 약 12cm, 지름 6cm이다. 식용을 목적으로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애완용으로 기르기도 한다.




기왕이면 오래 살 수 있는 달팽이를 키우고 싶었다. 명주 달팽이 수명이 1-2년인 것에 반해, 아프리카 왕달팽이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5~7년, 최대 10년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끌려 아프리카 왕달팽이로 선택했다.


흑와, 백와, 금와

 

달팽이 교미_3. 달팽이 종류

아프리카왕달팽이(Achatina fulica)끼리는 전부 교미가 가능합니다아프리카왕달팽이(Achatina fulica)에...

blog.naver.com


아프리카 왕달팽이를 키우겠다 다짐한 후에는 색을 정해야 했다. 아프리카 왕달팽이는 패각과 배발색에 따라 크게 3종으로 나뉜다. 배발과 패각 모두 짙은 밤색이라면 ‘흑와’, 배발은 하얗고 패각이 갈색이라면 ‘백와’, 배발이 하얗고 패각이 금색이라면 ‘금와’로 칭한다. 이 외에도 흑금와, 흑백와 등이 있다.

▲금복이(사진= 히죽)


나는 반짝반짝한 금색 패각에 반해 금와를 선택했다.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면 흔히 흑와가 활달하고, 금와는 예민하며 그 중간이 백와라고 평하는 걸 볼 수 있다. 때문에 직접 달팽이를 만나기 전까지 “금와라서 예민하면 어쩌나”, “키우기 힘들면 어쩌나”같은 자질구레한 걱정들을 했다. 하지만 흑와, 백와, 금와는 색깔만 다르고 모두 같은 종이다.

결국, 달팽이의 성향은 팽바팽, 개체별로 다르다. 실제로 금복이는 금와지만, 예민하지도 편식이 심하지도 않다. 이제는 만지거나 말거나, 밥을 아주아주 잘 먹는 뚱팽이가 돼버렸다.

▲금복이 사육장(사진= 히죽)

 

#달팽이 키우기 준비물


- 달팽이
- 사육장
- 코코피트
- 분무기
- 먹이
- 칼슘
- 수건 혹은 담요


달팽이 키우는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사실 수건이나 담요는 필수라기보다는 선택인데,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므로, 준비물 목록에 넣어놨다.

달팽이 키우기 주의사항

▲금복이 빼꼼(사진= 히죽)

 

사육환경

달팽이는 키우기 쉬운 동물이지만, 사육환경은 반드시 맞춰줘야 한다. 사육장엔 코코피트(흙)이 깔려 있는 것이 좋고, 습도는 70~80%를 유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온도다. 너무 춥거나, 더우면 달팽이는 막을 치고 잠을 잔다. 그러다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온도는 주의해서 관리해야 한다. 적정온도는 20~30도 사이다.

 

▲달팽이 사료와 감마루스(사진= 히죽)

 

먹이


달팽이는 풀만 주면 다 먹지 않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는 맞는 말이면서도 틀린 말이기도 하다. 우선 달팽이에게 있어서 염분은 최악이다. 소금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녹아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무, 고추, 양파같이 매운 것도 절대 금물이다.

달팽이는 시금치와 콩나물을 제외한 야채면 웬만해서는 다 먹을 수 있다. 신기하게도 달팽이들은 꽤나 편식을 하는 편인데, 자신들만의 기호가 확실하니 일종의 ‘기호도’ 테스트가 필요하다. 여러 야채를 급여해보고, 잘 먹는 야채를 주로 주면 된다. 우리 금복이는 가지와 상추를 좋아하고 청경채는 잘 먹지 않는다.

 

▲깜복이 핸들링(사진= 히죽)
▲금복이 핸들링(사진= 히죽)

 

핸들링


달팽이를 손으로 만지거나, 손바닥 위에 올리는 것을 ‘핸들링’이라고 한다. 달팽이는 위협을 느끼면 달팽이 집으로 꼭꼭 숨어버리기 때문에 핸들링이 익숙지 않은 개체의 경우, 손바닥 위에서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핸들링은 달팽이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자주 하지 않는 게 좋고, 핸들링 시 패각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한다. 특히 성체가 되기 전에는 패각이 약해 조금만 힘을 줘 잡으면 패각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달팽이에 대한 오해

 

귀염뽀짝한 ‘달팽이’ 때문에 매년 ‘2만명’이 사망한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방송을 통해 달팽이가 치명적인 위험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www.insight.co.kr

 

애완용 달팽이를 키우기에 앞서, 꽤나 많은 사람들이 "달팽이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기생충을 옮게한다"는 기사에 지레 겁을 먹는다. 실제로 '달팽이 전염병'이라고 검색하면, 지식인에 관련 문의가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는 정확하게 따져봐야할 점이 많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주혈흡충을 가진 달팽이는 민물 달팽이다. 흔히 애완달팽이로 사육하는 달팽이인 '명주 달팽이' '아프리카 왕달팽이' '동양 달팽이' 등은 모두 육지에 사는 육지 달팽이다. 

또한, 달팽이가 주혈흡충을 옮기기 위해서는 주혈흡충에 감염된 쥐의 배설물이나, 해당 배설물로 오염된 먹이를 먹어야만 한다. 하지만 애완용 달팽이의 경우, 대게 농장에서 사육된 개체를 입양하기 때문에 주혈흡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니 기생충 감염이 두려워 달팽이 키우기를 고민 중이라면,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팩트체크] 달팽이가 사람을 많이 죽이는 동물 5위라고요? Are snails dangerous animal?

 

달팽이를 키우면 좋은 점 5가지

 

▲금복이와 셀카(사진= 히죽) 


1. 저렴한 비용 : 사육장, 달팽이, 먹이, 코코피트 다 합쳐도 1만원.
2. 쉬운 관리법 : 온도, 습도, 먹이, 배설물 청소만 신경 쓰면 됩니다.
3. 귀여움 : 달팽이를 키우면 알 수 있다. 이 씹덕 귀여움 포인트를! 
4. 건강 : 달팽이들 먹이 주려고 산 가지, 상추, 당근,,, 다 남으면 집사의 몫
5. 시간 순삭 : 달팽이를 쳐다 보고 있다보면 1시간이 훌쩍! 금방 지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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