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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알못의 주말농장 이야기 : 1년 농사를 마무리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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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11. 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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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장마 덕분에 내 여름 농사는 망해버렸다. 슬픔을 뒤로하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가을 작물을 심었다. 8월 말이라 많이 늦은 감이 있었지만, 일단 심어봤다. 남들이 다 심는 김장 배추와 무는 빼고 그냥 심고 싶은 작물을 심었다. 쪽파, 열무, 아욱, 부추, 옥수수, 바질, 고수 등 여름에 재미를 봤던 작물도 함께 심었다. 일단 싹은 잘 틔웠는데, 조금 늦은 농작물… 잘 자랄 수 있을까?


#가을맞이 농작물 심기

 

농알못의 주말농장 이야기 : 주말 농부의 기쁨과 슬픔

농알못(농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 시리즈를 쓰고 있는 주말 농부 슝슝이다. 3개월 만에 돌아온 농알못 시리즈다. 그간 밭을 포기하고 있던 건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농알못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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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심은 가을 농작물 (사진=슝슝)

 


일단! 밭을 싹 갈아엎고 준비한 모종과 씨앗을 심었다. 심어둔 각종 씨앗들은 발아에 성공했다. 작고 귀여운 새싹들이 가득 난 밭은 엄청 싱그러웠다. 장마 때문에 약해진 가지와 고추는 기특하게도 계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들어냈다. 9월 중순의 낮은 아주 뜨거웠다. 뜨거운 해를 받으며 나름 잘 자랐다. 늦지 않았나 싶어 불안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설렘만 남았다.

 

▲ 빼죽 올라온 쪽파 (사진=슝슝)
▲ 귀여운 열무 새싹 (사진=슝슝)
▲ 귀여운 아욱 새싹 (사진=슝슝)

 


새싹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쑥쑥 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름에 비해선 영 힘을 못 내고 있었다. 아마 밭을 갈아엎을 때 비료를 주지 않아서 조금 덜 자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은 잘 자라고 있어 안심했다. 

 

▲ 자라고 있는 옥수수 (사진=슝슝)
▲ 무농약이라 벌레가 많이 파먹은 열무 (사진=슝슝)
▲ 쪽파도 잘 자라고 있다 (사진=슝슝)

 


10월에 들어서면서 아침저녁으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한참 해를 보며 자라고 익어야 할 작물들의 성장 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했다. 분명 여름에 키운 옥수수의 키는 나를 훌쩍 넘어섰는데, 가을 옥수수는 내 키를 넘지도 못했다. 작게 맺힌 열매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아욱 싹은 오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바질과 고수는 조금 자라는듯싶었다. 장마를 이겨낸 가지와 고추의 열매는 예전만 못하다. 날이 슬슬 추워져서일까 크기가 훨씬 작아졌다. 고추는 시들시들해서 따지도 못했다. 기대했던 당근은 제멋대로 자랐다.

 

 

▲ 장마를 이겨낸 시들시들한 가지 (사진=슝슝)
▲ 여름에 수확한 가지에 절반도 안 된다 (사진=슝슝)
▲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고추 (사진=슝슝)
▲ 심었던 당근은 기형이 되었다 (사진=슝슝)
▲ 볼품없는 가을 가지 (사진=슝슝)

 

추수의 계절?

▲ 농장의 가을 풍경 (사진=슝슝)



10월 중순이 되며 가을이 무르익어갔다. 농장 들판엔 꽃들이 만발했다. 심었던 대부분의 농작물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그나마 잘 자라는 열무를 수확했다. 열무를 하나 뽑고 놀랐다. 이것이 열무인가 알타리인가. 열무 정체성에 혼란이 왔지만 무가 정말 귀여웠다. 알고 보니 열무는 수확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열무가 많이 크지 않았을 때, 잎이 여릴 때 잽싸게 수확해야 하는 건데... 너무 늦어버렸다. 


부추도 녹말 이쑤시개 크기 정도에서 얼음 상태로 멈춰있었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바질은 냉해를 입었고 고수 또한 냉장고 안에서 오래 있었던 것처럼 시들해졌다. 다른 작물들은 말해 뭐 할까…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라던데 적어도 나에겐 아니었다.


▲ 이것은 열무인가 알자리인가 (사진=슝슝)
▲ 이렇게나 수확했지만 엄마가 너무 억세다고 거부했다 (사진=슝슝)
▲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옥수수 (사진=슝슝)
▲ 끝이 보이는 가을밭(사진=슝슝)



올해 농장을 빌려 농사를 지으며 뼈저리게 느꼈지만 농사는 정말 어렵다. 대충 내버려 둔다고 알아서 크는 게 아니다. 이 작은 밭에서도 언제, 어떻게, 무엇을 심을지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때맞춰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 적절하게 가지치기도 하고 비료도 줘야 한다. 봄-여름작물이 끝나면 미련 없이 바로 가을작물을 준비해 심어야 한다. 시기가 너무 일러도, 늦어도 좋은 품질의 작물을 얻는 게 힘들다. 

 

 

▲ 내년을 기약하며... (사진=슝슝)

 


아무튼. 내 가을 작물은 별 재미도 못 보고 처참하게 끝나버렸다. 여름엔 초록빛과 갖가지 색으로 풍성했던 농장도 갈색빛으로 물들어 갔다. 수확할 것들이 없으니 농사에 흥미가 떨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엔 친구와 8평의 농장을 꾸리기로 했다. 가을농사 실패를 맛보고 우리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8평의 농지를 어떻게 나누고 어떤 작물을 심을지 벌써부터 구상 중이다. 특히 실패한 가을 농사를 만회하기 위해 내년 가을엔 꼭 배추와 무를 심을 것이다. 주변 밭에서 쑥쑥 크는 배추와 무를 보는데 너무 귀엽고 부럽다. 올해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지만 이걸 기회 삼아 내년엔 더 나은 밭을 만들고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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