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는 꼭 실물 앨범을 사는 사람이다. 앨범의 음질은 음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플랫한 음질과는 천지차이이며 음악을 만든 사람 그리고 부른 사람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지는 감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LP와 테이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목소리의 떨림, 지직이며 깨끗하지 않지만 정성을 들인 소리까지 귀를 자극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유행을 하고 있는 덕분이다.
CD가 테이프 LP와 같은 비닐 음반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다. 이후에 CD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LP와 테이프의 수요는 크게 줄어들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사라진 비닐 음반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요즘 나오는 곡들의 성향을 따져보면 베이스 소리가 풍부한 음악보다는 트로트, 디스코, 소울 R&B 등의 복고가 다시 유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곡들의 감성을 기억하는 이들은 전자 형식의 깨끗함보다는 향수를 자극하는 지직임에 반응한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감성을 낼 수 있는 테이프, LP가 다시 유행을 선도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도 요즘 많은 가수들은 테이프, LP로 스페셜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스페셜인 이유는 참 재밌게도 LP와 테이프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CD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만 공장이 적은 테이프와 LP는 많은 주문을 감당할 수 없다. 때문에 한정적인 양을 주문받을 수 있으며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되었다. 이런 점이 오히려 LP와 테이프의 스페셜 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다만,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단순 스페셜 앨범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스페셜 앨범인 LP와 테이프는 디자인적 요소를 강조하곤 한다. 사실 LP와 테이프는 카세트테이프, 턴테이블 등 전문 플레이어가 있어야만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일 수 있지만 인테리어 소품이라 생각한다면 구매를 합리화할 수 있다.
때문에 유니도 방탄소년단의 한정 바이닐 LP를 방 한편에 전시 중이다. 인테리어 용으로 산 건 아니지만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 음악으로 가득한 방의 모습으로 꾸미기에 좋다.
하지만 옛 감성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LP와 테이프는 인테리어 소품이 아닌 훌륭한 앨범이다. 습기, 온도에 민감하고 늘어지는 등의 불편함이 있지만 그마저도 잊게 만드는 이유는 특유의 소리에서 나오는 감성 때문이다.
감성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전문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재밌게도 LP와 테이프가 다시 유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진화된 플레이어들이 나오게 되었다. 이런 플레이어들은 클래식 감성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딱 맞춘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편의성까지 놓치지 않는다.
LP를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인 턴테이블은 전체적 디자인은 예전 클래식 느낌을 살리면서도 사운드는 훌륭해야 하기 때문에 블루투스 기능으로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와 연결이 가능한 제품들이 많다.
주의해야 할 것은 몇 턴테이블은 포노 앰프 (pohno EQ) 혹은 프리앰프 (Pre-amp)가 빠져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LP를 돌렸을 때 음악이 모기처럼 위잉 하고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포노 앰프는 LP의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장치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앰프가 들어있지만 만약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Phono라 적혀있는 버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테이프를 들을 수 있는 카세트테이프는 턴테이블과 달리 이전 워크맨, 마이마이와 같은 원리를 아직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감성적 외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감성 카세트테이프는 외관이 투명한 카세트테이프다.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멋이 나고 테이프의 디자인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카세트는 들을수록 필름이 늘어나 냉동실에 주기적으로 넣어야 하고 LP는 휘어짐, 먼지, 빛, 습도 등을 신경 써 보관해야 온전한 소리 보전이 가능하다. 이런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 시절, 극 감성이 테이프와 LP를 듣는 순간 깨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힘들고 지칠 때 아날로그 감성을 한 사발 들이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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