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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을 왜 호떡이라고 할까요?(영화 ‘말모이’ 리뷰)

CULTUR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8. 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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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이자 그 연휴를 가능하게 한 ‘광복절’이 있었다. 내가 결제해놓은 VOD 서비스 ‘웨이브’를들어 갔다가 광복절이 가까워와서인지 ‘말모이’와 ‘봉오동 전투’ 등 관련 영화들을 묶어 놓은 코너를 발견했다. 원래도 역사 관련 드라마, 다큐, 영화 등을 좋아했던 이내. 그 중에도 정사(정통적인 역사 체계에 의하여 서술된 역사나 그 기록을 야사(野史)나 패사(稗史)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보단 비하인드, 야사(민간(民間)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 위주로 좋아했다. 물론 정사를 안 본건 아니고. 그래서 말모이가 눈에 더 띄었다
.

 

▲ 말모이 메인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말모이_무슨_영화야?

사실 나는 말모이를 개봉 때 이미 봤다. 심지어 CGV에서 진행했던 라이브톡까지 가서 배우들과 감독들의 이야기를 듣고 왔었다. 말모이를 보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엄유나 감독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유나 감독님은 전 작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맡았었고 전 작을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말모이가 더 기대됐다. 역사적 인물이나 가장 보통의 사람을 보여주는 감독님의 영화가 좋았다. 하지만 말을 모으고, 사전을 편찬하는 일을 어떻게 영화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됐다. 동작이나 사건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을 텐데란 생각은 ‘유해진’ 배우로 1차 깨지고 1940년대 일제강점기란 상황만으로 2차 깨졌다. 생각보다 유쾌하고 긴장감 있는 영화였다.

 

 

▲ 저화질이라 아주 죄송한 말모이 라이브톡에 온 왼쪽부터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배우님 (사진 = 이내)

 


제목인 ‘말모이’ 뜻은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영화를 보기 전엔 말을 모으는 작업을 한다는 뜻에서 신조어를 만들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 속에선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말을 모은다는 비밀 작전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 스토리는 사전을 만드는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배우)과 까막눈이던 심부름꾼 판수(유해진 배우)이 같이 일하게 되면서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함께 말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다. 사전은 왜 만드는지, 얼마나 어려웠는지,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지 말모이를 통해 알 수 있다.

 

 

#호떡이_왜_호떡이게요?

 


가장 밑바닥에서 나오는 정신 ‘언어’. 모두가 말을 하고, 생각을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언어라는 걸 다시 상기시켜주는 영화. 말은 정신이다라는 말이 항상 추상적이어서 닿지 않는데 내가 하는 말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내 이미지가 달라지는 일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하는 말을 바꾸고 단어를 바꾸겠단 생각을 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듯 인식하면 생각나는 부분이 있는 게 언어다.
 

 

▲ 순희에게 호떡이 왜 호떡인지 설명해주는 정환(윤계상) (출처 = 네이버 영화)

 


말모이에서 중요하게 “호떡은 왜 호떡인지 아냐”라고 질문한다. 거기에 판수(유해진)은 호호 불어먹어서 호떡이라고 답하는데, 말이 되어서 그런 거야? 했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호떡이 한자가 섞인 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까. 근데 따라붙는 정환(윤계상)의 제대로 된 해석을 들으면 정말? 이라고 되묻고 싶다. 호떡의 ‘호’는 오랑캐 호로 청나라가 쳐들어 왔을 때 오랑캐들이 먹는 떡이라 해서 호떡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가 그냥 쓰는 단어 뜻도 잘 모르는데 정리해두지 않으면 그냥 사라져 버리고 의미가 없으니 그 안에 담긴 생각도 없이 쓰다 버려지는 언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방금 내가 썼듯이 ‘우리’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나’를 중시하는 다른 언어와 다른 점이고 그게 우리 생활과 민족성에 기이한 것이니까. 생각한 대로 말한다고 하지 않는가, 조선어학회에선 그렇게 ‘우리’의 언어가 사라지면 공동을 생각하던 우리의 정신마저 사라지는 상황을 가장 무서워한 것이다. 우리도 외국의 언어를 배우다 보면 외국의 역사마저 같이 배우게 되는데 언어가 생기는 과정이 곧 역사이기도 해서 자연스레 그 나라의 역사와 정신을 같이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말을 지키는 말모이는 ‘정신’을 지키는 싸움이었다.


▲ 표준어를 정하는 공청회중인 조선어학회 (출처 = 네이버 영화)

 

#유해진의_하드캐리

 

 

▲ 운수 좋은 날을 읽느라 밤을 새버린 판수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다 보면 이거 유해진의 원맨쇼인가? 싶은 부분들마저 있다. 그만큼 판수란 인물이 중요하고 유해진이란 배우가 중요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고 관객을 이해시킬 중심이 판수기 때문이다. 더불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관객들을 웃음으로 치료해줄 사람도 유해진이었다. 한마디로 혼자 울리고 웃기고 다 해주는 배우의 잘 만들어진 영화. 그리고 그런 유해진과 같이 호흡하는 정환 역을 맡은 윤계상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 조선어학회의 배우들 (출처 = 네이버 영화)

 


예민하고 짜증도 많이 부리지만 그게 다 불안해서 생기는 예민성이며 누구보다 사전을 만들겠단 일념이 뚜렷해서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는 점이 인상깊었다. 이 외에도 말모이에는 어라? 하고 어디서 봤던 배우들이 포진해있다. 조선어학회로 가장 많이 얼굴을 비추는 김선영 배우를 비롯해 밀정, 범죄도시에 나왔던 허성태 배우, 박열, 동주 등에 나왔던 민진웅 배우 등 배우들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래서 여러 배우들이 왔었던 라이브톡도 한층 즐거웠다. 

 

▲ 단어 하나마다 지역 사투리가 다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누가보면 너무 딱딱한 영화고 애국 정신만 올리려는 영화가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말모이는 그것보다 가장 나의 가까이에 있으면서 소홀할 수 있는 부분을 알려준다. 네가 지금 쓰는 말도 지키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세종대왕님이 만들었단 사실도 너무나 중요한 사실이지만 그걸 아직도 온전히 지켜내고 쓸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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