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번 주에는 앱 추천 글을 쓸 계획이었다. 사진도 다 정리해놨고, 후다닥 글만 쓰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니, 글쎄 지난 25일 넷플릭스가 드라마 ‘설국열차’를 공개해버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설국열차인데, 무려 봉준호와 박찬욱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까지 했다는데. 도무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결국, 에디터 슈니에게 급하게 연락을 했다.
“슈니님...저… 이번 주 주제 바꿔도 될까요?”라고.
위 카톡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슈니(= 크림빵녀)는 열렬히 반대했다. 내게 틈만 나면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을 쓴다고, 지난번에도 ‘인간수업’을 썼으니 넷플릭스로 그만 우려먹으라고 했다. 솔직히 쪼금 양심에 찔렸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엔 조회 수가 잘 나올 거라며, 우기고 우겨 허락을 받아냈다. 대신, 조회 수가 안 나오면 된통 혼이 나겠지.
아무튼 이번 글, 우여곡절 끝에 쓰게 됐다. 기왕이면 슈니에게 혼나지 않도록 조회 수 대박을 기원하며 작성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설국열차’ 소개 글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설국열차’를 무척 재밌게 봤다. 무엇보다 내가 환장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라는 게 가장 좋았다. 모든 게 꽁꽁 얼어버린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차 속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이었다. 게다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계급 싸움은 한눈팔 틈 없이 매우 극적으로 진행됐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했던 것 같다.
워낙 영화를 재밌게 본 터라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조금 우려가 됐다. 12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토록 드라마틱 한 전개를 펼치는 영화를 어떻게 드라마로 풀어낼지 말이다. 나중이 돼서야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알아챘다. 알고 보니 드라마 설국열차는 영화의 프리퀄 작품이었다. 즉, 드라마는 영화 설국열차의 이야기보다 앞선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이다.
드라마의 배경은 영화보다 10년 앞선 202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7년이 되는 해다. 실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7명의 승객이 위대한 열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죠”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번 드라마 ‘설국열차’가 바로 대사 속 사건을 다룬다. 따라서 기존 영화 속 등장인물은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안드레 레이튼’ 역의 ‘다비드 딕스’와 ‘멜라니’역의 ‘제니퍼 코넬리’가 함께 한다.
드라마 설국열차의 시작은 영화와 비슷하다. 주인공을 비롯한 꼬리 칸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과 핍박에 못 이겨 항쟁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예상과는 다른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꼬리 칸 사람들과 항쟁을 계획하던 주인공 안드레 레이튼은 어느 날 3등석 칸으로 차출된다. 알고 보니 열차 내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 이에 과거 강력계 형사였던 안드레 레이튼이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자꾸 영화를 대입해서는 안 되는데. 영화가 계속해서 떠오르는 탓에 드라마의 극 진행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거기다가 꼬리 칸의 계급 항쟁이나 각 칸마다의 특징도 같이 보여줘야 하다 보니 조금 정신없다. 상황에 집중을 하려고 하면 바뀌고, 몰입을 하려고 하면 또 다른 상황이 나온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점이다. 왜 미국 평점 사이트에서 실망스러운 평점을 받았는지 이해가 간다. 드라마와 영화는 전혀 다른 작품이지만 결국, 사람들은 영화를 기준으로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다. 영화가 계급 항쟁에 집중해 주인공이 계속해서 앞 칸으로 나아가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줬다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서사에 집중해 느린 템포로 진행한다.
확실히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실망스럽긴 하다.
실망은 했지만, 섣불리 ‘비추천’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으려고 한다. 기껏해야 이제 2편이 공개됐을 뿐이니까. 총 10부작 구성인데다가, 시즌 1이 공개되기도 전에 드라마 설국열차는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앞으로 풀어갈 얘기도 많을 거고, 편 수도 넉넉하다고 본다. 그러니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지.
드라마 설국열차는 넷플릭스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한 편씩 공개된다. 자고로 넷플릭스는 한 번에 왕창 정주행 하는 게 매력인데. 매주 월요일을 기다려야 하다니. 이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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