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히죽이다.
봄이 와서일까, 아니면 이 빌어먹을 전염병이 원인일까. 요근래 나의 밤은 참 센치하다. 우울함은 둘째 치고, 드문드문 생각나던 네가 요즘따라 자주도 찾아온다. 다행인건 내가 그새 많이 성장했다는 것. 아픔으로 끝난 너와의 기억을 이제는 제법 좋았던 추억쯤으로 여길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제 네가 생각나는 이 밤들이 더이상 무섭지 않다. 기왕이면 너도 그랬으면 좋겠고.
나의 감정을 감당할 수 있는 날이 오면, 한번쯤은 꼭 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온전하게 전하지 못하고, 서툴기만 했던 내 감정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이젠 나도 너를 향한 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정의할 수 있게 됐다. 너는 유난히 빛나고 아름다웠던 내 청춘이었다고.
오늘은 너에 대한 음악을 이야기하려 한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밤, 너를 떠올리게 했던 그 눈물 겨운 노래들을.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옛날 노래다. 무려 1979년에 나왔다. 엄마가 알려준 노래인데, 듣자마자 네가 생각났다.
너야말로 따뜻한 찻잔같은 사람이었다. 함께 있으면 덩달아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너의 그 따스함이 내 온몸에 퍼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너를 좋아했던거라고. 그렇게 이 노래와 함께 너에 대한 내 마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나의 사랑이 언제나 샘솟아서
당신의 마음에 모두 담아낼 줄 알았는데
날 담아두는 너의 마음이
그렇게 작을 줄 몰라서
나의 사랑이 모두 쏟아져 버렸어요
내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 나긋나긋한 멜로디인데 가사 하나하나가 내리 꽂듯이 아리다.
우습게도 그 시절에 난, 사랑을 무슨 등가분할 공식쯤으로 여겼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면, 너 역시 결국에는 나를 좋아할거라고 믿었다.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착오를 깨달을 때쯤 이미 내 감정은 주체할 수 없었다. 커지다 못해 흘러 넘쳐 내 세상이 너가 되어버렸다. 너는 아니었을테지만.
참 오래도 미뤄왔다
나만 아님 나만 놓으면
이렇게 쉽게 끝날 것을 돌아보니
너무 초라하다
노래 가사처럼 우리도 그랬다. 나만 놓으면 끝나는 보잘것 없는 관계. 그것이 너와 나였다. 생각해보면 너와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건 오롯이 내 몫, 내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이 노래, 비참한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싫어하면서도 너무나 많이 들었다.
그래, 노래처럼 안녕. 이젠 진짜 안녕.
어쩌면 다 날 위한 연극 같아서
끝이 아닌 것 같아서
너 없는 시간들도 너와 함께였어
끝이 아닌 것만 같아서
너를 놔버린 후에도 내 감정은 끝이 나지 않았다. 여운은 길었다. 시간이 해결해줄거라는 말은 와닿지 않았다. 이토록 아픈데, 정말 나아질 수 있을지 의심만 생겼다. 더이상 너를 볼 수도 없는데, 이상하게 온통 네 생각에 마치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지. 그때마다 이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많이 울었다.
가끔씩 다른 생각에 니가 떠올라
잊혀진 널 그리워한만큼
내겐 멈춰있던 시간이 흘러 또 흘러 조금씩
혹시 너를 잊게 된다면
가끔씩 추억하며 웃을 수 있다면
호우시절은 '때를 맞춰 내리는 좋은 비'를 의미한다. 노래도 이런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 추억하는 모습말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너를 잊어가는 내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비록 아팠지만 그 시절 겪어야만 했던 비. 넌 내게 그런 존재가 됐다. 그저 아프기만 했던 건 아닌, 오늘의 내게 사소한 행복을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존재.
당신에게 드릴 게 없어서
나의 마음을 드려요
그대에게 받은 게 많아서
표현을 다 할 수가 없어요
가장 최근 노래다. 서로 사랑하는 노래인데 네가 생각난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확실한 건 저 가사 한줄, 내가 너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과 같다.
이제 와서 보니 나는 너로 인해 참 많이 성장했다. 온 마음을 다해 좋아도 해보고, 아파도 했고, 그만큼 널 미워도 했다. 그리고 이젠 조금, 아주 조금 고맙다. 덕분에 내게는 아름다운 추억도, 오그라들 수 있는 흑역사도 생겼다. 너를 좋아했던 그 시절에 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요새 많이 느낀다.
노래처럼 나도 너에게 뒤 늦게 내 마음을 보낸다. 사랑과 슬픔과 증오, 그 외 너를 향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든 미련도 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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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이상하다. 두서없이 글을 썼다. 쭉 읽어보니 내가 참 볼품 없다. 구질구질 구차한 것도 같고. 그래도 한편으로는 또 속 시원하다. 다 털어냈기 때문에. 이제는 너 역시 기억으로 날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 너는 이제 내게 지난 청춘이고, 추억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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