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루나(풀문) 성우 이용신의 달빛천사 국내 정식 OST 발매 펀딩이 엄청난 금액에 마감되면서 투니버스에서도 12월 18일부터 달빛천사를 재방영해주기로 했다. 달빛천사를 보고 있다 보니 내 추억 속 만화들은 어땠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만화를 보면 굉장히 좋아하는 캐릭터가 하나씩 생기곤 했다. 스토리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어서인지 종이지만 사랑했다. 그런 캐릭터를 요즘 “종이남친”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입에 착 붙는다 종이남친. 그래서 오늘은 내가 정말 좋아했던 종이남친, 종이오빠 들을 수집해왔다.
※주의사항: 종이남친을 설명하다가 스포를 아주 많이 포함해버렸습니다.
아직까지 보고 있는 만화 명탐정 코난. 나는 진심 코덕이다. 코난 극장판도 극장에 가서 볼 정도로 코덕이라 언제 한번 코난에 대해서 글을 써야지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먼저 마주하게 될 줄 몰랐다. 그 중에도 내 종이남친은 남도일이었다. 명탐정 코난은 고등학생 탐정인 남도일이 검은 조직의 일에 휘말려 어떤 약을 먹고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채 코난이란 가명을 쓰고 각종 장비를 이용해 탐정 일을 하며 돌아갈 방법을 찾는 만화다. (96권째 못 돌아가는 중)
종이남친 1번이 된 남도일은 일단 잘생겼고, 똑똑하다. 물론 너무 많은 설명을 하려 하고 셜록에 미쳐서 말끝마다 셜록을 달고 사는 남친이긴 한데 얼굴보고 봐주기로 했다(누구 맘대로?) 바로 옆에 미란이와 최근에 고백까지 해버렸지만 어차피 종이남친인데 쿨하게 못 본 척 하기로 했다. 그정도로 나는 도일이에게 진심이었다. 일단 똑똑하고 나를 위해 목숨을 거는 남자. 이 무모하면서도 즐거운 기분. 매번 살인 현장과 죽을 뻔한 사고 현장으로 데려가지만 어떻게든 살려내는 능력자. 너무 가끔 등장한다는 점이 가장 단점이지만 그래서 더 매달리게 되는 걸까?
풀네임 “청명오빠”이신 오청명. 카드캡터체리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남자주인공인 샤오랑보다 체리의 오빠인 유도진과 도진이의 친구이자 체리의 첫사랑인 오청명에게 사랑을 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처음 보고 반한 오빠. 근데 이젠 오빠가 오빠가 아니네요. 하지만 오빠는 십몇 년을 고등학생 했으니까 제가 몇십 년을 더 오빠라고 한대도 합법해 줘요.
카드캡터체리는 체리가 실수로 날려버린 크로우카드를 모으는 과정을 그린 만화. 그중에 청명오빠는 체리의 첫사랑이자 이상형이자 샤오랑의 사랑까지 받는 오빠다. 투덜대는 친오빠인 도진오빠 옆에서 다정하고, 웃는 게 예쁜 걸로 이미 게임 오버인데 청명오빠는 여기에 잘 생겼고 잘 먹고 체육도 잘하고 사실 뭐든 잘하기까지 하며 먹을 것까지 챙겨주는 세심한 오빠에 어떻게 사랑을 안 할 수가. 체리의 심정을 100번 이해하고도 남았다.
종이남친이란 단어를 생기게 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모두의 첫사랑 카제하야. 너에게 닿기를은 반에서 어울리지 못하던 사와코가 카제하야와 같이 극복해가며 친구도 생기고 사랑도 하는 그런 만화. 모두가 고백 좀 해!! 라고 그렇게 부르짖다가 가슴을 내리친다는 만화인데, 정말 풋풋하고 폭신폭신한 순정만화다. 만화가 이런 만큼 남주인 카제하야는 얼마나 폭신폭신하고 멋질까.
일단 첫 등장씬부터 카제하야는 눈부시게 빛난다. 거기에 웃는 모습이 항상 예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모습까지 사와코의 동경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나의 눈빛을 받기에도. 카제하야 너도 나에게 날아와 하나의 종이 남친이 되었구나. 여기에 사소하게 사와코의 다른 친구들이나 일에 대해서 질투를 하는 것도 고등학생 같아서 귀여웠다. 내 아련한 기억 속에 저런 애가 있었겠거니 하고 추억 재조립하게 만드는 존재. 모두가 학생 때 한 번쯤 바라는 그런 남친 상이 아닌지.
내 추억의 종이남친들의 나이를 뛰어넘어버려서 좀 아쉽고 씁쓸했다. 하지만 한번 오빠는 영원한 오빠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종이남친들을 (ex. 하이큐의 스가와라, 원피스의 사보…) 꾸준히 데리고 오는 중이기에 굳건히 마음을 지키고 있다. 종이남친이 그 세계에서 나이를 먹지 않는 한 내가 그 세계에 다시 들릴 때면 그때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게 종이남친의 가장 큰 장점이니까. 차원이 달라서 만나지 못하는 우리 종이남친은 언제나 변함없이 있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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