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년의 덕질을 하면서 한 번도 연말 시상식에 못 가봤다. 항상 방송사들은 나를 뽑아주지 않았다. 매년 눈물을 흘렸는데 올해 드디어 KBS 가요대축제 스탠딩에 당첨되는 운이 찾아왔다. 이게 안 될 줄 알고 각종 이벤트에 참여했었는데 다 떨어지고 KBS가 날 구원했다. 심지어 KBS 가요대축제 포토월 이벤트까지 당첨됐다. 너무 떨었는데 “촬영이 금지”된다는 공지를 보고 피가 차갑게 식었다. 포토월이 아니고 그냥 담벼락 이벤트였다. 그래도 당첨된 기쁨에 즐겁게 준비해서 갔다. 그러나 그게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인 줄 그때는 몰랐다.
한 단어로 재앙. 카오스 등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킨텍스 제 1전시장 스탠딩구역만 A부터 J까지 9개 구역에 좌석 1개의 구역까지 10개의 구역이었다. 무대는 본무대와 돌출무대로 이루어져 있고 나는 스탠딩 C구역에 당첨이 됐다. 4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안내 문자에 쓰여있어서 표를 일찍 바꾸고 C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 줄을 섰다. 그런데 아무도 줄을 세워주거나,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줄 서 있는 사람들만 꽉 차 있었다. 먼저 와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무도 줄을 안 세워주고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구역당 적어도 천명은 있는 것 같았는데 아무도 관리해주지 않으니 그냥 사람들이 뭉쳐있었다. 스탠딩 순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화가 된 느낌이었다. 심지어 4시 30분에 입장이 안 된 건 물론 홀에선 리허설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항의와 소리 지름, 싸움들이 이어진 끝에 입장이 6시쯤 시작됐다. 이미 많이 늦었음에도 현장엔 통솔 인원이 없었다.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은 물론 경호원분들도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이성으로 지금 여기서 질서 무너지면 사고가 일어날 거다 하고 힘줘서 참고 있었을 뿐이다. 한두 구역이 들어간 후에야 겨우 한 명의 경호원을 만났다. 그러나 혼자서 만 명 이상 되는 인원을 통솔할 수 없었고 계속 “끼지 마세요.”, “새치기 하지 마세요.” 하며 악을 지르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C구역이라 그나마 본방송 시작 전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다른 스탠딩 구역이 다 입장하기 전에 방송시간이 되어 무대가 시작이 되었다. 방송 1부가 끝날 때까지 모든 인원이 입장하지 못했다. 난리가 난 상황에 경찰과 소방대원까지 출동했다.
통제하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그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도 없었다. 나조차 옆모습만 보이는 스탠딩 C구역을 벗어나서 중앙부 쪽에 그냥 가서 서서 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구역이 나뉘어 있었지만 자신의 구역이 아닌 곳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통제할 수 없었다는 게 맞는 말이지만, 관객을 초대하고 그 관객을 모두 통제할 수 있을 만큼의 인원을 배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KBS. 처음 이런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매년 해왔던 가요대축제를 이렇게 준비했다는 게 너무 화났다.
심지어 에이핑크 멤버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야기들로 가요대축제에 온 관객들뿐만 아니라 아티스트까지 배려와 안내를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에이핑크는 리허설이 길어져서 리허설을 하지도 못했고 포토월 행사도 참석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본 방송에선 준비했던 무대 마지막 30초 정도를 하지 못하고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가야 했던 가요대축제였다. 그로 인해 사과문까지 작성한 KBS. “축제”라는 이름을 다는 게 맞을까 싶었다. 정말 미숙하고 재난 현장 같았던 킨텍스 안에서 살아 돌아온 내가 장했다.
그런데도 잘 준비된 무대들은 볼 맛이 났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무대들은 스트레이키즈의 칼군무가 빛났던 무대와 송가인님의 기깔나는 무대도 기억 남는다. 여러 콜라보 무대들도 신기했다. 엔딩요정즈(아이린,초롱,아린,나연), 오정박합(조이,예린,오하영), 힙스타즈(유겸,셔누,민규)등의 콜라보 무대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콜라보무대들이 사전 녹화로 이루어져 현장에서도 영상으로 확인했는데 현장 중계에서 영상과 소리의 싱크가 맞지 않아 또 실수를 저지른 KBS 가요대축제. 어떻게 좋은 점 하나를 꼽으랬는데 그마저 단점이 나오는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많은 아티스트와 팬들이 보여서 “축제”처럼 즐기고자 하는 연말 가요제인데 혹시 사고라도 날까 긴장하며 줄을 서서 축제를 즐기기 전부터 두통이 왔다. 무대를 보면서도 즐겁기보다 마음이 쓰였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났더니 몸이 두세 배로 아팠다. 축제를 준비하는 모두가 즐겁게 즐기도록 준비하는 모두가 더 철저하고 더 많이 생각해서 준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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