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초반 두 고양이의 집사였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남자친구의 권유로 내 평생 처음으로 고양이의 집사가 됐다. 큰 애는 코리아숏헤어 종류 이름은 '달'이었다.
홍대 근처 공장에서 태어난 길고양이로 공장 주인이 새끼를 키우지 못해서 분양으로 데리고 왔는데 그때 밤중에 뜬 달이 유난히 반짝이고 예뻐서 '달'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 후 2개월 뒤 달이에게 적응한 나는 곧바로 작은 애인 터키쉬앙고라 '별'을 분양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하얀 털에 달이 보다 작아서 별이라고 지었다.)
가정집에서 태어난 '별'이는 엄마가 나 몰라라 식이여서 집주인이 분양 카페에 올렸고, 처음 만났을 때 완전 새끼 고양이었던 '별'이는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똥구멍이 거의 나와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곧바로 데려왔다.
2년 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달이와 별이는 나와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길고양이를 만나면 눈을 떼지 못한다. 여건도 상황도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조건이어서 랜선 집사를 자처해 네마리의 고양이를 덕질 중이다.
캐릭터가 극도로 뚜렷한 네마리의 고양이. 그리고 집사부부가 나오는 '김메주와 고양이들'은 요즘 나의 유튜브 추천 영상에 가장 핫한 채널이다. 2016년 12월 5일에 개설된 이 채널은 올해 3년이 넘었다.
알게 된 것은 가끔 키우던 고양이가 생각나 유튜브에 고양이 채널을 검색했는데 썸네일 또한 심쿵 포인트로만 구성된 냥이들의 모습 때문에 나의 엄지손가락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리고 곧바로 좋아요와 구독을 아낌없이 눌렀다.
성격 또한 네마리 각기 다 달라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인물관계도를 보는 것 마냥 매력이 넘친다. 또 그 속에서 고양이 한마리 한마리 소중하게 자기 자식처럼 사랑해주는 집사 부부 또한 내가 원하는 꿈 꾸는 부부의 모습이어서 집사들에게도 관심이 갈 수밖에.
부부 집사 중 여집사인 '김메주' 그러니까, 김혜주님은 또 다른 개인 채널인 혜주로그가 있는데 영상에서 꾸밈없이 보여주는 남편인 쁘지와의 알콩달콩한 부부의 일상생활이나 개인 생활 그리고 유튜버이자 그래픽디자이너, 작가 등 가지고 있는 직업까지 만나 볼 수 있다. 늘 생각하지만, 내가 그리는 최종 목표치에 가까운 삶이랄까.
매번 볼 때마다 '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온다.
주인공들을 소개하자면, 모두 중성화된 남아 고양이들이다. 든든한 맏이 첫째 먼지는 짙은 회색 냥이로 러시안블루로 2010년 12월 24일 생이다. 아빠 바라기 둘째 봉지는 얼굴 까만 냥이로 종류는 샴. 2011년 03월 15일 생이다.
사랑스러운 셋째 휴지는 흰 양말 신은 냥이로 코리안숏헤어(턱시도)와 러시안블루 믹스 종이다. 2012년 02월14일 생이다. 마지막 막내 쭈글이 요지는 이쑤시개 색 냥이로 먼치킨(나폴레옹) 종이다. 2016년 10월 05일 생으로 가장 늦게 합류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종류도 성격도 다 다르고 하나같이 매력이 넘쳐서 고양이 덕질하기 좋은 채널이다.
8년 동안 사랑스러운 네 명의 고양이들의 집사 부부가 알려주는 고양이 키우기 꿀팁 영상도 굉장히 쏠쏠하다. 고양이가 사용하는 가구의 리뷰는 물론 사료, 간식, 행동, 소리 하나하나 코멘트를 달아주면서 고양이 관리의 정보를 알려주는 영상도 볼만하다. 내가 만약 고양이를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면, 참고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에는 공유가 모델인 가구 브랜드 '일룸'과 고양이 맞춤 가구 제작에 참여는 물론 현재 가구를 사용하면서 후기를 알려주는 영상은 김메주와 고양이들의 브랜드 파워가 이런 거구나!라는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구독자로써, 굉장히 뿌듯함을 느낀다.)
먼.봉.휴.요의 덕질은 나의 소비에 영향력을 끼쳤다. 아이돌 굿즈도 안 사본 나를 첫 굿즈 구매로 이끌고 온 것. 남 집사 쁘지가 먼.봉.휴.요 굿즈도 파는 카페를 잠깐 연적이 있었는데, 나의 귀차니즘이 승리하여 가보지 못하고 결국 영업이 마무리돼 '뭐, 어쩔 수 없지.. 랜선에서 응원할게!'였는데.
먼.봉.휴.요 굿즈 구매가 가능한 김메주와 고양이들 온라인샵인 네이버 쇼핑에서 굿즈 2개를 구매하게 하다니. 내 취저여서 용서한다.
먼봉휴요 얼굴 자수와 펜(4개 1set)과 요지 얼굴 털 파우치를 구매했다. 우선 먼봉휴요 얼굴 자수 와펜 가격은 12,000원으로 자수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겠다. 요즘 잘 들고 다니는 어글리들 중 하나인 OTZ 코튼 스퀘어 토트백 앞주머니에 달아 놓으니까, 귀여운 포인트가 있어서 보고 있으면 내심 흐뭇하다.
요지 얼굴 털 파우치는 먼봉휴요 중에서 요지를 가장 좋아하는데 요지를 보고 있으면, 별이가 생각나서 더 애정이 간다. 요지 털 파우치는 지금 내 화장품을 담는 파우치로 이용 중이다. 복슬복슬해서 만질 때마다 기분이 좋지만, 여름에는 다른 것으로 바꿔야지.
김메주와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내 기분 좋자고. 나 행복하자고. 내 외로움 채우자고로 시작돼, 단순히 그 기준점이 '내'가 돼서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이 아닌, 정말 사랑하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써 고양이를 대하는 집사 부부의 마음과 태도가 다시 한번 반려묘 또는 반려견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 당시 여건도 상황도 안돼서 떠나보내야 했던 그 때만 생각하면, 눈가가 그렁그렁해진다.
달이. 별이. 나 없이도 지금처럼 잘 지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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